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의 창간 특집 조직운영 관련 시리즈기사입니다. 참 잘된 대단히 유익한 기획기사입니다. 여러분들 조직에 원용할 수 있는 12가지 조직운영 비밀의 단초를 찾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창조적 시스템이론을 제시한 미국 시카고대학의 미하이 칙센미하이 교수의 분석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르면 창조경영의 시스템은 △개인(individual) △분야(field) △영역(domain)으로 구성된다. '개인'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지식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분야'는 개인의 아이디어를 선별하고 자원배분을 결정하는 사람이다. 기업의 경우 사업화나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의사결정권자다. 마지막으로 '영역'은 과거에 생성된 지식이나 정보 규칙 절차 등의 집합체다. 기업 내에 존재하는 각종 정보 지식 기술 관행 문화 제도 등이 해당된다. "

1. 창의성의 비밀
2. 편제의 비밀
3. 협력의 비밀
4. 관리의 비밀
5. 네트워크의 비밀
6. 차별화의 비밀
7. 공부의 비밀
8. 마음의 비밀
9. 신뢰의 비밀
10. 변화의 비밀
11. 선택의 비밀
12. 성공의 비밀
13. 삼성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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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와 함께 내한 공연을 가진 미국의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에는 지휘자가 없다.
팀원들이 스스로 악보를 해석하며 악장과 수석도 직접 선정한다. 하지만 이 오케스트라는 2001년 그래미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연주력을 발휘했다. 경영학계의 전설적 이야기꾼인 피터 드러커는 "미래 기업은 바로 이 오케스트라처럼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악보를 읽고 해석하는 상상력과 음감의 조화를 이루는 상호 협력이야말로 기업 조직의 혁신적인 모델이라는 것.
눈을 부릅뜨고 귀를 크게 세워도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비즈니스의 세계다. 항상 1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도 없다. 만약 그런 게 있다면 과거 대우나 최근 리먼브러더스의 몰락을 설명해낼 길이 없다.
어떤 조직이 지고 어떤 조직이 살아남는가. 이 비밀이 풀리는 순간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경쟁력이 생긴다. 비밀의 그림자를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개발 사례를 통해 엿본다.
①창의성의 비밀 1979년 일본 후지쓰의 연구원 쓰타에 시노다씨는 컬러 PDP를 개발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낸다. "TV를 벽에 걸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연구활동에 너무 몸을 혹사시킨 나머지 병원에 입원하는 불상사가 발생했고 연구 프로젝트는 중지됐다.
②편제의 비밀 2년 뒤 건강을 회복해 출근했지만 그의 보직은 연구부서에서 생산지원부서로 바뀌었다. 그래도 쓰타에씨는 부서장을 졸라 연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서장은 난감했지만 그를 도와주기로 했다. 고유 업무에서 빼주고 약간의 예산도 지원했다. 하지만 회사의 공식 프로젝트가 아니었던 만큼 쓰타에씨는 시제품조차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③협력의 비밀 그는 회사 인근 술집에 수시로 사내 엔지니어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벽걸이 TV를 만들어 세계를 놀라게 하자"고 말했다. 브라운관 TV가 시장을 주름잡던 1980년대 중반이었다. 그런 식으로 외주 업체에도 부탁했다. 일부 직원들과 외주 업체는 시제품 제작을 돕기 시작했다. 각각 해직과 거래 중단을 각오한 행동이었다.
④관리의 비밀 중간에 제작 '비밀'이 새나가 중역들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지만 이번엔 또 다른 이들이 도움을 주었다. 오랫동안 그의 연구를 반대한 상사들이 예산 지원을 늘려 주며 '바람막이' 역할을 한 것. 그 결실이 1992년 세계 최초로 개발된 PDP였다. 이듬해 뉴욕 증권거래소는 이 PDP를 객장에 내다걸었다.
⑤성공의 비밀 쓰타에씨는 2006년 "기술 혁신에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로부터 명예회원 자격을 받았다. 세계 전자업계 엔지니어들에게 최고의 명예이자 지난달 윤종용 삼성전자 고문이 부여받았던 바로 그 자격이다.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후지쓰의 성공 스토리를 떠받치는 두 가지 축은 창의성과 실행 능력이다. 창의성은 천재의 고독한 영감이 아니다. 지식의 크기와 상상력의 넓이가 그 원천이다. 기업은 이 모든 능력을 편제에 담는다. 편제는 기업의 전략과 재능을 조직하는 틀이다. 실행 능력은 팀워크와 네트워크, 관계에 달려 있다. 관계가 루틴(routine)에 빠진 족쇄여서는 안 된다. 오케스트라의 팀원들처럼, 쓰타에씨를 도왔던 사람들처럼 움직여야 한다. 월가 파탄이라는 무시무시한 태풍이 몰려오고 있는 지금, 일하는 조직의 재건을 다시 제안해본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이 평생을 기울여 연구한 분야는 사실 연금술이었다. 그는 사과가 떨어지는 원리를 깨닫기 전까지 무려 25년 동안 가망 없는 연금술 연구에 매달렸다. '종의 기원'을 저술한 찰스 다윈 역시 원래 지질학자였다. 그는 1831년부터 1836년까지 남아프리카를 탐험하면서 수천페이지에 달하는 과학노트를 작성했지만 진화론에 관한 내용은 한 문장도 없었다. 그가 진화론에 눈을 돌리게된 것은 "만약 지질이 바뀌고 있다면 동물들도 스스로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졌기 때문이다.
평생 동안 놀라운 창의성을 보여줬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하찮은 아이디어를 무수하게 쏟아냈다. 그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비행기계 제작을 위해 수년 동안 날개를 연구했지만 공기의 흐름이 만들어 내는 양력으로 비행기가 뜬다는 사실을 끝내 알아차리지 못했다. 셰익스피어와 피카소는 세기의 대작들을 만들어낸 천재들이었지만 그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작품들보다 몇 십배나 더 조악한 작품들을 창작한 적이 있다.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의자를 갖고 싶다면 나무가 필요하고, 우유를 얻으려면 소를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옛날엔 사람들은 아이디어가 '그냥 생긴다'고 생각했다. 실례로 모든 학교에서는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깨달았다는 뜻의 그리스어)라고 외치면서 부력의 법칙을 발견했다고 가르친다. 그로부터 2000년 가까이 흘러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중력의 법칙을 발견했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런 일화는 그 두 사람이 사전에 오랫동안 해당 주제를 곰곰이 생각했다는 중요한 사실을 완전히 무시했다.
창의성을 학문의 틀에서 비교적 체계적으로 분석한 이는 헝가리 철학자인 아서 케슬러다. 그는 '창작의 예술'이라는 저서를 통해 창의적 과정을 이연현상(bisociation)이라고 정의했다. 이연현상이란 서로 관련이 없는 두 가지 사실이나 아이디어를 하나의 아이디어로 통합하는 것이다. 케슬러는 난데없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식의 아이디어 탄생 논리를 거부했다. 대신 변화는 때때로 예기치 않게 일어나지만 존재하는 현상이나 사실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즉 아직 존재하지 않는 관계, 아직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관계를 창조하는 과정이 이연현상이라는 것이다.
이 이론대로라면 뉴턴이 사과와 만유인력의 법칙을 연결한 것이나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부력 이론을 얻었다는 얘기에 수긍이 간다. 하지만 이 이론은 수많은 걸작들을 양산한 모차르트의 창의성에 맞닥뜨리면 효용가치가 떨어진다. 득의에 가득찬 모차르트의 창조성과 풍부한 영감을 설명해 내지 못하는 것.
▶▶합리성 vs 창의성 케슬러가 유럽에서 이연현상 이론을 정립할 때 미국에서는 창의성에 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러시아와의 우주개발 경쟁에서 뒤처진 이유가 상상력 빈곤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 미국은 1960년대 중반부터 캘리포니아 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구진은 인간이 갖고 있는 두 뇌(좌뇌,우뇌)가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좌뇌는 주로 '논리적인' 사고(수학 언어 등)를 하고 우반구는 '창의적인' 사고(상상 음악 등)를 한다는 것.실제 몇몇 실험 결과에 따르면 두뇌의 두 반구는 각각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고,심지어 외과수술을 통해 분리를 해도 각자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이론을 이어받아 에드워드 드 보노라는 학자는 보다 구체적인 이론을 제시했다. 우뇌는 상상력과 관련된 수평적 사고를,좌뇌는 논리사슬을 따라 움직이는 수직적 사고를 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수직적 사고는 선택하고 옳은 것을 찾고 관계에 집중하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른바 합리성에 입각한 사고다. 반면 창의성에 기반을 둔 수평적 사고는 변화하고 다른 것을 찾으며,의도적으로 비약하고 우연한 침입을 환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과학적 의학적으로 뇌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창의성과 합리성이 완전히 등을 돌리고 있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창의성은 합리성이라는 비옥한 땅에서 꽃을 피운다고 믿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려면 반드시 배양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예술가들 역시 위대한 작품이 탄생하려면 창작 이전 단계에서 고된 합리적 사고가 선행돼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창의성에도 등급이 있다. 가장 낮은 수준의 창의성을 정의하자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행동이 모두 창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높은 선반에서 바나나를 꺼낼 때 의자와 탁자,막대기를 목적에 맞게 조립하는 침팬지의 행동 역시 창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버스를 운전하는 행위와 하이네켄의 맥주광고를 제작하는 행위를 동일한 선상에서 평가할 수는 없다. 아이디어는 기껏해야 창의성의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는 아이디어가 훌륭하다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이나 베르디의 오페라,아르마니나 프라다의 디자인을 흠모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수십만 마디의 단어를 적거나,캔버스에 수백만번의 붓질을 하는 행위를 일련의 방대한 아이디어로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합리성에 기반을 둔 수평적 사고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아이디어 창출과 아이디어 실행은 전혀 다른 문제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실행능력까지 좋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사람이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사람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각본이 형편없어도 연출을 잘 할 경우,광고가 형편없어도 제작을 잘 할 경우,잡지 기사가 부실해도 디자인과 삽화를 멋지게 창작하면 본래 아이디어가 실제보다 훨씬 좋아 보인다.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창의적인 프로젝트의 실행 단계에서 자금을 아끼는 기업은 제 아무리 연구/개발(R&D) 능력이 뛰어날지라도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그만큼 실행의 힘이 중요한 것이다.
앞서 소개한 뉴턴과 다빈치가 역사 속에 이름을 올린 이유는 몇몇 연구와 창작활동이 실행단계에서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기업 편제의 어려움은 이처럼 아이디어 창출과 실행을 하나의 조직,단일화된 흐름 속에서 엮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은 구성원들의 창의성과 실행능력을 사고 팔아야 한다. 누구의 어떤 아이디어를 채택할 것인가,누굴 통해서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킬 것인가의 문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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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선후배가 없다 … 1등의 웃음 DNA만 흐를뿐
KBS2TV '개그 콘서트'의 인기 코너 '봉숭아 학당'은 올해로 만 18살이다. 전 방송사를 통틀어 코미디 프로그램 중 최장수 코너다. 1990년 '코미디 하이웨이'의 한 코너로 출발해 맹구,오서방 등의 캐릭터를 내놓으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개그콘서트'에서는 2000년 부활해 20% 안팎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TV 화면에서는 웃음이 넘치는 '봉숭아 학당'이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살 떨리는 경쟁이 있다. 연출을 맡고 있는 김석현 PD(37)가 "매일 구조조정이 있다"고 말할 정도다. 시시때때로 누구든지 들어올 수도,잘릴 수도 있다.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출연진을 가린다. 이것이 20년 가까이 살아남은 '봉숭아 학당'의 저력이다.
매일 구조조정?신인에게도 오디션 기회 개그맨 4년차인 윤형빈씨(29)는 지난 4월 '왕비호'를 선보이기 전에는 존재감이 없었다. 실적(?)이 전무했던 그가 봉숭아 학당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순수하게 자기만의 아이디어로 개발한 캐릭터 '왕비호' 덕분이다. '봉숭아 학당'은 매주 개그맨들에게 오디션 기회를 준다. 아무리 신인이라도 이 오디션에서 합격점을 받으면 출연할 수 있다. 뒤집어서 보면 그만큼 현재 출연진의 자리는 불안정하다.
▶▶▶1981년부터 2001년까지 GE 회장을 지낸 잭 웰치(73)의 별명은 '중성자탄 잭'이었다. 웰치가 취임 6개월째부터 철저한 성과중심주의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자 직원들이 건물에는 피해를 주지 않은 채 직원들만 살상시킨다며 붙인 이름이다. 웰치는 350개였던 사업부를 12개로,42만명이던 직원은 27만명으로 줄였다. 이 모든 것이 GE가 잘나가고 있던 시점에 일어났기 때문에 더 충격적이었다.
실패를 계산한 끊임없는 시도 박지선씨(23)는 조선왕조부록에서 못생긴 후궁으로 인기를 끌다가 '봉숭아 학당'에 들어왔다. 혼자서 무대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반응이 안 좋을 때는 무너지기도 쉽다는 것 또한 감수해야 했다. 박씨는 "캐릭터의 틀을 완전히 잡을 때까지는 개그맨과 PD 모두 '실패를 계산한 시도'를 계속해서 펼쳐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맡은 '페미니스트'는 처음 얼마간은 자리를 잡지 못해 자신을 소개하는 정도에서 그쳤다. 하지만 모든 생각이 '야한' 것에만 수렴되는 '박교수(박성광)'와 대립각을 세우며 재미를 더하자 점차 분량이 늘어 지금은 5분 이상을 혼자서 코너를 진행한다.
▶▶▶독일에 기반을 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BMW는 1980년대부터 '가치지향적인 인사관리 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행동강령을 만들었다. 그 중 하나가 '모든 직원에게 실수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발상을 위해서라면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실수는 피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1990년부터는 아예 한 달에 한 번 직원들에게 '창의적인 실수 상'을 준다. 이런 실수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이가 있다면 그를 두고 '최고의 바보 같은 행동'의 사례로 발표한다.
팀워크로 탄생한 유행어 "하고 있는데~" 허경환씨(28)는 변명만 하는 경상도 사나이 캐릭터로 "하고 있는데~"라는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허씨는 이를 "팀워크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원래 자신의 말투였던 것을 주변 개그맨들의 추천으로 코너에서 활용했기 때문이다. 감독과 작가들은 말투만으로는 쉽게 식상해질 수 있다는 우려하에 가상의 인물 '미숙이'를 탄생시켰다. 여자에게 작업을 걸어보지만 잘 안 되는 과정을 스토리로 만든 것이다. 허씨 외에도 봉숭아 학당 멤버들은 팀원들의 피드백이 절대적인 도움을 준다고 믿는다.
▶▶▶영국 최대 정유사인 BP는 모든 경영자가 온라인상에서 기술과 정보를 교류하도록 장려한다. 이들은 업무 시간의 15%를 계열사 간,혹은 사업부문 간 지식 공유 활동에 할당해야 한다. 이런 공유의 장은 아이디어를 사고파는 오픈마켓과 같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전문기술을 찾아내는 감각을 기른다.
최대한 자율성 보장?PD는 출연여부만 결정 박성광씨(27)가 '봉숭아 학당'에서 맡고 있는 '박교수'는 80%가 그의 작품이다. '봉숭아 학당'을 시작하기 전 PD가 '무조건 야한 생각만 하는 인물'을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을 뿐이다. 그는 여기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고안해 왔다. "소년이여 '야동'을 가져라""'무료'는 짧고 '유료'는 길다"는 유행어도 탄생시켰다. PD와 작가는 개그맨들이 완성해온 캐릭터를 보고 5분 사이에 방송 출연 여부를 결정할 뿐이다.
▶▶▶사무용품 회사 3M에는 '부트레깅(Bootlegging)'이라는 것이 있다. 원래는 미국의 금주법 시대에 몰래 밀주를 판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3M에서는 상사가 연구를 중지하도록 명령한 과제를 각 개인이 근무시간 종료 후에 회사 설비를 이용하여 계속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부하 직원의 아이디어가 죽지 않도록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도다. 3M에는 '15% 룰'도 있다. 근무시간의 15%를 각 구성원이 개인적으로 흥미있는 연구에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 봉숭아학당 株價 90만원
김석현 PD는 '봉숭아 학당'을 두고 "외계인이나 짐승이 앉아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라고 말한다. '봉숭아 학당'만큼 개그맨 개개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고 다양한 컨셉트로 코너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포맷이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봉숭아 학당'에서는 어떤 융합도 가능하고 어떤 개성도 녹일 수 있다. 새롭지 않거나 재미가 없으면 가차없이 전학이다. 그 덕에 '봉숭아 학당'에서 살아남은 개그맨들은 자기만의 캐릭터를 고유의 브랜드로 갖는다. 경쟁이 치열한 연예계에서 자기만의 고유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개그콘서트'는 '봉숭아 학당'을 포함한 모든 코너를 경쟁에 붙인다. 대표적인 예로 연습실 화이트보드에는 PD와 작가들이 각 코너의 인기를 주가로 산정한 표가 있다. 코너 안에서 출연진이 치열한 아이디어 싸움을 하면서도 협력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봉숭아 학당'은 현재 90만원(상장가 5만원 기준)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봉숭아 학당'은 10~13명으로 구성돼 완전한 자유경쟁체제가 가장 잘 드러나는 코너다. 신인 개그맨도 실력만 있으면 자신의 이름을 날릴 수 있다. '황마담(황승환)''연변 총각(강성범)''출산드라(김현숙)''옥동자(정종철)''복학생(유세윤)''왕비호(윤형빈)' 등이 이곳에서 뜬 개그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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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비밀 ‥ 30kg 리카온이 200kg 사자를 공격하는 이유
미국 제록스(Xerox)사의 팔로알토연구소(Parc)는 1973년 세계 최초로 그래픽방식(GUI)의 PC를 개발했다. 마우스 워드 프로세스 등 당시로는 혁신적인 기술들이 잇따라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제록스는 이 컴퓨터를 상용화하는 데 실패했다. 연구소는 다른 부서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마케팅 부서도 설득하지 못했다. 결국 제록스는 이 컴퓨터를 창고에 방치한 채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용 워크스테이션 개발에 매달렸다. 그러나 1980년 팔로알토연구소를 방문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달랐다. 잡스는 제록스의 기술이 미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몇 년 뒤 애플이 내놓은 매킨토시는 전 세계시장을 석권하며 잡스를 일약 세계적인 기업인 반열에 올려놓았다.
