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退溪)이황(李滉) 선생과 관기(官妓) 두향(杜香) 매화 이야기
퇴계(退溪)이황(李滉) 선생이 단양군수로 부임한 것은 나이 48세때이다.
이 때 관기(官妓) 두향(杜香)의 나이는 18세로 두향(杜香)은 조실부모한 후 퇴기(退妓)에 의하여 길러지고 기적(妓籍)에 올려져 관기(官妓)가 되었다.
두향(杜香)은 아름다운 미모를 갖추었으며 거문고를 잘 탔고 시(詩)와 서(書)에 능하였으며 특히 난과 매화를 좋아하고 분매(盆梅)에 남다른 솜씨가 있었다한다.
두향(杜香 성은 안씨, 5세에 아비를 사별하고 10세에 어미와 사별, 충북 단양군 단성면 두항리 출생)은 신임군수가 부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인물인지 궁금하여 수소문 하여 본바 퇴계(退溪)이황(李滉) 선생이 지은 매화(梅花) 시를 발견하곤 인품에 매료 되었다한다.
그 때의 퇴계(退溪)이황(李滉) 선생이 지은 시를 소개 하자면
一樹庭梅雪滿枝
일수정매설만지 뜰앞에 매화나무 가지 가득 눈꽃 피니
風塵湖海夢差池
풍진호해몽차지 풍진의 세상살이 꿈마저 어지럽네
玉堂坐對春宵月
옥당좌대춘소월 옥당에 홀로 앉아 봄밤의 달을 보며
鴻雁聲中有所思
홍안성중유소사 기러기 슬피 울 제 생각마다 산란하네
관기(官妓)로서 두향(杜香)은 군수인 퇴계(退溪)이황(李滉) 선생을 연모 하였으나 퇴계(退溪)이황(李滉) 선생은 곧은 성품으로 마음을 주지 않았으니 두향(杜香)의 마음만 탈 뿐이었다.
때마침 이른 봄이라 두향(杜香)이 애지중지하던 분매(盆梅)에 매화꽃이 곱게피어 퇴계(退溪)이황(李滉) 선생의 처소에 옮겨 놓으니 이를 본 퇴계(退溪)는 은은하게 풍기는 매화향에 반기는듯 했으나 곧 가져온 사람에게 돌려 줄것을 명한다.
이에 두향(杜香)이 6년전 퇴계(退溪)이황(李滉) 선생이 지은 시를 읆으며 아뢰길 매화는 고상(高尙)하고 아담하여 속기(俗氣)가 없고, 추운 때에 아름답게 꽃을 피우며, 운치와 향기가 호젓하여 격조(格調)와 기품(氣品)이 있으며, 비록 뼈대는 말랐지만 정신이 맑고, 찬 바람과 눈보라에 시달리어도 곧은 마음이 변치 않기에 곁에 두시고 심신의 안정을 찾아 단양 고을을 잘 다스려 주옵소사하였다.
이에 퇴계(退溪)이황(李滉) 선생은 두향(杜香)의 간청을 더 이상 물리치지 아니하고 두향(杜香)으로 부터 받은 청매(靑梅)를 동헌(東軒)의 뜰에 심게 되었다.
이즈음 퇴계(退溪)이황(李滉) 선생은 정실부인과 후실 부인과도 사별 하였으며 아들또한 잃어 심신이 많이 쇠약한 상태였다.
그러므로 비록 곧은 성품 이었지만 두향(杜香)과 더불어 시화(詩畵)와 음률(音律)를 논하게 되니, 두향(杜香)은 퇴계(退溪)를 우러러 사모하게 되고, 퇴계(退溪)는 두향(杜香)을 아끼고 보살피는 연모의 사이가 된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오래 지속 될 수가 없었다.
단양군수로 부임한지 열달만에 퇴계(退溪)는 경상도 풍기군수로 이임하게 된다.
퇴계(退溪)와 두향(杜香)의 이별을 앞둔 마지막 날 밤.
짧은 인연뒤에 찾아온 이별 앞에 군수와 관기로써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는가만은!
퇴계(退溪)가 먼저 시를 쓰고 말문을 연다.
死別己呑聲
사별기탄성 죽어 이별은 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生別常惻測
생별상측측 살아 이별은 슬프기 그지 없네
"내일이면 떠난다. 다시 만날 기약이 없으니 두려움 뿐이다."
