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 기업에서 배우는 지혜
요즘 기업들은 저마다 위기라고 아우성 치고 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우량 기업이라 해도 언제 어디서 터질 지 모를 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위기의 시대를 살아남는 지혜를 찾아보자.
작게는 개인에서부터 크게는 국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위기에 직면하곤 한다. 기업 또한 마찬가지로 크고 작은 위기에 맞부딪치곤 한다. 이때 위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더 깊은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더 강한 기업이 되기도 한다.
국제유가의 급등, 원자재 수급 불안정, 국제 정세의 불안 등 외부적 환경 요인, 국내외 기업 간의 극심한 경쟁, 그리고 내수시장의 침체 등으로 말미암아 기업들은 저마다 위기라고 아우성치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 제품의 리콜사태 등에서 보여지듯이, 어느 기업이든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를 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가슴만 졸이며 위기가 우리 기업만을 비켜가기를 바랄 수만은 없지 않은가? 먼저 위기에 대비한 예방적 차원의 기업관리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위기 극복의 지혜를 정리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라
‘위기’라는 단어에는 수동적으로 회피하고 싶은 위협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활용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독일 최대이자, 세계 5위의 소매 유통업체인 메트로가 바로 위기를 기회로 역이용한 사례에 해당된다. 이 회사는 지난 90년대 세계화의 물결과 월마트, 까르푸 등 다국적 할인점의 거센 도전으로 94년도 내수시장에서의 수익이 43%나 급감하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조직의 단일화, 인원감축 등의 구조조정을 거친 후, 오히려 내수시장에 불어 닥친 위기를 역으로 활용해 공격적인 글로벌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오늘날 동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까지 포함한 해외매출비중이 46%로 월마트의 16.7%, 테스코의 18%를 훨씬 앞지르는 글로벌 소매업체로 성공하였다.
존슨앤존슨의 신속하고 솔직한 대응
이처럼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첫걸음은 무엇보다도 위기를 변화의 동인으로 적극 수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위기를 은폐하지 않고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철저한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는 자세가 필요하다. 82년 타이레놀 독극물 투입 사건 때 존슨앤존슨이 보여주었던 신속하고도 솔직한 대응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당시 존슨앤존슨은 광범위한 고객층을 상대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타이레놀이라는 브랜드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위기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존슨앤존슨은 이러한 위기사실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언론을 통해 적극 알리면서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수하면서 시중에 이미 유통된 모든 타이레놀을 즉각 회수조치하였다. 제품 제조상 결백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품 포장을 바꾸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타이레놀 제품은 물론이고 존슨앤존슨은 고객들로부터 변함없는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있다.
반면에 미쓰비시 자동차의 사례는 위기를 회피하고자 은폐에만 급급하게 된다면 더 큰 위기를 자초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쓰비시의 경우, 자사의 일부 차종에 결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리콜이나 클레임에 대한 정보를 감추는 데에 급급했다. 결국 정보의 은폐사실이 발각됨에 따라 엄청난 규모의 회수 및 수리 비용은 물론이거니와 판매부진까지 겹치면서 2000년도에 3600억엔의 적자를 기록했고, 주가도 40%나 폭락했다. 더구나 일본 4대 자동차메이커에 걸맞지 않게 기업이미지를 크게 훼손시켰고, 고객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져 기업 자체의 존폐까지 미궁에 빠뜨리고 말았다.