▶▶ 최고의 성과를 내려면 팀으로 움직여라 조직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업무를 처리한다. 누구든 혼자서는 그 일을 수행할 수 없다. 한 사람이 팀 전체에 영감을 불어넣을 수는 있지만 모든 일을 다 처리할 수는 없다. 그래서 팀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다른 대안은 없다. 조직 내에서 가장 이기적인 사람들조차 팀을 구성하지 않고는 일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통상 팀원들에게는 역할이 부여된다. 업무에 칸막이가 생기고 책임소재가 가려져 있다. 문제는 구성원들의 자질과 특성이 천차만별이라는 데 있다. 어떤 사람은 창의적이고,어떤 이는 덜 창의적이며,또 다른 구성원은 차라리 관리형-방어형에 가깝다. 누구나 상호 협력의 필요성,그 중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그것을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 한마디로 그때 그때 다르다.
바로 그런 사정 때문에 요즘 기업들은 하부 조직을 더욱 작고 수평적인 구조로 만든다. 팀워크가 이뤄지기 쉽고 의사결정도 빨라지기 때문이다. 좋은 조직은 겉으로 칸막이가 쳐져 있어도 내부적으로는 얇은 커튼이 드리워져 있을 정도의 근접성과 친밀성을 갖고 있다. 상호 업무에 대한 이해의 폭이 크고 서로 역할이 중복되는 분야에서의 교감도 잘 이뤄진다.
▶▶진정한 팀워크는 설득과 공감의 자리에 있다 하지만 작을수록 협력이 잘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사소한 의견대립이 감정싸움 양상으로 번질 때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휴대폰 디자인을 놓고 A타입을 주장하는 사람과 B타입을 주장하는 이가 맞섰다고 하자.두 사람은 시장과 고객을 우선적인 고려 기준으로 놓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알고 있는 '시장'과 '고객'은 서로 다르다. 가만히 놔두면 평행선을 달릴 게 분명하다.
이때 팀워크가 작동해야 한다. 때로는 리더의 전격적인 개입으로 싱겁게 결판이 날 때도 있지만 그건 팀워크의 영역이 아니다. 진정한 팀워크는 설득과 공감의 자리에 있다. 두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입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근거와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팀원들을 상대로 자신의 아이디어와 실행 로드맵을 팔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팀도 하나의 시장이다.
승리는 '시장'에서 아이디어가 채택된 사람의 몫이지만 그렇다고 나머지 한 사람이 패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케팅에 실패한 팀원은 이제 최종 의사결정의 결과가 좋게 나오도록 실행에 힘을 보태야 한다. 그게 바로 팀워크다. 앞서 소니의 MP3 전략의 실패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어정쩡하게 타협했을 뿐이고,그것이 제품의 입체화?최적화로 연결되지 못했다.
▶▶ 조직 일에 냉소적인 좀비는 술집에서 기생한다 아프리카 들개 리카온은 사냥 전 반드시 작전회의를 한다. 10여마리가 서로 빙글빙글 돌면서 눈빛을 교환한다. 지휘자를 포함해 각자 역할이 주어지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리카온은 배제된다. 회의가 끝나면 찍어놓은 먹잇감을 향해 주저없이 돌진한다. 주로 영양이 타깃이다. 리카온 떼는 전격적으로 200㎏이 넘는 사자를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어렵사리 포획한 영양을 사자가 뺏으려고 할 때다. 아무리 수가 많다고 해도 30㎏ 정도에 불과한 리카온이 사자를 당해낼 수는 없다. 하지만 리카온 떼는 결코 주눅이 드는 법이 없다. 사냥이 불가능할 정도의 큰 상처를 입어도 끝까지 돌봐주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리카온 떼의 조직력은 거친 생존본능이 지배하는 사바나 초원에서 이례적일 정도로 탄탄하다. 하이에나보다 훨씬 작은 몸집을 갖고도 당당한 포식자의 일원으로 살아남은 비결이다.
팀워크는 팀의 가치를 높인다. 성공 횟수가 많아질수록 특히 그렇다. 조직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자신감이 배양된다. 좋은 팀워크는 어느 조직에나 있게 마련인 좀비(Zombie)들을 척결하는 데도 유리하다. 좀비는 말 그대로 조직 내에서 거의 죽어있는 사람들로,새로운 아이디어에 전혀 관심이 없다. 무관심과 냉소만 보낼 뿐이다. 이들의 특징은 보통 때 가만히 있다가 술집같은 곳에서 불평을 늘어놓는다. 게릴라처럼 수시로 조직 내 변화 주도자와 아이디어 입안자들을 공격한다.
▶▶협력의 인자가 없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다 그래서 닛산에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카를로스 곤 회장은 "회사 인근에 술집이 번성하는 조직은 망한다"고 갈파했다. 그는 "변화가 제대로 이뤄지면 새로운 가치가 생겨나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면 술집만 좋은 일 시켜준다"고 말했다. 좋은 조직이 좀비들을 내치는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상호 협력을 위해서는 업무나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그것을 이루기 위한 학습 분위기가 선행된다. 좀비들이 공부를 할 리가 없다. 겉으로 공부하는 척 해도 모두가 학습하는 곳에서는 금세 정체가 드러난다. 집단 항명을 하는 무리도 더러 있겠지만 대개 부서 변경을 신청하거나 그 전에 도태되는 코스로 간다.
그리하여 아무리 좋은 편제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협력의 인자가 없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 될 수밖에 없다. 편제 자체가 협력을 위한 배려와 열정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편제는 베낄 수 있다. 충분히 모방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좋은 조직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완전히 차원이 다른 얘기다. 협력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다. 목숨을 각오하고 덤벼드는 용맹함과 부상당한 동료의 먹거리를 챙겨주는 팀워크가 없다면 리카온의 편제는 그저 오합지졸의 들개떼로 전락할 뿐이다.
협력의 비밀 ‥ 26명 '멀티'들이 쏘아올린 역전의 하모니
어느 분야에서든 역전은 어렵다. 총력전을 펼쳐도 '한끗' 차이인 2등이 1등을 따라잡기 어려운 세상이다. 피 말리는 경쟁이 벌어지는 스포츠계도 마찬가지.하지만 우리는 하위권을 맴돌던 팀이 갑자기 1등으로 올라서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목도한다. 스포츠계의 속성이 그렇다고 생각하기에는 그들이 벌이는 각축전이 너무나 치열하고도 뜨겁다. 취재팀이 SK 와이번스를 찾아간 이유는 단기 역전의 비밀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이 팀의 2006년 성적은 8개팀 중 6위였다. 연고를 삼고 있는 인천지역엔 변변한 고교 야구팀도 없다. 하지만 SK 와이번스는 지난해 창단 8년 만에 우승 축하포를 쏘아올린 데 이어 올해도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올 시즌은 그야말로 SK 와이번스의 독주 체제였다. 시즌 초반에 일찌감치 1위 자리에 오른 뒤 단 한번도 1위를 내주지 않았다. 다른 팀이 약해진 것일까.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SK가 몰라보게 강해진 것이다. 고작 26명이 있는 조직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美ㆍ中ㆍ日 야구 접목한 완벽한 컨버전스='+α'의 화수분 SK 와이번스 야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일본과 미국 야구의 접목이다.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 코치를 지낸 김성근 감독과 미국 프로야구 시카고 화이트삭스 불펜 코치로 9년간 활약한 이만수 수석코치의 배합은 미ㆍ일 야구의 완벽한 컨버전스다. 실제 김 감독은 세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상대 공략법을 찾아내는 일본식 야구를 중시하는 반면 이 코치는 선수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메이저리그식 야구에 익숙한 편이다. '김성근-이만수' 지도 체제 출범 당시 서로 다른 야구 스타일의 충돌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조직문화를 창출하는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됐다.
-컨버전스는 현대 기업경영의 트렌드다. 영국의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경영자들을 계열사나 다른 근무지로 교차 발령하고,독일의 전기전자기업 지멘스의 경영자들은 1년에 여러차례 재무와 마케팅처럼 완전히 다른 종류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업 부문에 배치된다.
▶▶끊임없는 주전 경쟁…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가슴 졸인다 SK 와이번스에선 자신이 확고한 주전 선수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붙박이 4번타자 자리를 꿰차고 있는 선수도 없다. 매일매일 타순이 바뀌어 상대팀이 타순을 예측할 수 없는 이른바 '플래툰 시스템'이 SK 와이번스의 전매특허일 정도다. 그만큼 각 포지션의 위치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김 감독이 2개 포지션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를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외야수인 이진영이 내야수 수비를 보고,내야수인 정근우가 외야수를 맡는 식이다. 3년차 포수인 이재원은 1루수와 3루수까지 맡는다.
팀내 주전 경쟁은 선수들에게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된다. 언제든지 내가 주전이 될 수도 있고 후보가 될 수도 있다는 긴장감은 선수들로 하여금 연습과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SK 입단 9년차인 이진영(우익수)은 "선수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경쟁의식이 팀 전체의 경기력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혹독한 훈련 통해 잠자는 호랑이를 깨운다 SK 와이번스에 진정한 2군은 없다. 말이 2군이지 언제든지 1군으로 향할 수 있는 1.5군급 선수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혹독한 훈련을 통해 후보 선수들의 잠재된 능력을 100% 이상 끌어낸 결과다. 올해 SK선수단은 시즌 내내 부상 병동이었다. 이호준 정경배 등 지난해 우승을 이끈 간판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이진영 박경완 박정권 등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돌아가며 1군에서 빠졌다. 그 공백을 1.5군급 대체 선수들이 메웠다.
SK 와이번스 2군은 또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해외 전지훈련을 떠난다. 2군 포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일본에서 코치를 데려와 10일 정도 훈련을 시키기도 한다. SK 와이번스는 지난달 26일 꼴찌팀인 LG 트윈스에 3-1로 패했다. 21일 페넌트 레이스 1위를 확정지은 뒤 치른 경기였다. 선수단은 이날 오후 11시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가장 중요한 포스트 시즌을 남긴 상황에서 해이해진 기강을 다잡기 위해서였다. 코칭스태프는 이 자리에 없었다. 특훈도 가졌다. 늘상 하던 것과 똑같이 몸풀기를 비롯해 타격과 수비 연습을 진행했다.
-경영학자 톰 피터스는 "경기가 좋을 때 사원 교육 예산을 2배로 늘리고,나쁠 때 4배로 늘려라"라고 말했다. 직원 교육을 경쟁력 제고의 원동력으로 본 것이다. IBM은 사내 직원교육 투자를 아끼지 않는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 IBM은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약 8억달러를 직원 교육비로 투자하고 있다. 이는 미국 하버드대의 연간 강의 예산보다 많은 수준이다.
▶▶주전 보장ㆍ2군ㆍ개인플레이 없는 3無 조직…매일 다른 라인업 구성 SK 와이번스의 야구는 '전원 야구(total baseball)'다. 전원 야구는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가 크지 않아 많은 선수들이 골고루 출전하는 방식의 시스템 야구를 일컫는다. 전원 야구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팀플레이다. 이 같은 전원야구의 팀플레이는 경영조직의 태스크포스(TF)팀이 필요로 하는 팀워크와 일맥상통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TF팀이 단기간에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선 팀원 간 팀워크가 필요하듯이 매일 다른 주전 라인업으로 구성되는 SK 와이번스가 이기는 야구를 하기 위해선 선수들 간 팀플레이가 필수일 수밖에 없다.
SK 6년차 고참인 박경완(포수)은 "자신의 성적이 아닌 팀의 승리를 위해 경기에 임하는 것이 결국에는 주전 발탁 등 자신에게 보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팀플레이에 대한 큰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시간의 비밀‥시간맞춘 '좋은' 제품이 가치있는 이유는…
 | 시간맞춘 '좋은' 제품이 시간넘긴 '최고' 보다 가치있는 이유는…
BMW의 브랜드와 디자인은 특별하다. 도요타의 15%에 불과한 차를 팔면서도 그 명성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 브랜드 전문가 왈리 올린스는 "BMW 특유의 개성과 정체성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렸다"고 평했다.
전 세계 모든 메이커들이 BMW의 디자인 능력을 벤치마킹하고자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성공한 디자인이 갖고 있는 독창성과 영향력까지 베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국 청년들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애플의 아이폰 역시 마찬가지.경쟁사들이 유사한 제품들을 쏟아내도 아이폰은 아이폰이다.
대중들은 독창적인 제품에 열광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요즘 경영화두로 각광받고 있는 감성마케팅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유행 변천의 역사는 인류 복식문화의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이 때문에 자동차업체와 TV 메이커들은 끊임없이 스타일을 바꾼다. 화장품과 초콜릿 포장은 갈수록 화려해지고 있다. 기업들의 사무실 인테리어도 바뀌고 변호사 같은 전문인력들이 사용하는 편지 봉투,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 보고서 제작 역시 디자이너의 몫으로 옮겨오고 있다.
▶▶ 창의성의 최대 걸림돌은 시간 창의성은 우리 일상생활의 사방에 녹아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지 않는 제품은 없다.
창의성이 범람하는 이유는 대중들이 새로운 생각과 디자인을 계속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에 성공했다고 미래에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대중(소비자)들의 취향은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 대중은 시장에서 창의적인 제품들을 선별적으로 고른다. 비록 창의적일지라도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런 가책 없이 배격해버린다.
문제는 창의적인 능력을 분출하고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통상 디자이너를 고용할 때 드는 비용이라면 인건비와 부수적인 활동경비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비용은 시간이다. 아무리 뛰어난 창의성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유행의 흐름을 놓쳐버린 제품이나 서비스는 그 가치를 잃게 돼 있다. 신차 개발 기간에 맞춰 새로운 스타일을 내놓지 못한 디자이너는 그저 회사 비용 증가에 기여할 뿐이다.
게다가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들은 대개 마감시한이 닥쳐서야 일하는 습관이 있다. 우리는 일부 방송 작가나 소설가들이 밤을 새우고 나서야 겨우 원고를 마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 창의적인 사람은 시간을 통제할 줄 안다 창의적인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징은 완벽을 추구한다는 것.단 1%의 개선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몇 달에 걸쳐 바꾸고 또 바꾼다. 결코 그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그들은 더 나은 아이디어를 창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좋은 아이디어도 폐기한다. 창의적인 사람들이 쓰레기통에 버리고 간 아이디어를 휴지통에서 다시 꺼내 쓰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일반 생산라인이나 지원조직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업이 언제나 최고의 제품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의 변수를 대입하지 않는 경영은 죽은 경영이다. 만약 시간을 맞춘 '좋은' 제품과 시간을 넘겨버린 '최고'의 제품이 있을 경우 많은 기업은 '좋은'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창의적인 직원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시간을 적절하게 통제해야 한다. 그래서 시간 싸움이 벌어진다. 창의적인 사람은 더 많은 시간을 원하고 관리자는 줄이려고 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시간은 돈이다'라는 격언은 창의성을 먹고사는 기업 조직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만약 시간을 적절하게 통제해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그 기업은 대중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수익을 끌어낼 수 있다.
▶▶ '시간은 돈' 고려못한 영화 '천국의 문' 하지만 현실은 종종 그렇지 않다. 시나리오작가 출신인 마이클 치미노 감독은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었다. '대도적' '더티 해리2' '디어 헌터' 등이 그의 걸작들이었다.
그는 1978년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사로부터 백지수표를 받고 '천국의 문'이라는 영화 제작에 들어갔다. 하지만 감독은 제작의 모든 단계에서 정해진 시간을 지키지 못했다. 길어야 석 달 정도로 계획한 제작기간은 무수하게 반복된 재촬영으로 2년이나 걸렸다. 여기에다 완성된 영화의 '오리지널 타임'은 5시간이 넘었다. 그 영화를 2시간30분짜리로 편집해 극장에 내다 걸었지만 그 결과는 대재앙이었다. 스토리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고 2년이란 시간을 끌면서 제작한 영화를 절반으로 줄이다보니 화면 연결도 엉성했다.
