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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1등` 도요타가 도르래 쓰는 까닭은?_가나쿠리개선

조아0415 2018. 12. 28. 00:05

`세계1등` 도요타가 도르래 쓰는 까닭은?

일본 에도시대 등장한 인형 `가라쿠리` 배터리 대신 태엽 이용해 찻잔 옮겨
도요타, 부품운송용 차량 대신 도르레 사용…경사면 만들고 롤러 설치해 에너지 확 줄여

입력 : 2010.10.01 14:22:45   수정 : 2010.11.16 11:25:34


               

[가라쿠리 혁신전략…에너지소비 줄이려 부품·차체 설계까지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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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저성장과 고실업으로 진통을 겪는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받고 있는 성장산업이 있다. 그린에너지 전략, 저탄소 성장 전략, 혹은 스마트그리드 전략과 같은 용어로 표현되는 차세대 에너지 관련 산업들이다. 이 산업들이 의미 있는 성장산업으로 분류되는 까닭은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전 세계가 탄소배출권에 대한 규제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5월 유엔 산하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가 태국 방콕에서 회의를 열고 지구온난화가 초래할 다양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2015년부터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여야 한다며 인류 생존을 위한 `데드라인`을 지구촌에 제시했다.
◆ 지구 온난화 대응 발걸음 빨라져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온 현상들이 가시화하면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기업들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하는 배후에는 탄소배출을 규제하는 교토의정서가 있다. 교토의정서는 2005년 공식 발효 이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지구촌 헌장과도 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해서 많은 다국적 기업이 다양한 대응 노력을 하고 있지만 경영자들이 주목해야 할 일은 바로 다름 아닌 `가라쿠리 혁신전략`이다. 가라쿠리 혁신전략이란 무엇일까?

◆가라쿠리 혁신 전략 주목

`가라쿠리(からくり)`라는 일본어는 약 1200년 전인 헤이안 시대(794~1185년)에 있었던 일본 설화집에 최초로 등장했다. 이후 가라쿠리라는 단어가 활성화한 시기는 에도 시대(1603~1868년)였는데 이때 최초로 `가라쿠리`라는 다양한 인형이 제작됐다. 가라쿠리 인형들은 손으로 감는 태엽을 이용해 다양한 동작을 연출할 수 있었다. 음료수 잔을 앉아 있는 손님에게 전달하는 것이 대표적인 가라쿠리 인형이었다. 주인이 태엽을 감은 가라쿠리 인형 손에 찻잔을 올려놓으면 인형은 손님에게로 이동한다. 손님이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신 다음 찻잔을 인형 손에 올려놓으면 가라쿠리 인형은 찻잔을 들고 주인에게 돌아온다. 즉 전원을 사용하지 않는 인형이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을 돕기 시작하는 유래가 된 것이다.

이처럼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생산 현장에서 작업자가 수행해야 하는 일들을 기계가 대신해서 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을 `가라쿠리 혁신전략`이라고 한다.

생산 현장에서 가라쿠리 혁신전략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기업은 다름 아닌 도요타자동차다. 가라쿠리 혁신을 통해서 절대적인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가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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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품 운송에 도르래 이용

도요타자동차가 추진하고 있는 가라쿠리 혁신의 대표적인 예는 부품 운송용 차량 대신 에너지가 필요 없는 도르래를 사용하는 것이다. 에너지가 아닌 중력 차이로 위치 이동이 가능한 도르래를 활용해 부품을 다른 공정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즉 자동차 조립 라인에서 작업자가 작업을 끝낸 부품을 도르래 원리로 만들어진 부품 걸이에 올려놓으면 부품 자체 무게 때문에 해당 부품은 경사면을 타고 다음 공정으로 이동하게 된다. 다음 공정으로 전달된 부품을 작업자가 부품 걸이에서 집어들면 가벼워진 부품 걸이는 도르래에 달려 있는 추의 무게 때문에 이전 공정으로 자동 복귀하게 된다. 이와 같은 원리를 활용해 도요타는 에너지뿐만 아니라 작업장 내 소음까지도 줄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도요타 현장에서 필자가 경험한 가라쿠리 혁신은 매우 다양하다. 부품 창고에서 운송한 부품을 작업자에게 전달하는 과정 역시 경사면을 만들고 롤러를 설치해 사람이나 기계 도움 없이도 부품 자체 무게 때문에 공간 이동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 1엔, 1초의 작은 혁신도 중요

도요타는 생산 현장에서 발생하는 개선 효과를 우리가 쉽게 생각하기조차 힘든 1엔 단위로 관리하고 있다. 실제로 도요타 직원들이 제안하는 개선안은 개선 효과가 1엔 혹은 2엔 정도인 사례도 상당히 많다. 작업 현장에서 투입되는 1엔 혹은 1초까지도 소흘하게 생각하지 않으려는 도요타의 기본 철학을 잘 보여주는 예다.

지난 7월 도요타 생산라인을 둘러본 필자는 도요타에 완성차를 납품하고 있는 기후차체의 호시노 회장과 식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가라쿠리 혁신 활동들을 보고 놀란 마음으로 필자는 호시노 회장에게 "과연 도요타가 추구하는 혁신 활동의 마지막은 무엇입니까"라고 질문

했다. 호시노 회장은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들려 주었다. "글쎄요! 저도 모르는 일입니다.


다만 가라쿠리 혁신 활동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저는 최근 직원들에게 또 다른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에서 가장 대표적인 부품인 모터 사용량을 최대한으로 줄이라는 것이죠!

왜냐하면 사용하는 모터 숫자가 줄어들면 에너지 사용량은 자동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호시노 회장 답변은 도요타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 생산 방식뿐만 아니라 부품설계 자체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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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0&no=5297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