이에 두향(杜香)은 말 없이 먹을 갈고 붓을 들었다.
"이별이 하도 설워 잔 들고 슬피 울제
어느 듯 술 다 하고 님 마져 가는구나
꽃 지고 새 우는 봄 날을 어히할꼬!"
그 다음 날 퇴계(退溪)선생의 짐 속엔 두향(杜香)이 전해준 수석 두 점과 동헌의 뜰에 심었던 매화를 분에 옮겨담은 분매 한 그루가 있었다.
두향(杜香)은 퇴계(退溪)선생과의 만남이 비록 열달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기녀로써 시중잡배들과 어울리는것이
어른에 대한 모독이라는 생각으로 신임군수에게 기적에서 빼어줄것을 간청하여 면천 된 후 오직 퇴계(退溪)선생만을 생각하고 그리워 하게된다.
두향(杜香) 마음이야 어찌 퇴계(退溪)선생에게 달려 가고픈 마음이 없었겠는가만은 퇴계(退溪)선생의 처지를 생각하면 그리 할 수가 없었으니 오직 인편으로 문안을 여쭙고 소식을 주고 받는 것으로 만족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별 한 지 어언 4년이 지난 어느 봄 날에 퇴계(退溪)선생은 인편에 다음과 같은 시 한 편을 두향(杜香)에게 답신으로 보냈다.
黃卷中間對聖賢
황권중간대성현 누렇게 바랜 옛 책속에서 성현을 대하면서
虛明一室坐超然
허명일실좌초연 비어있는 방안에 초연히 앉았노라
梅窓又見春消息
매창우견춘소식 매화핀 창가에서 봄소식을 다시보니
莫向瑤琴嘆絶絃
막향요금탄절현 거문고 마주 앉아 줄 끊겼다 한탄 말라
노년에 퇴계(退溪)선생은 안동의 도산서원에 머물었는데 단양을 떠날 때 두향(杜香)이 준 청매를 이곳에 심었으며 서원 입구에 절우사(節友社)란 화단을 꾸몄으며 정자를 짓고 매화, 소나무, 대나무, 국화를 심어 즐겼다한다.
또 매화를 소재로 한 시를 100여편 지었다 하는데 비록 두향(杜香)을 가까히 둘 수 없으나 매화를 보며 두향(杜香)을 생각한 퇴계(退溪)선생의 속 마음을 엿 볼 수있다.
陶山月夜詠梅
도산월야영매 도산 달밤에 매화를 읊조림
(1)
步躡中庭月趁人
보섭중정월진인 뜰을 거니니 달이 사람 따라오네.
梅邊行趫幾回巡
매변행교기회순 매화꽃 언저리를 몇 번이나 돌았던고.
夜深坐久渾忘起
야심좌구혼망기 밤 깊도록 오래 앉아 일어남을 잊었더니
香滿衣巾影滿身
향만의건영만신 향은 옷에 가득 달 그림자는 몸에 가득.
(2)
獨倚山窓夜色寒
독의산창야색한 홀로 산창에 기대니 밤빛이 차가운데
梅梢月上正團團
매초월상정단단 매화나무 우듬지에 둥근 달이 떠오르네.
不須更喚微風至
불수갱환미풍지 구태여 부르지 않아도 산들바람 불어오니
自有淸香滿院間
자유청향만원간 맑은 향기 저절로 집안에 가득 차네.
(3)
山夜寥寥萬境空
산야요요만경공 산 속 밤은 적막하여 온 세상이 빈 듯
白梅凉月伴仙翁
백매량월반선옹 흰 매화와 차가운 달이 仙翁과 짝해주네.
箇中唯有前灘響
개중유유전탄향 그 중에 오직 앞 여울 흐르는 소리
揚似爲商抑似宮
양사위상억사궁 높을 때는 商음이고 낮을 때는 宮음일세.
(4)
晩發梅兄更識眞
만발매형갱식진 늦게 핀 매화의 참뜻을 새삼 알겠네.
故應知我怯寒辰
고응지아겁한진 내가 추위를 겁내는 줄 알아서이지.
可憐此夜宜蘇病
가련차야의소병 가련하다, 이 밤 병이 낫는다면
能作終宵對月人
능작종소애월인 밤새도록 능히 달을 대하련만.