영화는 개봉한 지 불과 나흘 만에 간판을 내렸고 무려 4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은 영화사는 파산절차에 들어갔다. 당시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사의 손실은 기네스북에 올랐다.
▶▶ 시간속엔 상호협력의 비밀이 숨어 있다 기업들은 창의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비용을 통제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훈련시켜야 한다. 동시에 최대한 많은 양의 제작 정보를 제공해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들이 나중에 "그건 몰랐다"고 말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 과정은 또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스스로 창의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 역시 상업적 규칙에 맞게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직장인이라면 대개 상사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게다.
"이번 프로젝트는 소신을 갖고 한번 해봐.무엇이든 구애받지 말고 자유롭게…."
하지만 이 얘기를 액면 그대로 믿었다가는 나중에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상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실상은 대부분 이렇다.
"당신은 경험이 많은 사람이야.그래서 이런 종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얼마나 비용이 들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들지 잘 알거야.이번 건은 특히 중요하기 때문에 예산과 시간을 다소 초과해도 괜찮아.당신이 좋은 결과만 낼 수 있다면 말이야.물론 합리적인 선을 넘지 않아야 할거야.우리는 전에도 함께 일한 적이 있으니까 내가 뭘 원하는지 잘 알거야."
결국 시간의 비밀도 이처럼 상호 협력과 이해의 관계 속에 있는 것이다. 만약 상사의 뜻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면 그 조직은 그 다음 단계,'네트워크의 비밀'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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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 가운데 '냄비 근성'과 '치맛바람'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빨리 싫증을 내는 '냄비 근성'은 보다 새롭고 창의적인 제품을 갈구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고,'치맛바람'은 높은 교육열로 대체할 수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표현 역시 유난히 많은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IT 강국의 이미지와 오버랩시킬 수 있다. 스피드와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인은 장점이 많다. |
시간의 비밀‥'90분의 스피드' IBK 최대 히트작을 탄생시킨다
서민섬김통장 年6% 파격금리
상품개발팀서 90분만에 신속결정
출시 6개월만에 23만계좌 깜짝 유
기업은행은 소비자금융 분야에서 최약체 은행이다. 대형 시중은행에 비해 지점 수와 고객 계좌 수가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이 은행의 상품개발팀은 최근 1~2년 사이에 다른 시중은행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참신한 상품들을 내놓으며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무시간이 한창인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 기업은행(IBK) 본점.진한섭 상품개발부 팀장이 내년 초 선보일 '빌딩 블록(Building Block)' 방식의 금융상품에 대해 팀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빌딩 블록 방식은 마치 건물의 블록을 쌓아가듯 고객의 니즈(needs:요구)에 맞게 금리ㆍ수수료ㆍ부가서비스 등을 자유롭게 조합해 상품을 만드는 것.금리를 탄력적으로 높이는 대신 교차상품의 옵션을 다양하게 걸자는 주장이 나오자 엄경호 차장이 차분한 목소리로 반박한다. "옵션을 다양화해봤자 복잡하기만 하고 고객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간단한 슬로건으로 이 상품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안부터 고민해보자." 이때부터 팀장 차장 과장 대리 할 것 없이 난상토론을 벌이며 회의실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 시장 흐름 이용한 참신한 아이디어 상품 대박 상품개발팀의 올 최고 작품은 단연 '서민섬김통장'이다. 이 통장은 통상 고액 예치자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금융권 관행과 달리 서민들의 소액 예금에 파격적인 금리 우대 혜택을 제공하자는 '역발상'으로 탄생했다. 올해 4월1일 출시한 이 상품은 9월24일 현재 누적 수신액 4907억원,22만7318계좌를 기록하며 '창행 이래 최고 히트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역발상은 현실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서 비롯됐다. 타 은행보다 고객 기반이 턱없이 취약하다는 솔직한 자기 진단에서 시작된 것.권영만 차장은 "단기적으로 손해를 입는 '역마진'을 보더라도 효율적인 교차상품 설계와 고객관계관리(CRM)를 통해 고객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면 이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금융권에서 누구도 생각해보지 못한 신선한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이것이 상품 설계로 이어질 때는 어김없이 금융공학이라는 첨단 지식이 동원됐다. 아이디어가 나온 지 불과 2개월반 만에 서민섬김통장이 출시됐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상품이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출시 후 2주가 지난 올 4월15일.기업은행 A지점장의 제안이 상품개발팀에 접수됐다. 당초 상한선으로 정했던 연 5.4%대의 금리를 신규 고객에 한해 5.7% 선으로 높이자는 제안이었다. 상품 개발의 원래 취지였던 고객 확대를 위해서는 0.3%포인트의 추가 금리 지급이 필요하다는 것.
이때부터 상품개발팀의 기동력이 발휘됐다. A지점장이 긴급 타전을 한 시간은 오전 9시30분.상품의 최종 승인권을 갖고 있는 부행장과 상품개발팀이 머리를 맞댔다. 1시간30분이 지난 오전 11시,상품의 금리설계 변경 승인이 떨어졌다. 수천억원의 자산 이동이 90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황우용 과장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박리다매'라는 전통적 상거래원칙,그리고 금융공학과 빠른 의사 결정 과정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기업은행의 최대 역작"이라고 자부했다.
▶▶ 역발상의 힘…본전도 못 찾을 상품이 효자상품으로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까운 은행권의 수시입출금식 예금 대신 "하루만 맡겨도 ~%"라는 모토를 내건 종합금융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맹위를 떨치던 2007년.같은 해 2월 상품개발팀은 '증권사 CMA 대응상품 개발 검토안'을 은행장에게 올렸다. 예금 적금 등 전통적 금융상품에 대한 충성도가 급격히 무너지고 CMA로 자금 이동이 확대되면서 이를 만회할 상품이 절실하다는 내용이었다. 밤낮없이 외국 금융사 상품구조를 뒤지던 진 팀장은 울위치(Woolwich)사가 바클레이즈은행을 통해 판매하던 상품을 보고 책상을 쳤다. 은행의 전통적인 수익모델인 예대마진(예금과 대출금리 간 차익)을 탄력적으로 운용한 복합상품이었던 것.진 팀장은 예금과 대출의 '오프셋(offset:상쇄)' 개념을 적용한 상품인 'I-플랜 대한민국 힘통장'을 후속 보고서에 올렸다.
이 통장은 '300만원'을 초과하는 예금액에 대해 매일 최고 연 5%의 금리를 제공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작년 8월13일 출시한 이 상품은 올해 9월24일 기준 5751억원,총 계좌 73만3064개를 유치하며 기업은행의 또 다른 히트상품으로 자리를 굳혔다. 현재는 예금기준액이 100만원까지 낮아졌다.
예대마진 극대화는커녕 본전도 못 찾을 가능성이 컸던 '모험'을 기획한 이유는 뭘까. 박희진 차장은 "업계에서 불리한 위치를 반전시키려는 역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타 은행은 급여통장 여신이 월 수조~십수조원에 이르는 데 비해 기업은행의 월 여신액은 1조여원 수준.어차피 타 은행과 경쟁이 안 될 바에야 경쟁의 틀 자체를 바꿔보자는 역발상이 먹힌 것이다.
▶▶ 첨단 금융 공학기법으로 진입장벽 만든다 I-플랜 급여통장의 히트 이후 경쟁 은행들은 모방상품을 쏟아냈다. 모 은행은 오히려 100만원 이하에 금리 혜택을 주는 상품까지 내놨다. 그러자 상품개발팀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타사가 도저히 모방하려고 해도 엄두를 못 낼 그런 상품은 없을까? 아이디어와 실행 능력만으로는 시장 선점효과가 있을 뿐 유사제품의 진입을 막지는 못한다.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진 팀장은 "우리 회사,우리 조직원들만 상품을 운용할 수 있게 만드는 정보기술(IT )시스템이 있다면 경쟁사들에 충분히 진입장벽을 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팀과 경영진의 결단에 따라 바뀌는 상품구조를 그때그때 변경할 수 있는 혁신적 시스템이 전제조건이다. 금융권은 이를 '차세대시스템'으로 정의하고 IBM 등 유수 외국 IT 컨설팅기업과 삼성SDS 등 시스템통합(SI) 기업을 통해 차세대시스템을 한창 구축 중이거나 구축을 완료했다. 진 팀장은 내부 회의 못지않게 SAS 오라클 IBM 등 IT 컨설팅기업 및 SI 기업 관계자들과 수시로 만난다. 사내 마케팅부,재무설계부는 물론 IT계정계 시스템 담당 직원들과도 항상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열어놓고 있다. 내?외부를 넘나드는 커뮤니케이션이 없다면 결국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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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의 비밀‥'창의성'이 놀 멍석이 쫙~ 깔렸으니까
 | 쥐꼬리만한 연봉에 밥 먹듯 야근해도
오랫동안 사귄 연인이 갑자기 떠나도
PMC 프로덕션 사람들은 웃는다
지난 6일 서울의 어느 공연장.관객으로 가득 찬 객석은 영어와 일어,중국어 등 전 세계 언어로 시끌벅적했다. 이어서 배우들의 퍼포먼스가 시작됐다. 무대 주변 어디에도 각국어가 번역돼 나오는 자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청중들의 웃음과 박수는 신기하게도 끊이지 않았다. 드디어 이 극장에서 만국공용어가 탄생한 것일까? 이곳은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도 영국 런던의 웨스트엔드도 아니다. 서울 정동의 난타 전용관이다. 난타 공연에서 외국인의 비중은 이미 평균 80%를 넘어섰다는 말이 실감나는 장면이다.
난타의 성공은 이름만 들어도 진부할 정도다. 사람들은 대부분 난타의 성공을‘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어느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콘텐츠의 힘을 높게 평가한 것.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난타를 제작한 공연기획사 PMC 프로덕션 내부에서는 의외의 답을 내놓는다. 콘텐츠의 힘으로 공연을 알리게 됐지만 정작 세계적인 작품으로 클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인 관광객을 노린 마케팅의 힘이라고 자평한다.
공연계 사람들은 비즈니스 개념이 희박한 여타문화예술단체보다 PMC 프로덕션이 마케팅에 일찍눈뜰수있었던이유를 두고 닭과 달걀의 순서 논쟁을 벌인다. 공연이 잘 돼서 기업적인 마인드를 갖게 됐는지,처음부터 공연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보였기 때문에 관람권이 잘 팔렸는지 아직도 헷갈려 한다. 분명한 한 가지는 PMC 프로덕션이 다른 어느 공연기획사들 보다세칭‘또라이’를잘다뤘다는점이다. 공연을좋아한다는 공통점 외엔 들쭉날쭉한 개성을 가진 젊은이들의 능력을 120% 활용하는 것은 분명 이 조직의 힘이다.
▶▶ 아무리 엉뚱한 아이디어라도 서로 공유한다 PMC 프로덕션에서 해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김영인씨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를 일컬어 "월급,여가시간등에서 어느 하나 좋은점이 없는곳"이라고 단언한다. PMC프로덕션에 처음 입사한 사원의 연봉은 2000만원 수준. 여타 세금을 떼고 나면 한달에 받는 돈은 100만원을 가까스로 넘는다. 야근은 밥 먹듯이 하고,밤 새는 일은 더 이상 새롭지도 않다.
물론 이곳의 공동대표인 송승환씨와 이광호씨를 악덕사장 이라고 말 할수는 없다.올해 초에는 전체주식의14.88%,74만400주를 우리 사주로 80명의 직원에게 나눠줬다. 모두 액면가였고 1인당 평균 1만주씩 돌아갔다.PMC 프로덕션은 내년쯤 코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다.
이곳 직원들은‘창의성이라면 오로지 나’라는 생각으로 지원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평균 연령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니 넘치는 개성과 젊은 혈기가 만났다. ‘또라이’를 구성하는 양축을 모두 갖춘 셈이다。이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것은 ‘공연’과 ‘개성을인정하는 PMC문화’다. ‘공연’하나만 보고 모인 사람들이니 무대에 자신들의 작품이 올라갈 때 쾌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독특한 것은 바둑알처럼 흩어질 것 같은 이들이 조직력을 만들어낸다는점이다. 이런힘은 아무리 엉뚱한 아이디어라도 모두가 공유하고 실행단계까지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PMC 프로덕션의 분위기 때문이다. 사람들이내는아이디어의 절반 가까이는 투표에 부쳐진다. 입사 연차에 상관없이 투표에서 최다 득표한 사안은 100% 실행에 옮겨진다.
▶▶ 모두가 CEO…성과만 내면 무엇을 하든 괜찮다 PMC 프로덕션의 또라이들을 다루는 방법은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데 있어서도 모든 권한을 직원들에게넘긴다. 각자의 영역을 확실하게 만들어주면서 거기서 성과를 내게 하는 것이다. 여기에맞춰이 회사엔 출근과 퇴근 시간이 없다. 넥타이도 없고,모범 직원으로 꼽히는 사람도 없다. 성과만 내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회사의 무책임 함이 직원의 책임감에 무게를 더하는 것.
마케팅팀의 유일한 유부남 홍종욱씨는 “일주일에 회사에는 1~2시간만 있는다”고 한다. ‘어린이 난타’의 단체관람 마케팅을 맡고 있는 그는 회사 최고의 세일즈맨으로 꼽힌다. 대외비라 밝힐 수 없지만 그가 어린이난타에 투입된 뒤로는 매출이 목표치보다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상사의 제약이 없으니 아이디어도 자유분방하게 내놓는다. 작년 연말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고객 초대용 공연을 따낼수있었던것도이들의기발함때문이다. 평균연령이40,50대인 고객들을 초등학생처럼 학교와 반 이름을 정해준 다음 각각의 반 학생들을 서울 각지 공연장으로 초청한 것. 학창시절로 돌아간 기분 때문인지 고객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 매일 열리는 크고 작은 회의 통해 소통한다 PMC 프로덕션 직원들 사이에는‘이 회사에 들어오면 3개월 안에연인과헤어진다’는말이돈다. 실제로인터뷰에응한마케팅팀 20명 중 17명은 회사에 들어와서 연인과 헤어졌다. 평일에는 야근을 하거나 공연장에 나간다. 주말에는 한 달에 한번꼴로팀원들끼리여행을간다.구성원모두가‘끼’가넘치니 일할 때나 놀 때나 남들보다 더 다이내믹한 것.
회의도 잦다.일주일에 한번 팀별 회의를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논의는 매일 작고 크게 열리는 비공식적인 회의에서 결정된다. 기업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지예씨는 “두세명이 모여 회의실로 커피 한 잔씩을 들고 들어가서 업무와 관련된 얘기와 농담을 섞어가며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머그컵 반잔 정도를 천천히 마시고 나올 때까지 진행되는데 시간으로 보면 30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케팅팀장을 맡고 있는 김인제 이사는“각 팀의 영역이 뚜렷해서서로간의 소통이 단절될 우려가있다”며“이런비공식적인 모임들로 상호간의 중간 점검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PMC 프로덕션의 작품들은 태생부터 기발한 것보다는 중간 단계에서 수많은 수정 과정을 통해 탄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난타도 1997년 첫 공연 때와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변모했다.
▶▶ 1년에 한번 구성원들을 위해 통 크게 쏜다 난타를 관람하는 외국인 관광객 중 60%는 일본인이다. PMC 프로덕션이 일본의 여행사들을 고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PMC 프로덕션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인을 단골고객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작지만 체계적인 조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마케팅을 담당하는 유대곤씨는 “일본인들과 개인적인 신뢰감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은 기본적으로 비즈니스 부분만 확실하게 해주면 영원히 거래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직원을 뽑을 때도 여느 대기업과 마찬가지로‘공개채용’을 활용한다. 1년에 한번 가을에 신입사원들을 뽑는다. 연말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경진대회도 연다. 여기서 뽑히면 뉴욕 브로드웨이로 일주일간 여행을 보내준다. 사원들의 사기 진작도 제대로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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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조직이 갑자기 삐걱된다면 그곳엔 '또라이'가 있다
영국의 저술가이자 군인으로 아랍의 독립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진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는 191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12명의 아랍인을 데려왔다. 그는 1962년에 제작된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실제 모델이기도 했다. 생전 처음 외국여행을 하게 된 아랍인들은 투숙한 호텔 목욕탕의 수도꼭지를 보고 신기하게 생각했다. 단 한번 작동으로 물이 쏟아졌으니 그럴 법했다. 그들은 마음껏 목욕을 즐겼다.
로렌스를 정말 당혹케 한 사건은 그들이 귀국하는 날 터졌다. 호텔 로비에 도착한 로렌스는 약속한 시간에 아랍인들이 나오지 않자 호텔 직원과 함께 객실로 올라갔다. 아랍인들은 놀랍게도 수도꼭지를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황당해하는 로렌스에게 아랍인들은 이렇게 얘기했다. "이걸 가져가면 사막 한 가운데서도 마음껏 목욕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 아랍인들은 수도꼭지가 물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들은 수도꼭지 뒤에 물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메커니즘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수도꼭지→파이프→수도관→저수지로 연결된 네트워크 말이다.
