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뽑던 억대 연봉 재무설계사의 소비철학
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문혜원 기자moneytoday@mtn.co.kr11110951270/1111110951274/1111110951276 1111110951278:11111109512710
지난해 TV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서는 개그맨 김국진이 자신의 인생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한 강연으로 큰 울림을 안겨준 바 있다. 그의 인생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결국 지금의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김의수 TNV어드바이저 팀장의 인생 역시 롤러코스터에 비유할 만하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미국 MBA까지 마친 김 팀장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탄단한 중견기업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는 아버지의 회사도 버티지 못했다.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나면서 길거리로 내앉게 됐고 공공근로로 근근히 버티기도 했다고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를 고생을 한 김 팀장. 현재는 어떨까? 김 팀장은 "돈을 어디에다 쓸지 고민"이라며 웃어 보인다. '도련님'에서 '빈털털이'로, 그리고 지금은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김 팀장의 롤러코스터 인생이야기를 들어봤다.

류승희 기자
◇ 미국 MBA 출신이 잡초 뽑기까지
김의수 팀장은 본업인 재무상담과 강연, 원고 집필, 또 중증장애인인 큰딸 희은을 돌보느라 몸이 두개여도 모자랄 지경이다. 점심식사할 틈도 없다는 김 팀장의 사무실에는 오랜 공을 들여야하는 커피메이커가 가득했다. 바쁜 와중에 언제 커피를 내려마실까 싶었는데 커피를 내려마시는 것은 "돈이 없던 시절에도 아내와 누린 유일한 사치"였다고 말한다.
김 팀장은 미국 유학 당시부터 커피 전문점 경영을 꿈꿔왔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스타벅스 같은 커피전문점을 경영하는 게 꿈이었던 그는 1998년 아버지 사업의 부도로 빈털털이가 돼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밑바닥부터 시작해야했다. 아내 뱃속부터 장애 판정을 받았던 세살된 딸과 아내를 위해 어렵사리 구청 공공근로 일을 찾게 됐다. 그는 매달 80만원을 받으며 구청 화단에서 잡초를 뽑았다. 그의 아내는 김 팀장이 벌어다 주는 80만원으로도 힘든 내색 없이 생활했다.
"그때 아내는 '80만원만 벌어오면 된다'며 저에게 기를 북돋워줬죠. 약사인 아내는 월 200만원은 벌어올 수 있었는데도 자신은 딸을 돌보고 저보고 돈을 벌어오게 했어요. 가정의 경제는 가장이 책임져야 한다면서요. 그때 아내가 저를 집에 앉혔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공공근로 중 우연히 컴퓨터를 다뤘던 게 계기가 돼서 잡초 뽑는 일 대신 컴퓨터 강사가 됐다. 당시만 해도 워드프로세서 등 컴퓨터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루던 사람이 많지 않던 때였다. 김 팀장은 다시 구청 직원의 소개로 방과 후 학교 교사가 됐다. 월 150만원은 받을 수 있는 컴퓨터 교사로 변신한 것.
"그때 방과 후 학교에 소개시켜주신 분이 홈페이지 제작을 가르쳐야 한다고 했어요. 저는 원래 워드프로세서 밖에 할 줄 몰랐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할 줄 안다고 했죠. 이후 매일 2~3시간만 자고 홈페이지 만드는 공부를 했습니다."
둘째아이까지 태어나 4인 가족이 됐지만 아내는 꼼꼼한 살림으로 인해 150만원으로도 부족하지 않게 생활했다. 그 와중에도 아내는 매달 50만원을 저축했다고 한다. 그렇게 밑바닥에서 4년여 고생 끝에 2003년 TNV어드바이저에 입성하게 된다.

◇"무너져가는 중산층 회생 위해 고민"
김의수 팀장이 재무설계사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 것은 교회 선배인 백정선 TNV어드바이저 대표의 도움이 컸다.
"미국에서는 FP(Financial Planning)가 굉장히 발달했습니다. 국내에서도 FP가 필요할 시점이라고 봤죠. 저도 그 일은 자신 있다고 생각해 백 대표와 함께 TNV어드바이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 팀장은 TNV어드바이저에서 재무설계사로 일을 시작한지 3년 만에 연봉 1억원을 돌파했다. 억대 연봉이 돼도 그의 지출은 변함이 없다. 그에게는 소비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 있다. 사람 살리는 데는 돈을 아끼지 말자는 것, 준비된 사치를 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외식은 거의 하지 않는다. 집도 더 큰 집을 살 수 있어도 광진구의 30평대 아파트에 살고 있다. 대신 매달 부모님 노후자금으로 200만원, 장모님 병간호로 400만원을 지출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려는 사치는 하지 않습니다. 저는 삶의 가치에 따라서 소비하죠."
이러한 소비철학이 그의 재무설계에도 밑바탕이 되고 있다. 무리한 투자보다 지키기 중심의 재무설계를 하고 있는 것.
김 팀장은 "먹고 사는 것이 급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영업을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며 "하지만 어느 정도 형편이 나아진 후에는 점차 무너져 가는 중산층을 어떻게 회생시킬지를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날의 고생을 밑거름으로 그가 터득(?)한 새로운 재무상담은 그의 인생을 역전으로 이끌었다.
김 팀장은 "가난했던 시절 악착같이 저축하며 지출을 줄였던 게 몸에 뱄다"고 말했다. 그만큼 돈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던 것이다.
커피 전문점 경영을 꿈꿨던 김 팀장에게는 재무학교를 만들겠다는 새로운 꿈이 추가됐다. 개인 및 가계의 재무건전성을 세우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꿈이다. 김 팀장의 사람을 살리는 재무설계가 수많은 롤러코스터 인생에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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