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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분(貨水盆)

조아0415 2019. 11. 11. 01:04
201727일 오전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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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분(貨水盆)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세상 살기가 녹록하지 않습니다. 빈부의 격차는 날로 심한데다 늘어나는 청년 실업자 등 아무리 노력해도 팍팍하기만 한 경제가 그러합니다. 턱없는 생각이지만 돈이 가득 찬 항아리가 있어 아무리 돈을 꺼내 써도 줄지 않는 신나는 상상!  
 
어차피 상상이라지만 서민 경제가 어려운 요즘 같은 때는 잠깐 즐거운 상상에 빠져 보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한번 해 봅니다. 화수분(貨水盆)은 안에다 물건을 넣어 두면 새끼를 쳐서 끝없이 나오는 보물단지라는 뜻으로 ‘재물이 저절로 자꾸 생겨서, 아무리 써도 줄지 않음’을 이르는 우리말입니다. 
 
원래는 이 말도 중국에서 유래한 말로 진시황제 때에 있었다는 하수분(河水盆)에서 비롯한 말입니다. 중국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을 때 군사 십만 명을 시켜 황하수(黃河水)를 길어다 큰 구리로 만든 동이를 채우게 했습니다. 그 물동이가 얼마나 컸던지 한번 채우면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황하수 물을 채운 동이’라는 뜻으로 '하수분'이라고 하던 것이 나중에 그 안에 물건을 넣어두면 새끼를 쳐서 끝이 없이 나온다는 보배의 그릇을 뜻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옛날이야기에 화수분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습니다. 개구리들이 그들의 목숨을 구해 준 이에게 보은품으로 준 ‘화수분 바가지’하며, 암 도깨비가 같이 살아준 어리숙한 젊은이에게 준 보물 중 뚝닥 하면 보물을 낳는 요술방망이가 아닌 몹시 매질하는 도깨비 방망이와 그것을 펴놓고 손뼉을 짝짝 치면 입쌀이 수북이 생기는 보자기와 엉덩이를 찰 때마다 금돈을 내놓는 ‘보물 같은 말’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문학 작품 중 ‘화수분’은 늘봄 전영택(田榮澤)이 1925년 조선문단에 발표한 사실적 인도주의적 경향의 단편소설입니다. 작가는 비극적인 환경 속에서 빈곤에 시달리는 화수분 일가의 궁핍한 삶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범, 어멈의 착한 성격과 가난한 상황을 작가의 주관을 개입시키지 않고, 냉정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결말 부분의 화수분 내외가 얼어 죽고도 아이가 생존한 장면은 자기희생을 통한 구원이라는 인도주의적 특징을 잘 보여 줍니다. 화수분이라는 제목은 인도주의 작가의 불쌍한 주인공에 대한 공상적 구원책이요 처방이라 하겠습니다. 
 
전라남도 구례에는 조선 영조시대에 삼수 부사를 지낸 류이주(柳爾胄)가 세운 ‘운조루’라는 99칸의 저택이 있습니다. 그 집 앞에는 커다란 뒤주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그 뒤주에는 언제나 쌀이 가득 차 있었으며, 뒤주가 비워지기 전에 채워두기를 계속하였습니다. 집 주인은 쌀을 구하러 오는 이들의 입장을 생각하여 어려운 사람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퍼 가도록 한 것입니다. 이러한 것이 ‘나눔의 화수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화수분이란 단어가 다방면으로 사용됩니다. 값이 해마다 올라 돈이 붇는 땅, 파기만 하면 금이 쏟아지는 금광 등만 화수분일까?  
 
최근에는 ‘화수분 야구’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팀의 주전 선수가 사정에 의해 뛰지 못할 경우 대신 나선 2군 선수가 1군 선수 이상의 활약을 보이는 것을 가리켜 ‘화수분 야구’라고 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소망하는 화수분은 어디에 있을까?  
 
설화 속의 화수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화수분의 의미를 재해석해 보면, 내가 꿈꾸는 것을 부지런히 가꾸어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나와 함께할 수 있는 유익한 것이라면 화수분이 아닐까? 어쩌면 이미 나의 일상에 들어와 함께 살면서 모르고 지낼 수도 있으니까 화수분을 눈여겨 찾아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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