▶▶ 네트워크엔 중앙과 주변이 따로 없다 세상은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네트워크는 관계와 관계의 연결이다. 네트워크에는 중앙과 주변이 따로 없다. 어떤 네트워크든 관계의 확장 여부에 따라 중앙이 될 수도 있고 주변이 될 수도 있다. 중앙이 따로 없다보니 통상 연결형 조직에 따르게 마련인 지시나 통제도 없다. 정보가 흐르는 길도 일정한 방향이 없다. 최근 자살로 생을 마감한 '최진실 사건'에서도 네트워크의 궤적을 그려볼 수 있다. 루머 생산자→유포자→증권사 메신저→인터넷→일반인으로 연결된 것이다.
몇 년 전 모 방송사 프로그램은 연예계 최고의 마당발을 조사해본 적이 있다. 한때 개그우먼으로 활동했던 박경림이 첫 손가락에 꼽혔다. '박경림이 아는 사람','박경림을 아는 사람' 모두를 조사해봤더니 그녀의 거미줄이 가장 촘촘하고 넓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기업인의 눈으로 보면 박경림은 사업을 해야 할 사람이다. 비즈니스 성공의 요체는 네트워크에 달려 있다. 박경림은 연예계 네트워크의 허브요 중심이다. 하지만 이 '중심'은 또 다른 마당발이 나타나면 주변으로 밀린다.
▶▶ 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 그렇다면 네트워크는 왜 중요한가. 관계를 맺으면 시너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기러기는 'V'자 대형으로 날 때 가장 멀리,빨리 간다. V자형으로 이동하면 혼자 나는 것보다 같은 시간에 70%의 거리를 더 이동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가장 앞에 선 기러기로부터 양력(위로 뜨는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먼 거리를 날아가야 하는 철새들에겐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새가 다른 새의 날개 끝에서 날아간다면 뒤에서 나는 새는 앞에서 발생한 양력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비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이 만드는 네트워크는 자연이 설계해 놓은 시너지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기러기는 본능으로 시너지를 내지만 조직은 협력과 전략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메칼프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네트워크의 가치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게 인터넷이다. 사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이용가치는 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2001년 옥션 주식의 50%가 1500억원의 가격에 이베이에 양도됐다. 하지만 옥션 설립과 유지에 들어간 비용은 그보다 훨씬 적었다. 2000년 아메리칸온라인(AOL)이 M&A 사상 최대 금액인 1120억달러에 타임워너를 인수한 것은 사실상 네트워크 기업이 콘텐츠 기업을 포획한 사례였다.
▶▶ M&A는 외부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수단이다 통상 기업들이 M&A(인수ㆍ합병)를 추진하는 이유는 피인수대상 기업의 지식과 네트워크를 흡수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엔 해당 기업이 갖고 있는 자산이나 설비가 중요한 기준이었지만 요즘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 일차적인 기준이다.
두산은 미국의 건설기계회사인 밥캣을 인수할 때 "밥캣이 미국시장에 갖고 있는 네트워크와 판매 역량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M&A에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던 삼성전자가 최근 세계적인 반도체 특허기업인 샌디스크를 인수하려는 것도 첨단 기술과 양산만으로는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확장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결국 M&A는 외부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셈이다. M&A보다 약한 수단으로는 전략적 제휴와 기술-자본-판매 제휴 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계약서를 동반하지 않은 네트워크의 확장은 어떻게 가능할까. 전략과 팀워크,아이디어와 실행능력에서 나온다. '빠꿈이'(경계확장자)들이 갖고 들어오는 정보나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새로운 사람과 조직들을 만나야 한다.
네트워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외부 못지않게 내부 네트워크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보수집→아이디어 창출→의사결정→부서 간 협력→실행이라는 프로세스에서 조직 내 수많은 네트워크들이 가동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프로세스를 <협력의 비밀>에서 이미 살펴본 바 있다.
▶▶나쁜 성격으로 일 잘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만약 어떤 이유로 협력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줄들이 느슨하거나 끊어져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조직이 네트워크 자체에 결함이 없는데도 협력이 잘 안 된다면 대개 그 이유는 '사람'에게 있다. 고집이 세서 다른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 않거나,아니면 지독하게 게으르거나 한 사람들 말이다.
그런데 '고집쟁이'나 '게으름뱅이'보다 훨씬 더 조직에 해악을 끼치는 이들은 세칭 '또라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 단어는 쓰는 사람에 따라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 좋은 의미의 '또라이'는 영감과 감성이 너무 풍부해 다른 이들과 잘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이 부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쁜 뜻으로 사용되는 '또라이'의 공통점은 자기 중심성-배타성-몰염치로 요약된다. 정당한 이유없이 동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받게 만드는 존재다. 조직 행동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스탠퍼드 대학의 로버트 서튼 교수는 이라는 저서를 통해 이런 류의 또라이들을 조직에서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재팀은 그동안 상식에 입각해 여러 기업 관계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봤다. "성격은 (남을 불편하게 만들 정도로) 나쁘지만 맡은 일은 잘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절충형 질문에 비해 대답은 단도직입적이었다. 마창민 LG전자 마케팅 팀장은 "나쁜 성격으로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을 잘 하려면 다른 사람들과 협의를 하고 때로는 설득을 해야 하는데 그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재계 인사는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취재팀에 면박을 줬다. 그는 "또라이 옆에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 지독하게 자기 중심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옆에 가면 뭔가 상처를 입을 것 같은 피해의식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결론은 역시 일을 잘 할 수 없고,조직 내에서 성공하기도 어렵다는 것.
지금 당신의 조직에는 어떤 또라이들이 있는가. 혹시 그들이 약간의 재능을 믿고 활개치고 다니지는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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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의 비밀 ‥ '프라다폰' 성공신화 이끈 LG전자 마케팅전략팀의 힘
"우린 역발상의 달인들…업무영역 한계는 없다" 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서관 21층.밤 12시가 가까운 시간까지 불을 훤히 밝히고 있는 이곳이 바로 LG전자 휴대폰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 사업본부의 마케팅전략팀이 있는 곳이다. 초콜릿폰,샤인폰,시크릿폰 등 '블랙라벨' 시리즈와 '프라다폰'의 대박 신화를 연달아 일궈내며 불과 2년 전만 해도 적자를 면치 못하던 휴대폰 사업을 회사의 가장 든든한 캐시카우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이 바로 마케팅전략팀이다. 특히 마케팅전략팀이 만든 프라다폰의 성공 스토리는 창의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사내 조직이 어떻게 회사 전체에 활력과 사업 영감을 불어넣고 매출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목표가 정해지면 밀어붙인다 2005년 12월 이탈리아 패션의 도시 밀라노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비아 안토니오 포가차로 거리.LG전자 MC 사업본부의 마케팅 전략팀장인 마창민 상무가 패션 명가 프라다 본사 건물 앞에 섰다. 그가 들고 있는 작은 서류가방에는 A4 16쪽짜리 사업제안서가 담겨 있었다.
몇 달 전 약속을 하고 방문 날짜를 받았지만 마 상무는 건물 내 작은 세미나실에서 3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그의 앞에 자코모 오비디 프라다 신규사업 기획총괄 부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1시간30분 동안 이어진 사업 프레젠테이션에서 마 상무는 프라다와 LG전자의 사업 제휴로 프라다가 얻을 수 있는 사업적 이익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마 상무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한동안 그를 멀뚱히 쳐다보던 오비디 사장이 마침내 입을 뗐다. "2주 뒤에 우리 CEO(최고경영자) 앞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해주시오." 100만대 판매의 대박 신화를 쓴 LG전자의 프리미엄폰 '프라다폰'의 탄생은 이렇게 시작됐다.
▶▷ 발상의 전환과 실행능력의 조화가 빛을 발하다 작년 3월 출시 이후 18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하며 프리미엄폰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프라다폰 개발은 2005년 6월 명품의 가치를 휴대폰에 적용시켜 보자는 마케팅전략팀의 아이디어 회의에서 출발했다. 기존 휴대폰에 단순히 명품 패션 브랜드인 '프라다' 상표를 붙인 라이선싱 제품이 아닌 제품의 기획부터 메뉴 디자인,심지어 벨소리까지 LG전자와 프라다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명품 휴대폰을 만들어 보자는 게 프라다폰의 기획 의도였다.
프라다폰 개발은 당시 초콜릿폰,샤인폰을 잇따라 내놓으며 경쟁사와 차별화한 '명품폰' 이미지를 세계 시장에 뿌리내리려는 LG전자에 가장 필요하고 시급한 일이기도 했다. 유승영 글로벌 마케팅전략팀 실장은 "명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가치를 휴대폰에 적용시켜 보자는 게 프라다폰의 개발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마 상무의 프라다 본사 방문 이후 두 회사의 만남은 급물살을 탔다. MC 사업본부 마케팅전략팀이 만들어낸 발상의 전환이 프라다 측의 마음을 바꿔놓은 것.프라다 입장에서도 노키아 등 상표 라이선싱 형태의 사업 협력을 원했던 기존 휴대폰 회사들과 달리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공동 개발을 요청해온 LG전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 제품기획에서 제작까지ㆍ스스로 공간을 창출하다 프라다폰의 탄생 과정은 일반적인 휴대폰 제품의 기획ㆍ생산 과정과도 큰 차이점을 보인다. 디자인실이나 연구소에서 기획한 시제품에 마케팅 부서 인력들이 달려들어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통상적인 프로세스에서 벗어나 마케팅팀이 제품 개발과 기획의 출발점이 됐다는 게 특징이다.
박승도 마케팅전략팀 차장은 "마케팅 전략팀에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내가 해야 할 업무를 지시받는 게 아니라 내가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 하는 능동적인 업무 문화가 정착돼 있다"며 "뛰어난 성과를 내는 조직은 내가 맡은 일을 무조건 열심히 하는 조직이 아니라 기존 조직과 다른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MC 사업본부의 마케팅 전략팀원들은 자신들을 빈 공간에 스스로 달려들어가 찬스를 만들어내는 축구 선수에 비유하곤 한다. 창의적인 목표 의식을 갖고 제품 기획 등 새로운 업무 영역을 스스로 창출하고 넓혀 나가는 조직을 지향한다는 뜻에서다.
▶▷ 독립된 5개 소그룹, 매트릭스 조직처럼 움직인다 MC 사업본부의 마케팅전략팀은 허브(Hub) 형태의 5개 소그룹 운영 등 독특한 조직 구성을 갖추고 있다. 초콜릿폰,샤인폰,프라다폰 등의 잇따른 성공으로 마케팅전략팀 인원이 3년 전 18명에서 현재 60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나면서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5개의 소그룹 형태로 팀을 세분화한 것. 5개 그룹은 마케팅 전략을 종합적으로 수립하고 수행하는 '글로벌 마케팅 스트래티지 1ㆍ2그룹',전시ㆍ홍보와 브랜드 캠페인 전략을 짜는 '글로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그룹',마케팅 리서치를 담당하는 '인사이트 마케팅 그룹',지역별 시장에 대한 분석과 전략을 수립하는 '고 투 마켓 그룹' 등으로 나뉘어진다.
5개의 소그룹은 각 그룹에 주어진 임무에 대해 자체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받아 상황별로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세포분열하듯 규모가 커진 마케팅전략팀은 비록 구성원들이 독립 그룹에 속해 있지만 프라다폰 개발과 같은 공동 프로젝트 수행시에는 매트릭스 조직처럼 유기적으로 연계돼 움직인다. 마 상무는 "최초의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팀원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아이디어를 더 구체적으로 보완하는 팀원들도 중요하다"며 "자유로운 의견 전달을 위해 팀원 간 수평적인 관계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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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의 비밀 ‥ 상상력을 파는 조직은 시장을 미소짓게 한다
 | LG전자의 최근 광고에는 유명 화가들이 등장한다. 드가 고흐 프라고나르 등의 그림이나 화풍이 제품력을 보여주는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광고를 제작한 이유는 간단하다. 예술가들의 풍부한 영감과 직관력이 제품에 실려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말로 아무리 좋다고 떠들어봤자 판매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차별화는 더더욱 안 된다. 고객들은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창의성을 구매한다고 느낀다. 자신이 지불하는 가격의 대가가 몇 가지 부품으로 조립한 세트가 아니라 제품력 이상의 가치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에 똑같은 것은 없다. 단 한끗의 차이로,단 하나의 아이디어로 성공과 실패가 엇갈리는 것이 비즈니스의 세계다. LG전자의 프라다폰 마케팅이 성공했을 때 삼성전자는 유럽의 또 다른 명품 업체인 아르마니와 손을 잡았다. 하지만 고객들은 LG의 방식을 그대로 베낀 '아류'라고 생각했다. 마케팅 결과 역시 그렇게 나왔다.
거꾸로 삼성이 초기 폴더형-슬림형 휴대폰 시장을 선도해 나갈 때 후발주자인 LG의 디자인 역시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삼성을 따라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차별화한 제품을 원한다.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들 말이다.
▶▷ 완전히 똑같은 칵테일은 만들 수 없다 어떤 사람이 호텔 바에 들어가 옆사람이 마시는 칵테일과 똑같은 것을 달라고 했다. 재치있는 바텐더의 대답은 이랬다. "손님,완전히 똑같은 걸 만들지는 못합니다. 비슷한 걸 드릴 수 있을 뿐이죠."
어떤 사람도 특정한 방식으로 특정한 장소에서 특정 시간에 행한 행동을 되풀이할 수 없다. 차별화는 언제 어느 곳에서든 일어난다. 특히 부와 여가시간의 증가로 아이디어가 담긴 차별화는 기업 경영의 최대 화두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방향과 깊이,그리고 수준이다.
창의성을 구성하고 있는 우리 내면의 세계에는 대개 상상력 영감 직관 등의 것들이 자리잡고 있다.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창의성이 들어가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기계적인 복제나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다. 아무리 첨단 기계라도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지는 못한다. 차별화는 결국 사람의 몫이다. 그렇다면 차별화를 위한 아이디어와 실행은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 차별화를 위한 마케팅은 생산자가 주도한다 아이디어를 파는 마케팅은 일반 상품과 서비스의 마케팅과 완전히 다르다. 일반 제품은 먼저 소비자들에게 어떤 상품을 원하는지 물어본다. 그 후에 그 상품을 개발,생산한다. 동시에 소비자가 받아들인다는 심증을 확고히 굳힌다. 하지만 차별화를 위한 마케팅은 순서가 반대다. 제조업자가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난 뒤에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아이디어를 파는 비즈니스는 고객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생산자가 주도하는 시장에서 이뤄진다. 아이팟 나노와 아이폰으로 세계 정보기술 업계를 평정한 스티브 잡스의 "고객의 욕망을 창조해야 한다"는 얘기도 같은 맥락이다.
창조적 아이디어,차별적 마케팅을 잘 하는 기업들은 소비자 조사를 맹신하지 않는다. 그에 앞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나 제품 테스트를 잘 하지 않는다. 시장조사가 미래 소비자들의 창의적 취향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제한된 시간과 관심 속에서 그저 어눌하게 몇마디 할 뿐이다.
영화 는 초기 시장조사 결과가 좋지 않았다. 때문에 컬럼비아를 비롯한 영화사들은 제작을 거절했다. 하지만 유니버설 영화사는 이 영화를 세계적인 히트작으로 올려놓았다. 우주와 세계를 향한 무한한 환상,소년과 외계인이 손가락을 맞대며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를 재연하는 장면이 대중들의 상상력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 차별화 로드맵은 실패를 극복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정신분석학으로 유명한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창조적 생각의 원천으로 현실에 대한 좌절감을 들었다. 모든 창의성은 환상과 관련이 있는데,"행복한 사람은 절대 환상을 꿈꾸지 않으며 현실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만이 환상을 꿈꾼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이 전적으로 옳은지에 대해선 학계에서 논란이 있으나,우리는 성공의 로드맵이 실패나 좌절을 인지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차별화는 그 로드맵의 중간쯤에 있을 것이다. 앞서 나가는 자든,아니면 뒤를 쫓아가는 자든 주어진 경쟁환경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의 결론은 조직의 차별적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시장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게 아니라 제품의 가치를 고객들의 욕망과 일치시키는 것,이른바 '가치혁신'을 펼쳐내 보이는 것이다.
공부의 비밀 … 일 잘하는 사람은 '학습 DNA'가 있다
일본 홋카이도에는 인구 45만명에 불과한 아사히카와라는 도시가 있다. 이곳에 있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연간 300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한다. 1200만명이 사는 도쿄 국립동물원을 앞서는 수치다. 이곳은 10년 전만 해도 연간 방문객이 60만명에 못 미쳐 시의회가 폐원을 거론할 정도였다.
아사히야마의 성공 비결로는 1975년부터 33년간 이어져 온 학습 중심의 분위기를 꼽을 수 있다. 현재 동물원장인 고스케 마사오씨는 1973년 이곳에 입사했다. 선배에게 업무를 배워야 하는데 '어깨 너머로 알아서 배워라'는 분위기가 만연하자 아예 학습 조직을 만들었다. 선배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질문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든 것.처음에는 월 1회 정도 열렸으나 1980년대부터 월 2~3회로 횟수를 늘렸다.
