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어머니의 일기
미안하구나,아들아.
그저 늙으면 죽어야 하는 것인데
모진 목숨 병든 몸으로
살아 네게 짐이 되는구나.
여기 사는 것으로도 나는 족하다.
그렇게 일찍 네 애비만 여의지 않았더라도
땅 한평 남겨 줄 형편은 되었을 터인데
못나고 못 배운 주변머리로
짐같은 가난만 물려 주었구나.
내 한입 덜어 네 짐이 가벼울 수 있다면
어지러운 아파트 꼭대기에서
새처럼 갇혀 사느니 친구도 있고
흙도 있는 여기가 그래도 나는 족하다.
내 평생 네 행복 하나만을 바라고 살았거늘
말라 비틀어진 젖꼭지 파고 들던
손주 녀석 보고픈 것쯤이야
마음 한번 삭혀 참고 말지.
혹여 에미 혼자 버려 두었다고 마음 다치지 마라.
네 녀석 착하디 착한 심사로
에미 걱정에 마음 다칠까 걱정이다.
삼시 세끼 잘 먹고 약도 잘 먹고 있으니
에미 걱정일랑은 아예 말고
네몸 건사 잘 하거라.
살아 생전에 네가 가난 떨치고
살아 보는 것 한번만 볼 수 있다면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
행복하거라,아들아.
네 곁에 남아서 짐이 되느니
너 하나 행복할 수만 있다면
여기가 지옥이라도 나는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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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안타까운 모습인 것 같습니다.
신판 고려장인 요양원에
버려진 어느 어머니의 일기입니다.
여기 이 어머니는 바로 세상 모두의 어머니요
나의 어머니입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아니 나의 미래의 모습입니다
결코 낯설고 귀찮은 늙은이가 아니지요..
이 어머니 또한 우리와 같은 시절이 있었고
아름다운 청춘과 사랑의 시간이 있었던 한 사람이란걸
우린 기억해야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웠던 세월을 한 번 즐기지도 못하고
지아비와 우리들에게 빼앗긴 모진 삶의 주인공이란걸....
우리가 이 자리에 있음은 바로 우리들의 어버이가
계셨기에 가능하단걸....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뒤의 당신의 모습은 어떨까요?
가령이 가져다 준 질환과 고통으로 힘든 당신께
또 다른 미어지는 불효의 아픔을 가져다 드려 정말
이 죄스러움 어찌 다 할까요?
우리들을 용서하지 마시옵소서!
어여쁘신 당신....
진정 당신의 삶과 그 모습을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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