(5)
往歲行歸喜읍香
왕세행귀희읍향 몇 해 전엔 돌아와 즐거이 향기에 푹 빠졌고
去年病起又尋芳
거년병기우심방 지난 해엔 병에서 일어나 또 꽃을 찾았지.
如今忽把西湖勝
여금홀파서호승 지금 와서 문득 서호의 절경을 가지고
博取東華軟土忙
박취동화연토망 우리네 부드러운 땅의 바쁜 일과 바꿀손가.
(6)
老艮歸來感晦翁
노간귀래감회옹 노간이 쓴 매화시에 주자가 감동하여
託梅三復歎羞同
탁모삼부탄수동 ‘羞同’이란 글귀로 세 번이나 감탄했는데
一杯勸汝今何得
일배권여금하득 너에게 한 잔 술을 주고 싶지만 할 수 없어
千載相思淚點胸
천재상사루점흉 천 년 그리움에 눈물로 가슴만 적시네.
또 두향(杜香)이 난초를 보내 오니 단양 시절에 두향(杜香)과 함께 지내며 키우던 것임을 알아 차릴 수 있었는데 밤 새 잠 못 이루다 새벽녘에 우물물(열정)을 손수 길어 두향(杜香)에게 보내었다.
두향(杜香)은 이 우물물을 정한수로 하여 새벽이면 일어나 퇴계(退溪)선생의 무병장수를 빌었는데 퇴계(退溪)선생은 두향(杜香)과 헤어진지 20여년이 흐른 1570년 동짓달에 "매형(梅兄)에게 물 잘 줘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니 두향(杜香)에 대한 마음이 얼마나 각별 했는지를 알 수가 있다.
여느날과 다름없이 두향(杜香)은 우물물을 정한수로 하여 빌었는데 갑자기 정한수가 피빛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이에 두향(杜香)은 퇴계(退溪)선생의 변고를 알고 소복차람으로 도산서원을 찾는다.
하지만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못하고 문앞에서 곡을 세번하고 다시 단양으로 돌아온다.
두향(杜香)은 임 향한 마음으로 몸을 정갈히 하며 식음을 전폐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길을 선택하여 죽어서나마 퇴계(退溪)선생을 찾고자 한다.
하지만 무덤을 같이 할 수는 없고 퇴계(退溪)선생이 단양에 있을때 함께 거닐었던 남한강가 강선대에 자신을 묻어 줄것을 유언 한다.
혹여 정 찾아 퇴계(退溪)선생이 오시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 이었으리라.
뜰앞 매실나무에 연분홍의 꽃이 피었다.
아주 은은한 향기에 이끌리어 나무 아래에 가보니 벌써 벌들이 먼저와 진을 치고있다.
매실나무(매화나무)는 장미과의 벚나무속 낙엽교목이다.
벚나무, 살구나무, 자두나무, 귀룽나무, 복숭아나무, 열녀목, 앵두나무 등과 한 통속이다.
지금은 수많은 종의 매실나무가 있어서 그 품종을 일일이 알 수가 없다.
꽃을 감상하기 위한 화엽종과 과실을 얻기위한 종 및 교잡종이 많다.
가시 많은 나무치고 꽃이 예쁘지 않은 나무가 어디있던가만은 매실나무는 이른 봄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을 먼저 피우니 화사함의 극치를 이룬다.
또한 늦은 겨울의 눈 속에서 꽃을 피우는 설중매(雪中梅)의 아름다운 자태를 어찌 다른 꽃과 비교 할 수 있겠는가!
찻물을 끓여 잔에 따르고 활짝 피지 않은 이제 겨우 꽃 봉우리를 면한 매화 꽃을 띠우며 퇴계(退溪)이황(李滉) 선생과 관기(官妓) 두향(杜香) 이야기를 음미해 본다.
사랑 사랑 하지만 아름다운 사랑은 저리 슬픈가 보다.
무임승차하여 남의 애절한 사랑 엿보기에 내 마음은 왜 이리 저려오는지...
또한 만개한 매화를 보니 일장춘몽 (一場春夢)이 무엇인지 알겠다.
덧 없는 인생은 봄 바람에 날리는 매화의 꽃잎은 아닐런지.
아뿔사! 매화꽃이 지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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