▶▶ 日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성공 비결은 학습 이 모임에는 사육사들뿐 아니라 동물원의 재정과 시설을 관리하는 사람들까지 함께 참여했다. 동물을 돌보는 방법에서 손님들을 대하는 서비스 노하우,효율적인 시설 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학습 조직에 참여한 사람들은 맡은 분야 이외의 지식을 이곳에서 습득하고 공유했다.
동물원의 존재 의미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하면 관람객을 감동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탐색들이 이뤄졌다. 혹시라도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을 보고하는 이가 있으면 가차없이 비판받았다.
아사히야마가 그동안 일본 동물원이 보여주지 못했던 기획력을 발휘한 것도 이 모임의 결과물이다. 1986년 '원 포인트 가이드' 및 '부모님과 함께하는 동물 교실',1987년 '밤의 동물원'과 '겨울 동물원 관찰회' 등은 큰 호평을 받았다. 바이오 화장실,노인들을 위한 실버 셔틀,연간 1000엔 회원 입장권 등은 학습 모임이 내놓은 수많은 아이디어들 중 하나였다.
아사히야마 동물원 홈페이지에는 사육사들의 블로그 메뉴가 따로 있다. 동물 사육 과정에서 있었던 비화와 에피소드 같은 소소한 일상사부터 동물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은 동물원 직원뿐 아니라 관람객까지도 자신들의 학습에 참여시키고자 하는 조직 문화의 영향이다. 홈페이지 안에는 사육 동물에 대한 뉴스가 매일 업데이트되며 먹이 주는 시간도 함께 게재된다.
리더들이 앞장 서 학습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이곳 부원장은 3년째 '동물원 일기'를 쓰고 있고 원장은 동물원에 관한 여러 가지 단상을 '원장실'이라는 코너에 담는다. 매일 다른 내용으로 글을 채우는 길은 새로운 것을 공부하는 방법밖에 없다.
▶▶ 어깨 너머로 일 배우던 시대는 끝났다 조직 내 학습은 개인의 자기계발과 엄연히 구별된다. 영어를 잘하는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은 과거 정보통신총괄 사장 시절 삼성 휴대폰을 세계적인 명품 반열에 올려놓았지만 국제 무대에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 것은 아니다. 거꾸로 영어는 잘하지만 신통찮은 일 솜씨로 직장에서 타박을 받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물론 직장인이 영어학원을 다니는 대부분의 이유가 업무와 관련이 돼 있긴 하지만,본질적으로 어학 능력은 업무의 곁가지에 불과하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아이디어 도출 과정에서부터 학습을 한다. 관련 자료를 찾고 경쟁사의 동태를 파악하며 전략적 시사점을 모색하는 일이 바로 조직 속의 공부다. 의사 결정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 역시 학습에서 출발한다. 문제를 파악하고,다른 문제들과 비교하고,해결 가능성을 타진하고,해결 이후의 업무 진행 방향을 예측하는 일들이다. 때문에 학습 역량이 축적되면 개인과 조직의 일하는 방식이 바뀌게 된다. 그리고 그 위력은 축적 기간에 비례해 증폭된다. 독서는 좋은 방편이다. 하지만 독서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동료들과 함께 고민하고 탐구하는 학습이다. 서로 자극을 주면서 조직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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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비밀 ‥ 포스코 강판판매 그룹엔 "매일 30분 스터디…시야가 확 트였어요"
"그게 다 우리 잘못이다. 그렇게 변하라고 해도 안 되니까 회사가 이러는 거 아니겠어."
2007년 12월 말 포스코 API강판판매실(현 API강판판매그룹) 송년회.유영태 강판판매팀장(차장)은 쓴 소주잔을 연신 들이키고 있었다. 팀장과 팀제를 없애고 그룹장-그룹원으로 조직을 전면 개편한다는 소식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유 차장은 졸지에 팀장으로서의 직위와 권한을 내놓고 일반 직원으로 강등(?)됐다. 포스코가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사내 팀장 직을 없애 버리기로 한 것은 팀장들의 역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유 차장의 설명은 이렇다.
"회사는 '일하는 팀장'을 원했어요. 팀원들을 통솔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고유 업무를 갖고 팀장 직을 수행하라는 것이었죠.야구로 치면 '플레잉 코치'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회사가 보기엔 팀장들이 전혀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거예요. 창가에 그대로 앉아 손님이나 맞이하면서 결재만 하고 있었던 거죠."
이런 연유로 유 차장을 비롯한 포스코 내 수백 명의 팀장들이 창가 자리를 내놓고 사무실 한가운데로 나오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로부터 9개월여가 지난 지금 포스코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유 차장이 소속된 API강판판매그룹을 찾아 봤다.
♥♥ 선♥후배 간 업무보완 ♥페어제♥의 성공적 정착
이 그룹은 3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조직이다. 해외 대형 에너지기업들의 송유관 구축사업 등에 참여해 강판을 판매한다. 2006년 1월 API강판판매실 강판판매팀♥강판판매기획팀 2개팀 14명으로 시작한 이 미니 조직은 올해 1월 '강판판매그룹'이란 명칭으로 바뀌었다. 작년 52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7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 그룹의 황인재 대리(32)는 장난수 대리(33)보다 불과 한 살이 적다. 하지만 장 대리는 황 대리의 엄연한 '코칭' 선배다. API강판판매그룹이 포스코 내에서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는 페어(pair)제에 따른 것이다. 페어제는 선♥후배 직원이 1 대 1로 연결돼 상호 업무를 보완하고 회의와 출장 등 업무의 모든 동선을 같이하는 제도다.
금속공학과 출신 엔지니어 황 대리는 "기획과 계약 업무를 동시에 배우면서 스스로 많이 성장했다는 느낌을 갖는다"고 말했다. 특히 북미 모 송유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구체적인 정보 수집 방법과 활용 방법을 터득했고 가격 협상에까지 나설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페어제가 가져다 준 역량 때문이었다고 평했다.
♥♥ 컨설팅♥합숙훈련으로 문제점 파악 갑자기 팀제를 없앤다고 해서 단기에 조직 운영의 '소프트웨어'까지 달라지기는 어렵다. 하지만 변화하지 않고는 조직의 존재 이유를 설득시키지 못하는 것이 포스코의 분위기다. 이영우 그룹장은 지난 1월 주말에도 계속 출근해 머리를 쥐어짰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나? 그룹제가 회사 방침으로 정해진 이상 좌고우면할 겨를이 없었다. 20명짜리 소조직이긴 하지만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컨설팅을 받기로 했다. 그 결과 △그룹의 양대 축인 판매-기획 간 소통이 제대로 안 되고 △중복 업무가 많으며 △직원들의 업무역량 향상이 더디게 진행된다는 문제점이 도출됐다. API강판판매그룹은 지난 3월 기획과 판매 업무를 통합시킨 뒤 경기도 양평으로 합숙 훈련을 떠났다. 문제 해결을 위한 워크숍이었다.
GE플라스틱에서 3년 동안 일하다가 포스코로 옮겨 온 신민영 대리는 "무한경쟁 체제인 외국 기업에서는 몸으로 부대끼는 스킨십이 없었는데 그때 합숙 훈련이 참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합숙기간 동안 '멍석'을 깔아 주니 그룹원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정보 공유가 안 되니 의견 교환의 기회나 필요성이 적어지고,쓸데없는 대면 보고가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해결책은 '고급 정보와 노하우의 효율적인 공유 및 전파'로 압축됐다. 강판판매그룹만의 제도인 '페어'제와 '30 스터디'제가 도입된 것도 이때문이다.
♥♥ 3년 미만 신입 조직,숙련 조직으로 탈바꿈 2006년 1월 입사한 그룹의 막내 장재석 사원은 출근 시간을 30분 앞당겨 집중 스터디를 진행하는 '30 스터디'의 덕을 톡톡히 본 케이스다. 장 사원은 "예전 실 체제에서는 판매만 했었는데 그룹 체제 이후 기획 업무를 맡게 되면서 시야가 훨씬 넓어졌다"고 말했다. 장 사원은 최근 API강판소재 해외 구매기업인 W사에 대해 '소프트랜딩 차원에서 강판을 계속 공급하되 관련 경쟁사와의 연대를 통한 장기적인 위협이 현실화될 때는 공급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는 정밀한 보고서를 작성해 호평받았다.
김원중 사원은 "처음에는 30분 일찍 회사에 나오려니 죽을 맛이었는데 이제는 그 30분이 정말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코일화학 성분치 분석' '포스코가 개발한 세계 최초 상용화 코일' 등 업무 관련 지식에 관해서는 거의 박사급 문헌을 뒤질 정도가 됐다는 설명이다.
강판판매그룹은 직원들 중 대다수가 근속 연수 3년 미만인 경력직 또는 신입 사원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그룹은 포스코가 전사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학습동아리 시스템과 독자적으로 개발한 페어제,30스터디제 등을 통해 숙련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 스스로 학습하는 편제의 중요성이 팀과 조직의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 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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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비밀 ‥ 망하는 조직은 '안되는 이유'부터 찾는다
 | 곤경에 처하면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는 의욕과 활력을 저해한다. 스트레스의 가장 큰 해악은 뇌의 보상 체계를 빼앗아 가는 것이라고 뇌 과학자들은 얘기한다. 동기와 목표의식을 마비시켜 무기력증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현대인들은 거의 없다. 직장인들도 업무가 제대로 안 풀릴 때,너무나 힘겨운 과제가 주어졌을 때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은 실로 다양하고 복잡해 모두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문제는 그런 스트레스가 조직 전체를 무위와 무력감,패배주의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해도 안 돼" "우리는 만년 3류야"라는 자탄은 조직 내 구성원들의 무기력증이 서로 공명(共鳴)한 결과다. 우울증에 따른 모방 자살이 늘어나는 것도 일종의 공명 현상이다.
이런 분위기를 바꿔 놓으려면 '안 되는 이유'를 자꾸 찾는 사람들에게 '되는 길'을 알려 주고 확신을 심어 줘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 전체의 경쟁력은 개개인의 합보다 크다 조직 재건을 위해서는 우선 '전체는 언제나 부분의 합과 같다'는 '요소 환원주의'부터 극복해야 한다. 조직 전체의 경쟁력은 개개인들의 경쟁력을 합친 것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느 기업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슬로건 속의 '우리'는 개인의 집합체가 아니라 상호 작용하는 개인과 그 무한한 관계들의 집합체라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2002년 월드컵 때 전국을 뒤덮었던 길거리 응원의 양상을 설명해 낼 길이 없다. 당시 길거리 응원은 단순한 부분의 합으로 분출된 것이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강제 동원한 것도 아니고 시민단체들이 멀쩡한 국민들을 부추긴 결과도 아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공명이라는 매개 작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그 에너지를 "잠재돼 있던 민족의 신명이 월드컵이라는 커다란 놀이판에서 발산됐다"(임재해 안동대 교수)고 설명했고 또 다른 이는 "월드컵을 통해 변방 콤플렉스와 패배주의를 떨쳐 버리려는 기세"(강정인 서강대 교수)라고 풀이했다.
공명의 위력은 우리 생활 속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바이올린의 G선을 켜면 떨어져 있는 또 다른 바이올린의 G선이 스스로 울린다. 소리의 진폭이 똑같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소프라노 가수가 높은 음을 내면 멀리 떨어져 있는 와인 잔이 깨지는 현상도 가수의 목소리와 잔의 진동 수가 맞아떨어지는 공명의 원리에 따른 것이다.
▶▶ 변화를 위한 공명은 긍정에서 시작된다 공명은 요소 환원주의를 깰 수 있는 힘이다. 부분의 합을 전체보다 앞서게 함으로써 정해져 있는 범위를 이탈하고 새로운 질서를 가져다 준다. 만약 요소 환원주의가 맞는 이론이라면 우리는 약 60조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는 인체를 언제든지 분해하고 재결합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인체 분해-재결합이 불가능한 이유는 세포-조직-기관이라는 하드웨어 외에 같은 목적을 위해 서로 협조하고 작용하는 기관들의 복잡다단한 상호 작용(소프트웨어)이 있기 때문이다.
조직 변화를 위한 공명은 긍정과 낙관에서 시작한다. 조직을 짓누르고 있는 억압을 깨부수고 현상 유지의 논리를 벗어나려면 개인 간의 긴밀한 상호 작용을 통한 '새로운 조직화'가 일어나야 한다. 만약 이런 과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의 승패,흥망성쇠는 고정돼 있을 수밖에 없다. 2등이 1등을 따라잡는 역전도 생겨날 수 없다. 조직 간 승부는 조기에 뒤집히지 않는다. 쉽지가 않다. 상대도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최고의 힘은 긍정과 낙관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바버라 프레데릭슨 교수는 긍정적인 마음이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 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스트레스가 앗아간 목표의식을 되찾아올 때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마음이 조직 내에서 공명을 시작할 때 긍정의 자기복제가 확산되고 경쟁력이 높아진다. 이렇게 복잡한 얘기를 하지 않아도 성공한 경영자들은 대개 이런 원리를 알고 있다.
잔잔한 호수에 누군가 돌을 던지면 일시적으로 파장이 생기지만 곧 잠잠해진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지속적으로 던진다면 그 파문은 쉴 새 없이 물결을 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여러 사람이 힘을 가하면 반복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그것으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진다.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는 경구는 조직에도 예외가 될 수 없다. |
마음의 비밀 ‥ "성과급은 노숙자도 춤추게 한다"
지난해 12월 인천 강화도 바닷가에서 괴상한 광경이 벌어졌다.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차례로 바다를 향해 괴성을 지르고 있었던 것.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인근 파출소에서는 경찰차까지 출동했다. 하지만 가장 크게 소리 지른 사람이 1등상으로 3만원을 받으면서 사건은 싱겁게 마무리됐다. 소리 지르기 대회를 연 주인공은 인천 계양구 해인교회의 이준모 목사였다. 그는 10년째 노숙자들을 위한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목사는 종종 쉼터에 있는 노숙자들을 데리고 바닷가로 온다. 바닷가에서 마음껏 소리 지르게 하면서 과거의 아픈 기억들을 털어내도록 한다.
이 목사는 1994년 해인교회에 부임했다. 1998년 외환위기로 실직자와 노숙자가 급증하자 교회 인근에 사단법인 '인천 내일을 여는 집'을 열어 쉼터를 제공하고 자활을 돕기 시작했다. '내여집'이 지금까지 치료해 내보낸 노숙자만 1900여명에 이른다. 쉼터에 입소한 사람들이 직업을 얻어 퇴소하는 비율은 100% 가까이 된다. 복지 선진국인 일본의 공식적인 자활률은 1~2%다.
▶▶노숙자도 인센티브ㆍ자립률 100% 가까워 '내여집'에서 1년간 생활한 이기준씨(39ㆍ가명)는 지난달 단칸방을 마련해 그동안 헤어져 있던 아내와 딸을 불렀다. '내여집'에 있는 동안 재활용센터점 수리직으로 일하면서 700만원이나 모은 덕분이다.
전국에는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하는 150개 정도의 노숙자 쉼터가 있다. '내여집'이 이 중에서 눈에 띄는 이유는 노숙자를 마냥 쉬게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미 노숙자들 사이에서도 '내여집'에서 적응하려면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소문 나 있을 정도다.
7~8명의 남성 노숙자들이 가전 제품 등을 수리해 주며 일하는 계양구 재활용센터는 매월 평균 600만원가량의 수익을 올리는데 800만원을 넘긴 달에는 성과급을 지급한다. 이를 밑천으로 2~3개월에 한 가정씩 독립한다.
여성들은 '내여람(내일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유기농 식당에서 일한다. 가톨릭농민회에서 공급받는 유기농 야채로 만든 음식을 판매하는 전문점으로 여성 노숙자들이 설거지,청소 등을 도와주고 임금을 받는다.
'내여집'이 이런 사업으로 얻는 연간 수익은 7억원이다. 전체 예산인 19억원에서 40% 가까이를 자체 충당하는 셈이다. 임금은 적립해서 자립 생활이 가능할 때 되돌려 준다. 독립을 성취한 사람은 '내여집',대한주택공사의 지원으로 쪽방 원룸도 마련할 수 있다.
'내여집'에서 일하는 직원은 30명.노숙자를 돌보는 일 외에 독거 결식노인 70명에게 매일 도시락을 배달하고 60명의 새로운 노숙자들을 날마다 상담해야 한다. 재활용센터와 '내여람'을 관리하고 '푸드 뱅크'도 운영한다. 때문에 30명의 직원이 300명의 몫을 해 낸다는 평을 듣고 있다.
▶▶사업 아이디어 제출하고 평가받아 여성 노숙자 상담을 맡고 있는 김보라씨는 업무량 때문에 지난해 잠시 회사를 그만뒀다. 쉬는 날도 없이 매일 노숙자와 독거 노인들을 돕는다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다시 돌아왔다. 급여가 2배가 넘는 일반 기업에도 취직했지만 3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김씨는 "내 존재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여기"라고 했다. 노숙자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한몫을 했다는 성취감을 느끼는 것.다른 회사는 서비스를 위해 사람이 존재하지만 '내여집'만큼은 사람을 위한 서비스가 가능하다고도 믿는다.