위기 대응의 ABC
일단 기업이 위기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위기의 주요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위기가 사업영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고객의 불만이나 직원들의 사기저하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명확히 함으로써, 그에 따른 원인별 대응이 차별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1. 비용절감이 최우선
먼저 기업을 존폐의 위기로 몰아넣는 많은 경우는 과도한 비용증가와 함께 사업영역의 수익성이 저하되는 상황을 들 수 있다. 이때에는 최우선적으로 기업이 일단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과감한 비용절감부터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고도 경제성장 시절에 일본의 최대 자동차업체로까지 부상했던 닛산은 90년대 중반부터 판매부진 등으로 2000년 한해 적자가 62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파산직전까지 몰락했었다. 그러나 ‘Cost-Cutter’라는 별명을 가진 카롤로스 곤을 CEO로 영입하면서 이른바 ‘닛산 재생계획(NRP)’이라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였다. 이 계획에 따라 적자공장은 폐쇄되었고, 계열사의 매각과 부품 메이커도 정리되는 등 비용절감 노력이 진행되어 닛산은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2. 원칙 있는 사업구조조정
비용절감만으로 기업이 위기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비용절감으로 단지 기업 회생의 기반이 놓여 졌을 뿐이며, 기업은 자사의 전략적 방향에 대한 진지한 고려 속에 원칙있는 사업영역의 조정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 즉 기존의 사업영역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와 함께 사업영역의 다각화 등을 통한 수익성 증대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모터싸이클 업체인 할리데이비슨은 핵심사업은 철저히 고수하면서 사업영역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함으로써 위기에서 되살아난 케이스이다. 70년대 후반 혼다, 야마하 등 일본 모터사이클 업체들의 미국시장 진출로 할리데이비슨은 부도의 위기까지 몰렸었다. 그러나 CEO 본 빌스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고자 다른 사업으로의 다각화를 꾀하면서도 당사의 핵심사업인 중량급 대형 오토바이는 유지하는 전략을 취했다. 대형 오토바이에 대한 생산성과 품질향상에 매진하여 고급 고객층을 확보하게 되었고, 이는 할리데이비슨이 재기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반면에 원래 믹서, 전기 담요, 가스 그릴 등을 생산하던 Sunbeam사는 위기시 무리하고 원칙없는 구조조정을 실시하여 실패한 경우이다. CEO 앨 던랩은 취임하자마자, 1만 2000명의 직원 중 반을 해고하고 생산시설도 반을 감축했다. 또한 계속 손실을 보고있던 Coleman사 등을 무리하게 인수한 후, 인수한 기업들의 인원을 3분의 1로 다시 감축하였다. 위기에 처한 기업을 살리려면, 어느 정도의 인력이나 설비의 감축은 불가피할 수 있다. 하지만 Sunbeam사는 상세한 조사나 분석에 기초한 전략적 계획에 따르지 않고 최고경영자의 개인적 충동에 의해 원칙없는 구조조정을 시행함으로써 결국 2001년 법정관리에 이르게 되었다.
3. 고객 니즈를 반영한 혁신
이상의 비용절감과 사업영역의 조정이 강도높게 이루어졌다고 해서 곧바로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위기의 핵심 중 하나는 고객이 떠난다는 것인데, 따라서 위기극복의 핵심 또한 고객을 다시 붙잡는 것이다. 이는 앞선 비용절감이나 사업구조조정도 결국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혁신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의 IT 서비스 및 컨설팅 회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IBM은 90년대 초반 수십억 달러의 적자를 내는 위기에 처했었다. 위기에 처했을 당시, 위기를 극복한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인력감축 및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절감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그 후 고객중심전략으로 사업구조를 혁신해나갔다.
93년 위기에 처한 IBM을 구하러 들어온 루이스 거스너 회장은 IBM이 보유하고 있는 많은 전문인력으로 하여금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상세히 파악하게 하여, 진실로 고객이 원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가능한 신속하게 제공하도록 하는 전략을 택했다. 고객의 입장에서 핵심사업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업과 자산을 신속히 처분했으며, 그 결과 IBM은 하드웨어 중심의 회사에서 서비스 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하였다. 또한 제품개발, 고객관리, 정보기술 등의 핵심 업무 프로세스도 재통합하고 고객중심으로 재설계함으로써 어떠한 고객의 요구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제로 혁신하였다. 이는 고객의 니즈를 반영하는 사업영역의 변화가 고객을 다시 돌아오게 함으로써 위기에서 되살아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라 하겠다.
변화관리(Change Management)로 유명한 켄터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무조건적인 비용절감이나 구조조정에만 집착한다고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음을 지적한 바 있다.
