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앉으면 살고~ 서면 죽고~

조아0415 2011. 7. 27. 15:07

앉으면 살고 ~

서면 죽고~

먼데 가면 똥물먹고 죽는다~~

앉으면 살고~

서면 죽고~

.....

요즘 같은 한여름이면 내고향 꼴티(산골마을)에 끊임없이 울려 퍼지던 노래입니다.

어떤 때는 느렸다가 어떤 때는 빨랐다가

어떤 때는 소곤소곤 또 어떤 때는 경쾌하고 크

또 어떤 때는 약간의 떨림도 또 어떤 때는 다급한 목소리로

그야말로 상황 상황에 따라 무한하게 변화를 가져오는 노래였습니다.

바로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풀잎이나 나뭇가지,코스모스 꽃잎에 앉은

잠자리를 잡을 때  부르는 노래였습니다.

가만 가만이 조심스럽게 다가 가는 아이의 행동과

엄지와 검지로 집게를 만들어 조심스럽게 잠자리 날개로 다가가는

아이의 마음상태와  잠자리의 미세한 움직임에 따라

노래의 강약과 빠르기 등이 무한하게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지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그 노래를 모르는지 노랫소리가 끊긴지 오랩니다.

아마도 그시절의 가난함도 한몫했지않나 싶습니다.

요즘은 잠자리채로 어린아이들도 쉽게 쉽게 잡을 수 있지만

6,70년도 그 시절엔 잠자리채 이마저도 호사였지요

산골에서 자란 우리들에게 잠자리채 대신 자연의 거미줄 잠자리채(아시나요?^^)는

최고의 인기였지만 대다수는 고사리 손으로 잡을수 밖에 없었지요

(크면서 손훌치기로 능숙하게 잡게되지만..^^) 

태백산 아래 경상도 우리 고향에서는 어원은 잘 모르겠지만

"초리"라고 불러지기도 한 잠자리!

석양이 질때 쯤이나 아침햇살이 퍼질때쯤, 특히 소나기 후 막 개인 하늘을

수 놓았던 수많은 잠자리들의 군무는 경이로움마저 들만큼 장관이였습니다. 

 

흔한 빨간 고추잠자리, 메밀잠자리, 금잠자리, 하늘잠자리, 왕잠자리,꼬리 잠자리

제비 잠자리...이름모를 많은 잠자리들을 바라보노라면 자연과 하나된 나를 발견하기도했지요. 

앉으면 살고(죽고)

서면 죽고(살고)

먼데 가면 똥물먹고(꿀물먹고) 죽는다(잘산다)  

어른이 되어 노랫말의 의미를 생각해보며 

어린시절의 내모습을 떠올리보면 미소가 지어집니다.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가는 요즘에도 노래처럼 달콤한 유혹은 하지 않더라도

한번쯤은 그  잠자리처럼 바보가 되어 주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순진한 자녀들에게 알면서 속아주는 재미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요?

마누라의 이벤트를 위한 깜찍한 거짓말에도 속아주어 보고

내 부모님께는 내가 속여서 행복을 가져다 드릴 방법이 많지 않을까요?

아직 저는 그러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네요..

대신 이제 자주 찾아 뵙고 농사일을 배워볼까합니다.

내고향 잠자리들과 함께^^  

참 이런 노래도 기억하시는 분이 있겠지요?

"해야 해야 나오너라

김치국에 밥말아 먹고 

장구치며 나오너라 "

왜색(일본) 노래라는 말이있던데...(함 검색해 보아야겠네요)

다음엔 내고향 어린시절 애기좀 해볼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