'내여집'은 비영리 단체이지만 일반 기업 못지않게 체계적으로 움직인다는 장점도 있다. '내여집'에서는 모든 업무를 사업계획서로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나온 사업계획서는 가족상담소,재활용센터,노숙인 쉼터 등의 리더들이 모인 회의에서 평가받는다.
채택된 사업계획서는 매주 월요일마다 열리는 전 직원 회의에서 다시 검증받는다. 모두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지며 지적받은 부분을 수정해 가며 진행시킨다.
아이디어가 뛰어나면 상을 준다. 지난해 '내여집'의 9주년 행사 사업계획서는 여성 노숙자와 가정폭력 피해자를 돌보는 가족상담소 팀이 1등을 차지했다. 해인교회의 건물을 이전한 것을 감안해 지역 주민들에게 홍보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가 좋은 점수를 받았다. 가족상담소 팀은 상으로 2박3일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철칙과 융통성의 공존 '내여집'은 술만큼은 철저하게 통제한다. 대부분 노숙자가 알코올 중독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술을 마신 노숙자에게는 찜질방이나 목욕탕에서 정신을 차리고 오라며 목욕비를 준다. 애써 술을 참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취지에서다. '내여집'에 입소한 노숙자가 가장 처음 받는 것도 알코올 치료와 정서순화 상담이다. 대신 다른 부분에서는 최대한 융통성을 발휘한다. 식단은 언제나 다수결로 정한다. 거리 생활을 하는 동안 항상 먹을 것이 부족했던 노숙자들을 배려한 것.'내여집'의 가훈도 '잘먹고 잘살자'다.
쉼터에 들어왔다고 해서 반드시 '내여집'이 운영하는 일터에서만 근무할 필요는 없다.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1인 영업'으로 일할 수 있다. '내여집'에 들어오는 사람 중에는 전직 기술자들이 상당히 많다. 이들이 각자 인력 시장에 나가서 벌어오는 일당이 '내여집'에서 받는 것보다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여집'에서 남성 노숙자들을 관리하고 있는 김철희 목사는 "이들을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능력을 믿고 맡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각자가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되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도 강해진다"고 말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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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비밀 ‥ 스타벅스가 공짜 카푸치노를 주는 까닭은?
 | 미국의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종업원들이 마음대로 공짜 커피를 제공할 수 있다. 금전등록기가 고장나거나 어떤 이유로 고객들이 불편을 겪을 때다. 스타벅스 본사가 별도로 이런 지침을 내린 것은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종업원들은 완전히 자율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금전등록기를 고칠 때까지 수백 잔의 커피를 공짜로 내놓아도 본사가 질책하는 법도 없다.
명령과 통제가 판을 치던 전통적인 경영관리 기법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경우다. 지위와 권한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피라미드 조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직을 관리하는 것은 도심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갑자기 가속하거나 방향을 바꾸면 사고 위험이 높아지듯이 조직도 안정적으로 운용하지 못하면 팀워크가 깨지고 업무 효율도 떨어진다.
가속 액셀을 밟듯이 조직에 큰 변화를 줄 때는 구성원들의 준비와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피라미드를 대체한 현대의 네트워크 조직은 상호 신뢰를 토대로 관계를 구축한다.
신뢰는 단순히 사람과 사람사이의 믿음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조직에 대한 믿음과 가치를 공유하는 과정이다. 그 힘으로 조직에 대한 헌신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생각과 행동 하나 하나에 공통의 가치와 목표의식이 투영돼 있어야 한다.
한국의 직장 상사들은 부하들의 능력을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반대로 상사들을 존경하는 직장인들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다. 굴지의 기업체 사장 A씨는 좀처럼 부하들을 칭찬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성과를 내도 인색하기 짝이 없다. A씨에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왜 칭찬을 해주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두 가지 이유를 댔다. 첫째,특정인에 대한 칭찬이 나머지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두 번째는 칭찬을 받는 사람이 자만심에 빠져 일을 망칠 것으로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마디로 부하들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네트워크형 경영조직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A씨가 두 가지 오해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정인에 대한 칭찬은 조직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건강한 긴장과 자극제가 된다고 한다. 다만 칭찬을 하는 기준이 공정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또 칭찬은 자만심을 낳는 게 아니라 자신감을 심어줌으로써 더욱 의욕적으로 업무에 정진할 수 있는 힘을 불어넣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상하 간의 신뢰는 어떻게 싹트는가. 권한과 책임을 과감하게 위임해야 한다. 믿지 못하는데 어떻게 맡기냐고?
세기의 경영자 잭 웰치는 영혼까지 들먹이며 이렇게 얘기했다.
"앞으로 몇십 년 뒤 모든 경영잡지들은 GE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려줬으면 좋겠다. 모든 종업원들이 창조적인 사람이 될 자유를 갖고 있고,모든 사람이 최고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소로 말이다. 자신들이 하는 일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느낌을,월급봉투로써,또 그들의 영혼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그런 기업으로…"
권한 위임은 개인적 차원에서 먼저 시작된다. 자신에 대한 믿음,상대방의 역량에 대한 믿음,다른 동료들이 기꺼이 도와주고 협력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온다. 이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가치를 확인시켜주는 강력한 도구다.
물론 믿음이 부족하면 권한 위임이 제대로 될 수가 없다. 하지만 권한 위임이 안 되는 대부분의 이유는 믿음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 권한은 자신이 틀어쥐고 책임과 업무영역만 정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권한 없이 책임만 넘겨받은 사람은 사후 문책이 두려워 제대로 일을 해내기 어렵다. 권한이 없는데 어떻게 일을 진행하고 협력자를 끌어모을 것인가.
권한을 넘기더라도 일이 최종적으로 잘못되기 전에 미리 나서서 조언을 해서도 안 된다. 만약에 중간에 섣불리 개입한다면 부하들이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막아버릴 공산이 크다.
상상력과 창의성이 기업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부각되고 있는 요즘 세상에선 조직의 계층적 구조를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처음 탄생했을 때 아이디어를 비판하는 것만큼 창의성을 억압하는 행동은 없다. 그렇다고 모든 아이디어에 대해 비평과 판단,평가를 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평가는 아이디어 창출의 마무리 단계나 실행 단계에서 실시해야 한다.
성공적인 권한위임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결과는 다시 신뢰의 확대다. 신뢰는 조직 내 유대감을 낳고,유대감은 조직을 더욱 효율적으로 결집시킨다.
스타벅스 종업원들은 회사가 제시하는 비전과 가치,자신들이 해야 할 역할을 잘 이해하고 구현했다. 커피를 팔아야 하는 책임과 자신의 방식대로 커피를 팔 수 있는 권한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당신이 그런 경험을 했다면 또 다시 스타벅스를 찾지 않겠는가. |
신뢰의 비밀 ‥ 신세계百 "믿고 맡겼더니 매출도 쑥쑥"
백화점은 물건을 파는 곳이지만 거꾸로 물건을 사기도 한다. 입주 점포들이 갖고 있지 않은 제품들을 팔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직접 사들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통상 백화점들은 MD(Merchandizer)라는 이름의 구매팀을 가동하고 있다. 이들은 백화점이 필요로 하는 전략상품을 구매해 마케팅과 판매 서비스까지 일괄하는 형태로 일을 하고 있어 스스로 '소사장'이라고 생각한다. 백화점의 대외 이미지와 영업력 확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백화점 내 최고의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 선진MD 3파트의 김은겸 과장.그는 지금도 프라다 슈즈를 들여올 때를 생각하면 가슴을 쓸어내린다. 김 과장은 지난해 3월 신세계 본관 개장에 맞춰 명품 슈즈 편집매장을 열려고 2005년 말부터 여러 차례 프라다 본사를 방문했다. 프라다는 결코 녹록지 않았다. 프라다 측은 "명품에 걸맞은 단독매장과 유통채널을 가진 곳에만 공급할 수 있다"고 계속 퇴짜를 놓았다. 오기가 발동한 김 과장은 2006년 3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다시 찾아갔다. 편집매장(여러 개의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아놓은 매장)의 수요와 매출 및 손익전망,운영계획과 관리기법 등을 더욱 정제된 통계와 논리로 설명했다. 결국 프라다는 제품 공급을 확약했고 편집매장 매출 확대의 주역이 됐다.
▶▶ 차별화 전략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 내 22명의 전문 바이어(MD)ㆍ마케터로 이뤄진 선진MD팀은 홈데코레이션ㆍ고급청바지ㆍ슈즈&핸드백 등 9개 편집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장당 책임MD와 보조MD가 해외에서 직수입을 해 복합브랜드를 편집ㆍ판매하는 매장이다. 원래 일본 모 백화점의'자주MD'팀제에서 착안한 이 편제는 이제 국내 백화점 중에서는 신세계만의 독창적인 발명품이 됐다. 작년 12월 출범한 선진MD팀은 고급스러움과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다. 올해 매출 전망은 200억여원.하지만 내년에는 골프 스니커즈 등의 매장을 확대해 450억원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여성들 사이에서 소위 '마네킹 사이즈'로 불리는 '44'사이즈의 두 배인 '88'사이즈 이상만 판매하는 독특한 편집매장 '디사이즈'가 대표적인 차별화 매장이다. 구매력이 풍부한 30~4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매장이다. 본점 신관 3층 매장에서 만난 김문정 MD1담당 과장은 "마르고 날씬한 사이즈를 선호하는 패션 트렌드에서 소외된 고객들을 불러모아 '나만의 옷'이라는 편안한 느낌을 주자는 의도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iCB 앤디앤뎁 등 일본 이탈리아 등 10여개 브랜드를 직수입 판매하는 이 매장은 본점 강남점 인천점을 포함해 점포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김 과장은 "내가 이 상품의 매력을 잘 살려서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믿음을 해외 파트너에게 주고,이를 실적으로 계속 보여주는 게 MD들의 가장 큰 임무"라고 말했다.
▶▶ 뛰어난 현장감각 고객에게 신뢰를 주는 또 다른 비결은 해외 유수 전시회를 구석구석 누비는 MD들의 현장감각이다. 신관 9층에 자리한 신세계 최초의 편집매장 '피숀'은 홈데코(식기 액세서리 주방용품 침구 커튼류) 마니아들 사이에서 꽤 인지도가 높다. 한지형 MD4담당 과장은 프랑스 파리의 메종오브제,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하임텍스타일ㆍ암비앙테,미국 뉴욕의 기프트페어 등 홈데코 관련 전시회를 찾느라 1년에 두 달 가까이 해외에서 보낸다. 다른 직원들은 '해외여행 자주 다녀 좋겠다'고 부러워하지만 한 과장은 "여자가 버텨내기 힘들 정도로 강행군"이라고 말했다. 서울 코엑스 전시장 전체의 10~20배가 되는 외국 전시장을 이틀 만에 모두 둘러봐야 하고 이 기간 동안 선택과 구매를 모두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전용 고급청바지ㆍ데님매장 '블루핏'을 운영하고 있는 최재혁 MD1담당 과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신세계 지점에서 5년 동안 일하다 작년에 이곳에 합류했다. 최 과장은 어릴 때부터 어깨너머로 집안일을 도우면서 대학을 다닐 때도 계속 의류업 판매를 했던 현장통이다. 최 과장은 "나는 옷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사람"이라며 "한 사람이라도 원하는 상품이 있으면 그걸 찾아야 직성이 풀린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조만간 청바지의 물(워싱)이 전혀 안 빠진 고급 데님 청바지 '칩먼데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 무위의 리더십 '신뢰' 저마다의 전문성을 가지고 독립적인 사업을 하는 MD들을 회사는 어떻게 관리할까. 신세계 공채 1기로 들어온 박병준 선진MD팀 팀장은 의외의 답을 내놓는다. 박 팀장은 "별도의 관리는 없고,이들의 능력을 믿기 때문에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모든 것을 지원한다"며 "의견이 상충되는 부분도 특별히 없다"고 말했다. 다만 MD들이 놓치기 쉬운 큰 흐름과 마케팅 포인트를 연구해서 건네준다. 또 MD들이 요구하는 사항은 상품본부장(부사장)에게 직보하고,부사장은 즉각 임원회의를 소집해 해당 의견의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국내외 마케팅 및 리서치를 담당하는 문성희 선진MD팀 과장은 "MD들이 놓치기 쉬운 월별,분기별,반기별 트렌드를 선진 외국 사례 등을 검토해 분석하고 이 트렌드를 백화점 1층에서 꼭대기까지 고객이 느낄 수 있도록 꾸미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문 과장은 "기본적으로 MD들에게 전권이 주어지고 우리들은 최신 '팁'을 주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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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비밀 - 미래의 주역은 세상의 변화를 디자인한다
 | 유례 없는 혼돈의 시대다. 절망과 공포감이 엄습해 온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위기는 그저 위기일 뿐이다. 캄캄한 암흑에 갇히고 나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는 헤치고 나아간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가득 안고서라도 길을 뚫는다. 혼돈이라는 괴물은 극복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속도다.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남들보다 한 발 앞서 나가기는 무척 어렵다. 한 발짝은커녕 반 발짝도 힘들다. 발을 내디디려면 길이 보여야 한다. 앞날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떻게 다가오는가. 당신의 미래는 당신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의 미래는 모든 사람의 미래와 연결돼 있다. 미래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사회 시스템의 변화로 다가온다. 이른바 시스템적 사고를 훈련하기 시작하면 캄캄한 암흑에서도 한 줄기 빛을 찾아 낼 수 있다. 최소한 그 가능성이 높아진다.
▶▶ 미래는 결코 질서정연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예를 들어 보자.기술 경쟁은 당신의 미래,우리의 미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디지털 카메라의 출현이 필름공장 화학공장 사진관 현상업체 등에 치명적 타격을 입힌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때 목좋은 곳에서 특수를 누리던 사진관 주인에겐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지만,그는 언론에서 떠들어 대던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를 자신의 미래와 연결시킬 수 있는 상상력을 갖고 있어야 했다.
미래는 결코 질서정연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때문에 장기 계획이라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 별 의미가 없다. 누가 감히 월가의 파탄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했겠는가. 펀드의 투자 수익률을 예측하고 부동산의 시세 차익을 기대했던 사람들의 꿈,50세에 노후 준비를 마치고 60세부터 여생을 즐기겠다던 소박한 직장인들의 '라이프 플랜'도 모두 금융 쓰나미에 떠내려가 버렸다. 물론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다시 강조하지만,변화의 속도가 그만큼 빠르고 불규칙적이고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컴퓨터의 등장은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꿔 놓았을까. 당신의 직장 내부를 들여다보라.업무 처리 방식과 속도가 엄청나게 달라졌을 게다. 하지만 그보다 눈에 띄는 것은 여성들의 역할이 변했다는 점이다. 언제인가부터 우리 주변에선 여성 타이피스트들이 사라졌다. 주요 기업 중역들은 이제 직접 기안을 하고 이메일을 보낸다. 비서를 시켜 타이핑하는 중역들은 복잡다단하고 변화무쌍한 업무 프로세스를 따라잡기 어렵게 됐다. 결국 타자기는 컴퓨터로 대체되고 여성들은 남성들과 똑같이 컴퓨터 앞에 앉게 됐다. 이 같은 변화는 결코 페미니즘의 확산이 가져다 준 결과가 아니다. 기업들은 결코 여권 신장만을 이유로 여성을 고용하지 않는다.
규모의 확대에 따른 새로운 인력의 필요성,단순 노동보다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생산-가공-응용이 중요해진 경쟁 환경 등이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과거 기업인들은 과연 컴퓨터의 등장이 여성들의 삶에 이 같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일찍이 예상했었을까.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게다.
▶▶ 스스로 변화를 창조하는 능력을 키워라 변화를 예측하는 모델 중 가장 첨단을 달리고 있는 분야는 복잡계 이론이다. '베이징에 있는 나비가 작은 날갯짓을 하면 미국 플로리다에 엄청난 허리케인이 덮친다'는 이른바 '나비 효과'로 대표되는 이론이기도 하다. 이 이론의 핵심은 한마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워낙 복잡하고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개인이나 조직은 스스로 변화를 창조해 가는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969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머레이 겔만은 "복잡계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는 복잡계를 모르는 사람과 원숭이의 차이보다 더 크다. 복잡계를 모르는 사람은 금붕어와 전혀 다를 바 없다"고 갈파했다.
물론 복잡계 이론을 진리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항상 옳은 것도 아니다. 복잡계 이론 역시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하지만 변화의 가능성을 알고 준비하는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 간의 격차가 너무도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진단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리'다.