컨티넨털 항공의 경우, 기존의 경영방침은 무조건적인 경비절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에 투입된 CEO 고든 베튠은 고객이 다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보다 나은 고객 서비스와 상품의 제공에 초점을 맞추어 투자를 집중했다. 고객들이 선호하는 곳을 위주로 항로를 개편하고 고객별 맞춤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힘쓴 결과, 시장점유율을 크게 올림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는 고객 서비스의 질 개선에 대한 투자에도 인색할 정도로 무리한 비용절감만을 고집하다가 결국 자취를 감추게 되었던 이스턴 항공사와 대조적이라 하겠다.
4. 내부직원의 기를 살려야
고객의 발걸음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고 사업영역을 혁신하고자 하는 시도는 제아무리 강력한 CEO가 추진한다고 해서 결코 쉽게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위기를 극복하는 실행의 주체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욕에 찬 내부직원들이다. 따라서 기업이 위기 상황일수록 무엇보다도 그들의 사기를 높이고 격려하는 것이 필요 불가결한 일이다.
앞서 제시되었던 할리데이비슨은 부도 위기 가운데 생산라인의 감축과 대대적인 인력조정을 감행하면서도 막무가내 식의 인력조정을 하기보다는 위기회생의 궁극적인 주체가 내부직원들이라는 판단 하에 합리적인 노사경영협의회를 운영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노사동수의 협의회를 통해 인력조정과 경영현안 해결 등의 해법을 찾아나갔다. 그 결과 노조는 위기 상황에서 자신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 오히려 손해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율적인 임금동결과 인력 구조조정에 합의하는 등 희생을 감수했다. 이에 대해 사측에서도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켜 품질과 고객서비스를 개선해나감으로써 재기에 성공하게 되었다.
닛산도 노사전문위원회를 통해 정리해고 없이 자연퇴직 위주의 감원, 생산직 근로자의 공장간 이동, 건강이나 가정형편 등을 반영한 일부 공장 가동 등을 통한 고통 분담 속에 큰 갈등과 마찰없이 구조조정을 마무리하여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위기에 허덕이던 컨티넨털 항공을 살리기 위해 베튠은 취임 이후 사장실을 개방했다. 이어서 회사 내 팽배해있던 불신의 벽을 허물고 팀워크를 다잡고, 직원관리장부를 불태워 없애는가 하면 전자게시판을 통해 직원들과의 열린 관계를 조성해갔다. 이 또한 위기에 빠진 기업을 살리는 주체는 결국 내부직원들이라는 인식 하에 사내 인화분위기를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5. 반복되는 위기에 대비하라
위기는 한번 극복했다고 해서 정복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인생에 기회가 다시 오듯이, 위기 또한 새로운 형태로 다시 찾아온다. 지금까지 살펴본 위기극복의 조치들이 우리 기업에게 다가올 수 있는 위기에서 온전히 벗어나게끔 해주는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위기의 종류와 성격이 기업마다 다를 수 있고, 기본적으로 위기를 견뎌낼 수 있는 기업의 체질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위에서 제시된 지혜들은 기본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제아무리 강한 체질을 가진 기업이라도 위기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사업영역과 고객, 그리고 내부직원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결국 언젠가 맞부딪칠 위기의 암초에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에서 제시된 위기극복의 지혜는 오히려 앞으로 다가올 위기에 대한 예방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와 덧붙여 궁극적으로는 위기 관리에 대한 CEO의 지속적인 관심과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기업의 궁극적인 위기 관리의 총 책임자는 바로 최고경영자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신용 평가기관인 S&P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300여개 기업들이 위기 관리의 총괄 책임을 지고 있는 CRO(Chief Risk Officer)를 임명하는 등 ERM(Enterprise Risk Management)을 도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에 소극적으로 기업의 위기에 대처하던 차원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전사차원에서 위기를 예방하고 대응하고자 하는 CEO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자료:경영진단사(Mangement Consultant) > Strategy > 문해환------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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