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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욕망과 싸우지 마세요

조아0415 2011. 8. 14. 11:32

보람찬 한 해를 계획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달력은 쓸쓸하게 한 장만 붙어 있습니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크게 벌어지고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 감기에 걸리기 쉽지요. 밤새 열이 올라서 얼굴은 불그레하고 기침이 콜록콜록. 힘들게 출근하는데 직장 동료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건넵니다. “자네, 감기에 걸린 것 같군. 병원에 가보지 그래? ”이 말을 듣고 기분 나빠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건강을 챙겨주는 것 같아서 고마운 생각이 들지요.
하지만 만일 그대가 기분이 나쁘고 우울할 때 “자네 마음에 병이 든 것 같군. 병원에 가보지 그래?”하고 누군가 말한다면 어떨까요? 아마 그대는 기분이 상할 것입니다. 우리는 왜 육체의 병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마음의 병에는 예민해지는 것일까요? 왜 몸의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를 더 못 잊는 것일까요?
우리는 몸과 마음으로 이루어진 존재입니다. 몸과 마음은 동전의 양쪽 면과 같아서 어느 것 하나만 따로 존재할 수가 없지요. 그런데 우리는 몸보다는 마음이 바로 ‘나 자신’이고 몸은 그에 따르는 종이라고 생
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식욕이나 성욕, 수면욕과 같은 몸의 욕구를 통제할 수 있을까요?

 

 

어느 날, 그대가 목숨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살아갈 의미도 없고 입맛도 잃겠지요.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그대는 배고픔을 느낍니다. 아니, 이 슬픈 와중에 배가 고프다니 정말 어이없는 일이지요. 그렇지만 시간이 흐르면 점점 머리에선 음식 생각이 맴돌고 뱃속은 쪼르륵거리며 아우성을 칩니다. 결국 식사를 하면서 그대는 스스로가 위선자인 것 같은 알 수 없는 패배감을 맛보게 됩니다.
사실 식욕은 그 어떤 고상한 사상이나 신념도 우습게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오래 전에 브리지트 바르도라는 프랑스의 여배우가 우리나라의 보신탕 문화를 비판했었지요. 하지만 그녀가 3일쯤 굶은 뒤에도 자신의 우아한 신념을 지킬 수 있을까요?
한편 수많은 사람들이 청소년기에 성에 대한 욕구 때문에 죄의식을 느껴보았을 것입니다. 성을 억압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성적인 나쁜 짓’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런다고 성욕이 사라지던가요? 아마 조절되지 않는 욕망 때문에 대부분의 남성들이 ‘나는 의지가 약한가’하는 등의 좌절감에 시달렸을 것입니다.
식욕이나 성욕과 같은 욕망이 강렬하게 일어날 때에는 평소에 ‘나 자신’이라고 생각했던 의지나 인격과 같은 것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나’가 사라진다는 것은 참으로 난감하고 두려운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꾸 욕망을 통제하려 드는 것 입니다.
하지만 그대는 이러한 싸움에서 번번이 패배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몸은 본래 우리의 생각이 아닌, 자연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껏해야 팔다리를 움직여서 신체적 운동을 할 수 있을 뿐이지요.
생각해보세요. 컴퓨터 수백 대로도 불가능한 이 복잡한 육체의 생존 시스템을 과연 그대가 생각으로 직접 조절하고 있는지를. 아마 매 순간 신경 써야 한다면 우리는 가장 간단한 호흡조차도 제대로 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불필요한 싸움으로 마음 상하지 마세요. 그대는 욕망과 싸워 이기지 못하는 것이 인격 부족 때문이라고 오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번번이 지는 싸움을 통해 깊은 좌절감과 분노를 쌓아온 것입니다.
욕망은 그대의 인격과 무관하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마침내 오랜 전쟁이 끝나고 그대에게 평화가 찾아올 것입니다.

출처 : 제조혁신-공장 합리화 운동 본부
글쓴이 : 한울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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