오늘날 경영학 서적들은 성공적인 조직 관리를 위한 수많은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론도 미래에 나타날 양상이나 흐름을 구체적으로 알려 줄 수는 없다. 미래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갈수록 시스템화-네트워크화될 이 세상에 대한 전율과 긴장이다.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은 크기이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변화와 상상력을 동반하는 '카이로스(Kairos)'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음 세상의 주역은 그런 시간들을 맞이한 사람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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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4월 프랑스 파리 드골공항.수하물 검색대의 분위기가 갑자기 험악해졌다. 승무원 유니폼을 입은 여자 3명의 짐을 엑스레이로 검사하는데 여행 가방 안에서 수상한 물품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옷가지와 화장품,서류들이 들어 있는 여타 승객의 가방과 달리 이들의 가방에 있는 물건들은 도저히 용도를 알 수 없었다. 테러범으로 의심되는 동양인들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공항 경찰들이 수색견을 끌고 나타났다. 동양인 승무원들은 기내 서비스의 일환으로 사용하고 있는 마술 소품들이라고 설명해도 아무도 믿지 않자 할 수 없이 가방에 있는 물건들을 주섬주섬 꺼냈다. 드골공항 검색대는 즉석 마술쇼 장으로 바뀌었다. 탁자가 공중으로 뜨는가 하면,물을 부은 컵을 거꾸로 들어도 쏟아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도대체 어느 항공사냐고 물었고 승무원들은 "금호아시아나 에어라인즈(아시아나 항공)"라고 답했다.
▶▶ 위기 때도 질 좋은 서비스는 포기하지 않는다 금호아시아나항공이 승무원들을 중심으로 '플라잉 매직팀'을 구성한 것은 1998년 3월21일.벌써 10년이 넘은 일이기 때문에 해외 웬만한 공항들은 이런 소품의 용도를 잘 알고 있었다. 드골공항 관계자들이 검색 소동을 벌인 것은 아시아나의 파리 취항이 지난 3월 말 이뤄졌기 때문이다. 1998년은 금호아시아나 항공에 혹독한 시련기였다. 1997년 말 터진 IMF 사태로 환율이 치솟고 경기 급강하로 탑승률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외화 부채가 많은 항공사 특성상 생사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는 이 시기에 사내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고객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자는 취지였다. 그 결과 채택된 것이 세계 최초의 승무원 마술쇼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위기시에도 질 좋은 서비스를 결코 포기하지 않은 회사 측에 많은 찬사가 쏟아졌다. 금호아시아나 항공은 이 서비스로 2002년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한 '2002년 관광 한국을 만드는 사람들 10인'에 대기업으로는 처음 선정됐다. 2004년 7월에는 세계적 경제지인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아시아나 항공의 서비스를 극찬하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회사 신인도가 덩달아 오른 것은 당연했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급변기의 회사 경영에 큰 도움을 준 셈이다.
▶▶ 끈끈한 유대감으로 똘똘 뭉친 123명 5개팀 3000여명의 승무원 중에서 120여명 내외로 구성원을 뽑아 다섯 팀으로 나눠 운영한다. 지금까지 이 서비스를 경험한 승객만 35만명에 이른다. 플라잉 매직팀은 아홉 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을 중심으로 배치되며 마술 쇼 및 생일ㆍ기념일 칵테일 쇼와 어린이 손님을 위한 페이스 페인팅 등을 한 시간에 걸쳐 선보인다. 승무원은 소속감을 갖기 힘든 직종이다. 각자의 일정에 따라 타는 비행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매번 다른 사람들과 근무하게 되는 것.국제선만 매일 60여 편이 인천공항을 떠난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에서는 3000여명의 승무원이 같은 사람과 한 비행기에 타고 근무하는 경우는 1년에 두세 차례에 불과하다.
하지만 플라잉 매직팀에 소속됐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현재 123명이 5개 팀으로 나눠져 20여명 안팎이 늘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가족보다 끈끈한 관계를 자랑한다. 플라잉 매직팀을 이끄는 김기영 차장은 "힘들게 훈련하는 군대는 내무 생활이 편한 이치가 플라잉 매직팀에도 적용된다"고 말한다. 구성원들 사이에 마술 노하우를 나누는 과정도 소속감을 강하게 만든다.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마술을 강의하는 과정에서 친근감을 느낀다. 동료들끼리는 백화점에서 하는 마술 일일 강좌에 같이 다니기도 하고 쉬는 날에는 각자가 익힌 마술을 휴대폰 동영상으로 찍어 서로에게 보내 주기도 한다.
▶▶ 매직 쇼의 위력ㆍ적극적인 승무원ㆍ가족 같은 고객 박윤미 선임 승무원은 최근 마술 쇼를 하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을 겪었다. 기내에서 신문지를 이용한 마술을 선보일 때였다. 그가 보여 주려고 했던 것은 신문지를 잘게 찢어 뭉친 다음 다시 펼쳤을 때 신문의 모양이 그대로 남아 있게 하는 마술이었다. 이 마술은 신문지 두 장을 이용해서 한 장은 실제로 찢고 다른 한 장은 온전하게 놔 둔 다음 찢어진 부분을 뭉쳐서 온전한 신문 뒤에 붙여 두는 방법을 쓴다. 이때 박 승무원은 실수로 찢어진 뭉치를 발 밑으로 떨어뜨렸다. 얼굴이 빨개지고 무안했지만 승객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박 승무원은 이런 쇼를 하고 나면 고객과의 거리도 한층 가까워진다고 한다.
이 팀에서 활동하는 것은 승무원의 적극성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승객들의 박수를 이끌어 내며 쇼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대범해질 수밖에 없다.
송정근 선임 승무원은 인터넷 마술 동호회에 가입했고 사비를 들여 마술아카데미에서 강의도 들었다. 아직 미혼인 그는 여자 친구에게 능숙한 마술을 보여 주고 싶어한다. 임미원 선임 승무원은 작년 2월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다. 플라잉 매직팀 안에서의 역량을 좀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 김에 취미 생활도 발굴하자는 생각에서다.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플라잉 매직팀에서 근무할 경우 인사 고과에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일반 승무원들과 똑같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추가로 노력해 얻은 능력이라고 인정되기 때문이다. 플라잉 매직팀원을 뽑는 오디션은 매번 30 대 1의 경쟁률을 보인다. | |
선택의 비밀 - 생각지도 못했던 사소한 정보가 마음을 움직인다
기업에서 성공가도를 달려온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그 비결을 물어보면 대부분 이렇게 대답한다. "글쎄 어쩌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네요. 운이 좋았지요 뭐."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김쌍수 한국전력 사장,신헌철 SK㈜ 부회장 등 국내 대표기업들의 CEO도 예외가 아니다.
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일까. 조직 속에서 개인이 스스로 하는 선택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나마 직급이 낮을 때는 다른 사람이 해놓은 선택이나 결정을 쫓아가기 십상이다. 사전 예고없이 발표되는 인사발령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하루 하루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와중에 가끔씩 찾아오는 회사 특명에 갖은 수고와 스트레스를 바치는 일상이 되풀이 됐을 뿐인데,어느새 임원이 되고 사장이 돼있더라는 식의 얘기다.
▶▶ 경영자들은 의외로 잡동사니 정보에 의존한다 그렇다면 CEO가 되고나면 그럴 듯한 선택을 하는 걸까. 경영전략가로 이름난 헨리 민츠버그 교수(캐나다 맥길대)는 의외로 그렇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저명한 CEO들의 행동패턴을 실증적으로 연구한 결과,경영자들은 하루 8시간의 업무시간 동안 총 583가지 잡다한 활동을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심사숙고나 체계적인 활동반경과는 거리가 먼 행태였다는 것이다.
경영자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또한 기업 내의 공식화된 정보시스템보다는 구두 커뮤니케이션에 의존하는 비율이 80%에 가까웠다.
여기에다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은 치밀한 분석이 아니라 마음 속의 잡동사니 정보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민츠버그 교수는 주장했다. 한마디로 CEO들의 일상이나 행태가 범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츠버그 교수가 경영자들의 전략적 사고나 세련된 경영 솜씨까지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이런 조사에 착수한 것은 의사결정이나 중요한 선택을 수반하는 경영행위가 사소한 이유나 동기에 적잖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경영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총체적인 행위'라고 규정한다면 민츠버그 교수의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무척 크다. 인간의 선택은 중요한 정보보다는 하찮은 잡정보에 의해 이뤄질 때가 많고 그런 인간들이 모여있는 고객들 또한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 美 월트 디즈니가 유럽에서 실패한 건 잘못된 선택 때문 개인적으로도 우리는 살면서 많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지만 매 단계마다 심각한 고민과 꼼꼼한 준비를 거치는 것은 아니다. 대학교 전공을 선택하고 군 입대 시기와 직장을 결정하는 일,배우자를 만나는 일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로 잰듯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하겠는가.
앞서 CEO들이 얘기한대로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얘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를 운명론에 빠졌다고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이 세상의 네트워크가 빛의 속도로 빠르게 연결되고 해체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어차피 100% 완벽한 정보라는 것은 없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대안을 찾는 것이고,만약 이도 저도 아닌 딜레마에 봉착한다면 그냥 선택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선택과 의사결정의 성격이 이러하다면 고객을 상대로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하는 조직 역시 고객들의 특성,아주 사소한 특성까지 파악하는 세심함을 갖고 있어야 한다. 요즘 CEO들이 심리학자들을 자주 만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에 이어 일본시장까지 석권한 월트 디즈니가 1990년대 초 유럽에서 참패를 당한 것은 유럽인들의 사소한 습관을 눈여겨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월트 디즈니는 1992년 프랑스에 파리시 규모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넓은 부지에 '유로 디즈니'를 세웠다. 대규모 식당과 호텔을 갖춘 초호화판 놀이공원이었다. 디즈니 측은 실패를 전혀 예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개장 첫해 유로디즈니는 무려 10억달러의 손실을 내며 무너졌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여러 가지 요인들이 지적됐지만 '의미있는' 이유는 와인이었다. 유로디즈니는 시설 내 일체의 주류판매를 금지해버렸다. 이것이 프랑스인을 비롯한 와인애호가들의 반발을 불렀다. 미국에 있는 시설을 그대로 옮겨오기만 하면 떼돈을 벌 것이라는 기대는 현지 식생활에 대한 무시 때문에 완전히 물거품이 돼버렸다.
▶▶ Top down과 Bottom up을 조화시켜라 지금도 사람들은 여전히 사소한 동기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개별 행위들마다 '그전에도 그렇게 했기 때문에''조금 변화를 주고 싶어서''그냥 좋아서' 등과 같은 무척 다양하고 천차만별인 이유들이 따라붙는다. 조직을 관리하는 이들은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이런 사소함들에 대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톱 다운(Top down)'과 '바텀 업(Bottom up)'을 조화시킬 수 있다. 톱 다운식 혁신은 전사적으로 진행되지만 단절적이기 쉽다. 따라서 비록 부분적이긴 하지만 점진적 상승효과가 있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인 것이다.
과거 박정인 현대모비스 회장이 생일을 맞은 직원들을 자신의 방에 불러 같이 기념사진을 찍은 것은 (본인의 의도 여부에 관계없이) '사소함'을 매개로 한 새로운 소통방식이었을 게다.
혹시 아는가. 그런 사소한 호의에 이끌려 그곳을 평생직장이라고 마음 속 깊이 못박은 이들이 있는지….그들의 무모한 배짱뒤엔 믿고 찾는 고객이 있었다
분당 서현동 분당우체국 옆에 자리잡고 있는 현대오일뱅크 신도시 주유소. 다른 주유소 같으면 손님이 뜸한 오후 4시에도 주유소 안은 줄지어 늘어선 차량들로 빼곡하다. 10여개의 주유 계량기가 서로 경쟁하듯 쉴새 없이 돌아간다. 한 대가 빠지면 또 한 대,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유소로 진입한다. 영화 주유소습격사건의 실제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업계에선 일명 ‘신비한’ 주유소로 통하는 곳이다. 8차선 대로(大路)에서 100 m 가량 안쪽으로 들어와 있는 위치는 주유소로서 최대 결격 사유다. 그럼에도 다른 주유소처럼 경품 공세를 퍼붓기는 커녕 ℓ당 100원 이상 더 비싸게 기름을 파는 배짱은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 위에 나있는 주유소 진입로는 차라리 철저한 고객 무시에 가깝다.
하지만 이 주유소는 전국 현대오일뱅크의 2300개 주유소 가운데 5년 연속 순익 기준으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3㎞ 반경에 있는 3개의 경쟁주유소와 비교해도 일일 고객수가 가장 많다.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 건물을 한 바퀴 끼고 도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하루 750여명의 고객들. 이 신비한 주유소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있을까.
▶▶ 한 사람을 위한 전용 주유소처럼 편안하게 “며칠 전에 가득 넣으시더니 오늘도 어디 멀리 가시나봐요.”(직원)
“아이 참,이 주유소에선 뭘 숨길 수가 없다니까.”(손님)
신비한 주유소에선 주유소 직원들과 고객들이 나누는 대화 내용부터 다르다.‘고객과사귀어라’라는 다소 발칙한문구가 바로 서비스 모토다.
고객과의 접점을 마음과 마음에서 찾는 이 주유소의 가장 큰 장점은 편안함이다. 나와 내 차량을 알아봐주는 주유소 직원들. 가식적인 친절함이 아닌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듯한 한마디 한마디는 나를 위한 전용 주유소
에 와있는 듯한 착각까지 들게 한다. 문영호 소장은“고객들이 자신의 아이 용변이 묻은 기저귀를 아무 거리낌없이 버려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가족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경품 공세 등 물적 서비스보다는 고객
이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올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골 고객인 인근 주민 강정화씨(54)는“다른 주유소라도 들를라치면 여기서 일하는 단비(아르바이트생) 얼굴이 자꾸 떠올라 결국 여기까지 와서 기름을 넣는다”며 “주유소에 머무는 3분 정도가 하루 전체를 행복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 내 일,네 일 가리는 조직 내 이기심을 지웠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얼치기 건달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잔머리 사장과 융통성 없는 고지식한 아르바이트생 주유원들은 이 신비한 주유소에서 찾아볼 수 없다. 자기 일,남의 일 상관없이 일을 찾아 움직이는 빠릿빠릿한 23명의 직원들만 있을 뿐이다. 그것도 정규 직원이 아닌 아르바이트생들이 대부분이다. 하루 24시간 3교대로 움직이는 직원들은 한시라도 의자에 앉아있을 틈이 없다. 기름을 넣으려는 차들이 한꺼번
에 몰리면 세차 파트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주유 파트로 모두 옮겨와 일하고,기름 넣는 차량이 없으면 주유 파트 직원들이 세차일을 함께 돕는다. 일을 많이 한다고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다. 아르바이트생 시급
4000원은 다른 주유소와 비슷하다. 주유 작업반장을 맡고 있는 배수일씨(55)는 “누가 먼저라고도 할 것 없이 직원들이 경쟁하듯 자신의 일을 찾아 움직인다”며“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고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불편함을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의식 같은 것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팀별 자율회의 통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 생산 “차량이 한꺼번에 몰릴 때는 카운터 쪽부터 차를 차례로 대는 게 어떨까요.”“세차하고 차량 표면의 물기를 완전히 없애기 위해 에어컨을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신비한 주유소에선 일주일에 한 번씩 팀별로 회의가 열린다.개인 신변 얘기부터 시작해 업무 건의사항까지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간다. 55세 작업반장부터 17세 고등학생인 진철이까지 모두 참여해 자유롭게 의견 개진에 나선다. 회의에서 나온 다양한 아이디어들은 실제 업무 현장에 그대로 적용되기도 한다. 상품교환 쿠폰,음료쿠폰,세차쿠폰 등 5개로 나뉘어져있던 쿠폰을 하나로 통합한 것도 바로 이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 중 하나다. 문 소장은“팀별 자율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비단 이곳 주유소뿐만 아니라 전국 현대오일뱅크 주유소들로 파급되고 있다”며“외부의 지시나 강요가 아닌 현장을 아는 직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들인 만큼 주유소 업무 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아르바이트생의 즐거운 반란… 근무기간 평균 2년 통상 주유소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무기간은 6개월 안팎이 보통이지만 이 주유소에선 평균 2년이 넘는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해 4년 넘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도 있다. 직원들마다 개인적인 사정은 모두 제각각
이지만 공통점은 자신의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 주유소에서 2년 넘게 일을하고 있는 이진원씨(22)는“돈을 많이 받지는 못하지만 손님이 많은 직장에서 일하는 자체가 즐겁다”라고 전했다.주유소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자녀의 사회성을 키워주기 위해 일부러 자녀들에게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시키는 단골 손님도 있을 정도다. 엄마 손에 이끌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고등학생은 취재팀과 근무 시간이 맞지 않아 만나보지 못했다. 이곳에서 3년째 일을 하고 있는 김다희씨(22)는“우리 직원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고 주유소 아르바이트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손님들이 많다”며“나중에 다른 직장에서 일을 하더라도 이곳에서 서로 협력하며 일을 배웠던 경험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 |
동창회에 나가 보면 직장에 따라,하는 일에 따라 소득이 천차만별이다. 하루에 똑같이 여덟시간씩일하고엇비슷한스트레스를받는데도말이다.
그래서누구나한번쯤은자신의직장이제공하는급여와복지수준을떠올리며 한숨을지을 때도 있었을 게다。그렇다면 진실로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자들은 조직의,그 기업의 생산성 격차로 설명한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임금이 생산성의 영원한 함수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생산성이 금전적보상을 결정하는 완벽한 기준은 아니다. 동일한 경제권역에선 통할지 몰라도 국가의경계를 넘어서면 또 다르다.
한국과 미국의 1급 소프트웨어 기술자가 동일한 급여를 받는 것은 아니다.
▶▶ 구조는 인간의 의지와 욕망으로 바꿔 나갈 수 있다 경영학자들은그런격차를네트워크의가치로설명한다. 예를 들어 한국 중소기업의 정보기술(IT)엔지니어를 둘러싸고 있는 네트워크를 단순화해 보자.
‘개인의 기술-조직의 역량-해당 기업의 생산성과 경영 능력-해당 업종의 경쟁력-한국의 경제 상황과 경쟁 여건-외국 경쟁 기업들의 동향’등이 얼핏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적 네트워크다. 여기에 실시간으로 변하는 ‘환율-금리-유가-원자재 가격 움직임’이 변수로 따라붙을 것이다. 해당 기업의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이 좋아도 환율여건이 안좋으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 는힘을 키울 수가 없다.
또 아무리 좋은 제품을 내놓아도 내수시장이 바닥권을 헤매고 있으면 기대했던 수익을 낼수 없다. 이렇게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외부에서 주어진 네트워크에 포획돼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상을 철학자들은‘구조주의’라고 부른다.
구조주의에서는 인간(주체)의 모든 행동 양식이 구조내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구조주의를 반대하는 ‘실존주의’는 이런 숙명론을 거부한다. 구조는 궁극적으로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며 인간의지와 욕망으로 바꿔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존주의는 어떤 네트워크도 항상적으로 유지되지 않으며 계속 찢어지고 기워지는 탄생-소멸 과정을 반복한다고 본다.
▶▶ 성공 스토리가 재미있는 건 구조주의에 함몰되지 않기 때문이다 취재팀은여기에서구조주의-실존주의의논리적타당성을따지고싶지는않다. 솔직히그럴능력도안 된다. 다만 지금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의 문제를 제기할 뿐이다. 만약 당신이 지금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있다면 선택은 두가지다.
조금더나은네트워크를가진다른직장을구하든가,아니면현 직장에서새로운성공스토리를쓰든가이다. 만약후자라면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낡 고쓸모없는 그물을 버려야 한다.
부가가치의 원천인 지식 기술 스피드 창의성이 담긴 새로운 네트워크를 짜야 한다.
성공 스토리 창출을 위해서는 일에 대한 재미,성취감,주위의 인정 등과 같은 내재적 동기가 우선돼 야한다. 금전적 보상을 위해 성과에 집착하게되면 오히려 생각의 폭이나 자유로운 발상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 반면 내재적 동기가 있는 상황에서 주어지는 금전적 보상은 네트워크 쇄신을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성과에 대한 보상은 해당 조직이 창조적 활동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구축전략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성공에는 함정이있다. 바닥에서 일어나 정상까지 치고 올라온 기업들중 성공을 제대로 관리하는 기업은 의외로 많지 않다. 과거의 성공방식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눈을 멀게하기 때문이다. 성공으로 향하는 생각과 룰은 끊임없이 변한다. 오늘의 새로운 네트워크는 내일의 낡은 네트워크로 변한다. 그래서 크든작든,성공스토리는언제나재미있다.구조주의에쉽게 함몰되지않았기에,새로운 그물을 짜려는 의지와 욕망이 담겨있기에, 늘 가슴뭉클 하다. 또 다시 묻는다. 당신은,당신의 조직은 어디에 서 있는가. |
성공의 비밀…세탁기에 미친 12명, 大宇의 '大憂'를 세탁하다
대우일렉트로닉스(이하 대우일렉)도 한때 잘나가던 때가 있었다. 1990년대 중반 빅 히트를 쳤던 공기방울
세탁기를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가전제품 대리점 사장들이 공장 앞에 장사진을 이뤘다. 옛 대우전자는 삼성 LG와 함께 국내 가전시장을 확실하게 3분하고 있던 강자였다. 하지만 대우그룹이 무너지고 난 뒤 이 회사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LG 삼성은 이제 예전처럼 대우를 경계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는 조직'에도 내일을 향한 꿈틀거림은 있다. 그렇게 해서 작지만,소중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대우일렉의 국내 드럼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최근 몇 년간 5%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목표는 20% 선으로 크게 늘려 잡았다. 지난 1월 초 내놓은 '드럼업' 세탁기 매출 증가에 힘입은 것.
▶▶ 평균 연차 10년…대우의 영예 되찾기 위해 남았다 변화의 주역은 12명의 드럼업 세탁기 태스크포스(TF) 팀원들이다. TF팀의 리더이자 세탁기 연구소장인 박선후 이사는 팀원들을 "아픔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이 팀원들은 3~4차례의 구조조정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아니라 '안 나간' 사람들이다. 평균 연차도 10년이 넘는다. 그 정도 경험이면 어디서 부장급 대우라도 받을텐데 한때 대우의 영예를 다시 찾을 생각으로 남은 이들이다. 대우일렉은 드럼업 덕분에 지난 상반기 매출 9400억원에 영업이익 85억원을 내며 흑자로 전환했다. 드럼업은 대우일렉이 3년간 정성을 쏟아 개발한 제품으로 드럼의 높이를 11㎝ 올리고 버튼 위치도 측면에서 상단부로 바꿨다.
▶▶ 잦은 스킨십ㆍ자유로운 의사 소통의 장을 만들다 2006년 9월 이승창 대우일렉 사장은 박 이사로부터 갑작스러운 요청을 받았다. 세탁기 개발을 위해 각 분야의 베테랑으로 구성된 TF팀을 만들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미 TF팀 구성에 대한 기안은 준비돼 있었고 2007년 가을까지 신제품을 만든다는 목표도 정해져 있었다. 경쟁사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12명의 팀원으로 출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 사장은 팀 구성을 허락했다. 문제는 팀을 꾸리고 난 뒤부터 시작됐다. 비상근 조직인 탓에 모이는 것 자체가 힘들었던 것.자기 업무에 쫓기다 보니 평균 회의 출석률이 50%에도 못 미쳤다. 박 이사는 이때부터 '회의는 짧게 회식은 길게'라는 모토를 잡고 TF팀 회의를 회사 외부에서 진행했다. 신촌,홍익대 근처에서 팀원들과 만나 회의를 간단히 한 뒤 술집으로 직행했다.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의견 교환이 자유로워지다 보니 회의 출석률도 높아졌다.
가장 큰 소득은 자유로운 의견 교환의 장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이 팀의 막내이자 국내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백경태 대리는 "대기업 조직에서 발언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TF팀원끼리 스킨십이 많아지니 막내인 나도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야근을 밥먹듯…'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 2007년 12월 크리스마스 날, 드럼업의 디자인을 맡은 박성철 책임연구원은 경기도 수원의 한 공장에서 '미친 놈'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문전박대를 당했다. 박 연구원은 출시를 앞둔 드럼업의 저가형 모델에 120만원이 넘는 타사의 고가형 모델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꽃무늬 패턴을 적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뒷면에 꽃무늬 패턴을 인쇄한 유리로 세탁기 전면을 꾸미는 것이 고가형의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하지만 저가형 모델은 구조적으로 유리 대신 철판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박 연구원은 철판에 꽃무늬 패턴을 인쇄할 수 있는 공장을 직접 찾아 다녔다.
2007년 12월부터 한 달 동안 100군데가 넘는 전국의 패널 공장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지난 1월 광주에서 인쇄를 제일 잘하는 업체를 발견했다. 박 연구원은 "불가능하다는 소리를 수십 번 들었지만 철판에 꽃무늬 패턴을 새기는 기술력을 개발하면 그만큼 공장의 명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결국 한 달간의 밤샘 작업 끝에 벗겨지지 않는 인쇄 잉크와 철판의 적정 건조 온도,잉크의 색깔을 찾아 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99만원 저가형 드럼업 세탁기다.
일에 미친 사람은 박 연구원뿐이 아니다. 채경아 홍보팀 차장은 밥 먹듯이 야근하는 아내에게 남편이 전화하면 곧바로 박 이사를 바꿔 준다. 그는 "내가 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상사가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탁기 연구개발만 20년째 하고 있는 이종칠 수석 연구원은 "세탁기를 개발하면서 드럼업을 만들 때만큼 많이 다쳐 본 적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드럼업 기술개발팀은 7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됐는데 이들 모두가 한 번 이상씩 골절상을 입었다. 12㎏짜리 세탁기를 하루 종일 들었다 놨다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뼈가 성할 리 없는 것.
▶▶ 내부 충돌은 고객 지향적 관점에서 해결한다 상품 기획을 맡고 있는 문지혜 과장은 "TF팀원들은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처음엔 각자의 주장이 너무 강해서 내부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잦은 충돌이 생산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고객 지향적인 기준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드럼업의 출시일을 3개월 앞두고 지연시켰던 일이다. 계획대로라면 2007년 10월 출시해야 했지만 막판에 제동이 걸렸다. 1000여명의 유통회사 구매담당자를 불러 놓고 개선 사항을 들어 보니 세탁기 문을 15도 올리고 조작 버튼 크기도 키워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졌다. 세 차례의 수정 과정이 되풀이된 뒤 드럼업은 2008년 1월 출시됐다. 남성 중심적인 문화에 익숙한 대우일렉은 여성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블로그 활동이 활발한 주부 고객 10명을 뽑았다. 이들이 '클라쎄 프로'들이다. 드럼업의 경험담을 블로그에 올려 입소문을 낸 주역들이 이들이다. 박 이사는 "결국 드럼업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세탁물을 꺼내기 위해 허리를 숙여야 하는 고객들의 불편함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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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비밀 ‥ 창조의 미로에서 새로운 관리의 출구를 찾는다
지금까지 우리는 모두 '12개의 비밀'을 돌았다. 연재가 막바지에 다다른 지금,이제 대한민국 최강의 기업 조직 삼성을 들여다볼 때가 되었다. 삼성은 이건희 전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지 불과 10여년 만에 세계 톱 클래스의 기업으로 올라섰고 삼성에서 일을 배운 사람들은 어디를 가더라도 역량 있는 인재로 대접을 받는다. 그렇다면 삼성의 미래도 그러할 것인가.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일 것이다. 무려 20조원에 가까운 경상이익을 내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2004년에도 이 전 회장은 "5년,10년 뒤에 먹고살 거리를 생각하면 등허리에 식은땀이 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삼성은 이 전 회장이 가졌던 위기의식의 실체와 맞닥뜨리고 있다. 단지 그룹의 중심축이었던 이 전 회장이 퇴진하고 전략기획실이 해체됐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까지 축적해온 조직의 내적 역량이 지금 같은 격변기에 맞지 않는다는,일종의 '미스매칭'이 발생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 관리의 위력…최고경영자의 의지와 중간관리자의 능력이 시너지를 내다
과거 삼성의 모토는 '관리의 삼성'이었다.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에 만들어졌던 이 표현은 '일등 삼성'과 동의어였다.
1987년 이건희 회장이 취임하고 난 뒤 '인재-기술 제일주의'를 표방하고 나왔을 때도 삼성을 부르는 한마디는 '관리의 삼성'이었다. 삼성의 '관리'는 인사와 예산을 통제하는 데서 시작된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지 않았을 때,그리고 지금처럼 인적 구성과 비즈니스 모델이 다양하지 않았을 때 '관리'는 굉장한 위력을 발휘했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이 회의석상에서 했던 발언을 모두 녹음토록 해 그룹 임원들에게 의무적으로 듣도록 했다. 이른바 '관리쟁이'들은 회장의 발언에 녹아 있는 강조점과 이행사항을 따로 분리해 필요한 인물들을 적재적소에 앉히고 예산을 배분했다.
이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톱다운(Top down)'식 경영혁신과도 궤를 같이 하는 것이었다. GE의 경영자들은 지금도 중량급 고객들을 만날 경우 5년 내에 1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군 선정을 협의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회의체가 80여개에 이른다는 전언이다. 삼성이 '관리'가 강했던 이유는 최고경영자의 아이디어나 의지를 구체화하는 중간 관리자들의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인재들로 가득 찼던 옛 전략기획실은 이런 중간 관리자들의 집합체였다. 업무에 임하는 성실한 태도,완벽한 일처리,철저한 사후평가,끝을 보는 회의 문화 등은 여전히 삼성의 중요한 자산이었다.
▶▶ 창조,메아리만 남다…관리와 창조의 어정쩡한 중간단계에서 방황하다
'관리의 삼성'이 퇴조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초 이 전 회장이 돌연 '창조경영'을 주창하고 나왔을 때였다. 많은 삼성 사람들은 관리의 시대가 가고 새로운 경영이 시작되는 것으로 이해했다. 어감상으로도 '관리'와 '창조'는 상극인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창조'라는 표현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추상적이라는 데 있었다. 톱다운 혁신에 익숙해 있던 삼성인들은 애매한 슬로건에 당장 구체적인 변화의 방향이 제시되지 않자 "도대체 뭐가 달라지는 것이냐"고 스스로 반문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삼성 특검'사태가 터졌다. 그룹은 임직원들에게 창조경영의 진면목을 이해시킬 시간과 여유를
갖지 못했다. 추상화돼 있는 슬로건에 강력한 실행의 에너지를 주입할 수 있는 틈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이제 많은 삼성인들은 스스로 '관리'와 '창조'의 어정쩡한 중간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느낀다. 이 같은 딜레마는 미래 삼성의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가 '뜨는 조직'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제시했던 편제 협력 선택 네트워크 차별화 등의 문제는 모두 경영의 방침,목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이 강조한 창조는 예술가나 과학자들이 언급하는 것과 다르다. 기업에 있어 창조는 뭔가 새롭고 유용하며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고,창조경영은 '창조적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지속적인 혁신'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창조경영이 성공하려면 창조적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고 혁신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실행 프로세스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관리'와 '창조'는 상호 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의 전통적인 '관리'는 이제 그 대상과 방식을 바꿔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인력 영입만으로는 조직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없다. 비록 아이디어가 많은 인재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창조성을 발현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렇다고 완전히 자유방임형으로 관리할 수도 없다. 실행전략 없이 아이디어만 만발하는 조직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
▶▶ 관리와 창조의 화해…창조적 활동에 대한 지원과 통제가 필요하다
우리는 창조적 시스템 이론을 제시한 미국 시카고대학의 미하이 칙센미하이 교수의 분석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르면 창조경영의 시스템은 △개인(individual) △분야(field) △영역(domain)으로 구성된다. '개인'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지식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분야'는 개인의 아이디어를 선별하고 자원배분을 결정하는 사람이다. 기업의 경우 사업화나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의사결정권자다. 마지막으로 '영역'은 과거에 생성된 지식이나 정보 규칙 절차 등의 집합체다. 기업 내에 존재하는 각종 정보 지식 기술 관행 문화 제도 등이 해당된다.
창조경영은 이 3개 요소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구현된다. '개인'이 고정관념을 깨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분야'의 의사결정권자는 이를 평가하고 자원배분 여부를 결정한다.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면 새로운 지식이나 관행 등의 형태로 '영역'에 정착한다. 따라서 아무리 창조적 아이디어가 백출하더라도 평가나 선택을 담당하는 의사결정권자가 거부해 버리면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또 창조를 일선에서 담당하는 개인의 역량이 떨어지거나 이들이 일상활동에 매몰돼 새로운 시도를 할 여력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관리쟁이'들은 창조역량이 뛰어난 인재를 외부에서 뽑아오거나 아니면 일상에 지친 직원들이 창의적인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반면 창조적 혁신이 탁월한 한두 사람에 의해 간헐적으로는 일어나는데,지속화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는 창조를 지원하는 내부 인프라를 뜯어고쳐야 한다. 창조지향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관리방식과 조직문화에 변화를 줘야 한다.
결국 기업 조직에서 관리와 창조는 따로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창조적 활동에 대한 지원과 통제는 관리가
지향해야 할 양날의 칼이다.
▶▶ 전통적으로 위기에 강한 삼성, 어디까지 진격할 것인가
돌이켜 보면 이 전 회장이 창조경영을 추진하려고 했던 이유는 경영시스템 전반을 창조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재설계함으로써 과거 '7-4제' 도입을 통해 그랬던 것처럼 기업 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꾸려는 시도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단어의 추상성에 매몰됐던 것은 창조가 특별한 개인에 의해 이뤄진다는 선입관,창조 활동은 일상적인 경영과는 유리된 특별한 것이라는 오해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아이디어나 창의성은 화려할 수는 있겠지만 창조경영을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착근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중간 관리자들의 역할을 종전과 다른 시각으로 정립하고,필요한 자원을
적재적소 적기에 투입하는 새로운 관리모델이 필요하다. 시간과 비용 절약을 위해 핵심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수혈하는 전략도 긴요하다. 하지만 삼성이 지금의 진용으로 이런 과제들을 능소능대하게 수행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통적으로 위기에 강한 조직이긴 하지만 관리와 자율이 공존하는 경영체제를 실험해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결국 창조경영은 과도기적 성격을 띠고 있는 삼성의 현 경영체제와 맞물려 상당한 정도의 탐색기간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과도적 비용의 크기에 따라 삼성의 앞날,우리경제의 지평도 달라질 것이다.
출처 : 제조혁신-공장합리화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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