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혁신

[스크랩] 뜨는 조직과 지는 조직 비교

조아0415 2014. 11. 8. 18:45

-. 한국경제신문의 창간 특집 조직운영 관련 시리즈기사입니다. 참 잘된 대단히 유익한 기획기사입니다. 여러분들 조직에 원용할 수 있는 12가지 조직운영 비밀의 단초를 찾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창조적 시스템이론을 제시한 미국 시카고대학의 미하이 칙센미하이 교수의 분석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르면 창조경영의 시스템은 △개인(individual) △분야(field) △영역(domain)으로 구성된다. '개인'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지식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분야'는 개인의 아이디어를 선별하고 자원배분을 결정하는 사람이다. 기업의 경우 사업화나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의사결정권자다. 마지막으로 '영역'은 과거에 생성된 지식이나 정보 규칙 절차 등의 집합체다. 기업 내에 존재하는 각종 정보 지식 기술 관행 문화 제도 등이 해당된다. "

 

 

1. 창의성의 비밀

2. 편제의 비밀

3. 협력의 비밀

4. 관리의 비밀

5. 네트워크의 비밀

6. 차별화의 비밀

7. 공부의 비밀

8. 마음의 비밀

9. 신뢰의 비밀

10. 변화의 비밀

11. 선택의 비밀 

12. 성공의 비밀

13. 삼성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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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네 조직은 안녕하십니까
 

지난 1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와 함께 내한 공연을 가진 미국의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에는 지휘자가 없다.

팀원들이 스스로 악보를 해석하며 악장과 수석도 직접 선정한다. 하지만 이 오케스트라는 2001년 그래미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연주력을 발휘했다. 경영학계의 전설적 이야기꾼인 피터 드러커는 "미래 기업은 바로 이 오케스트라처럼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악보를 읽고 해석하는 상상력과 음감의 조화를 이루는 상호 협력이야말로 기업 조직의 혁신적인 모델이라는 것.

눈을 부릅뜨고 귀를 크게 세워도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비즈니스의 세계다. 항상 1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도 없다. 만약 그런 게 있다면 과거 대우나 최근 리먼브러더스의 몰락을 설명해낼 길이 없다.

어떤 조직이 지고 어떤 조직이 살아남는가. 이 비밀이 풀리는 순간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경쟁력이 생긴다. 비밀의 그림자를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개발 사례를 통해 엿본다.

 

 

 

 

①창의성의 비밀

1979년 일본 후지쓰의 연구원 쓰타에 시노다씨는 컬러 PDP를 개발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낸다. "TV를 벽에 걸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연구활동에 너무 몸을 혹사시킨 나머지 병원에 입원하는 불상사가 발생했고 연구 프로젝트는 중지됐다.

②편제의 비밀
2년 뒤 건강을 회복해 출근했지만 그의 보직은 연구부서에서 생산지원부서로 바뀌었다. 그래도 쓰타에씨는 부서장을 졸라 연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서장은 난감했지만 그를 도와주기로 했다. 고유 업무에서 빼주고 약간의 예산도 지원했다. 하지만 회사의 공식 프로젝트가 아니었던 만큼 쓰타에씨는 시제품조차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③협력의 비밀
그는 회사 인근 술집에 수시로 사내 엔지니어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벽걸이 TV를 만들어 세계를 놀라게 하자"고 말했다. 브라운관 TV가 시장을 주름잡던 1980년대 중반이었다. 그런 식으로 외주 업체에도 부탁했다. 일부 직원들과 외주 업체는 시제품 제작을 돕기 시작했다. 각각 해직과 거래 중단을 각오한 행동이었다.

④관리의 비밀
중간에 제작 '비밀'이 새나가 중역들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지만 이번엔 또 다른 이들이 도움을 주었다. 오랫동안 그의 연구를 반대한 상사들이 예산 지원을 늘려 주며 '바람막이' 역할을 한 것. 그 결실이 1992년 세계 최초로 개발된 PDP였다. 이듬해 뉴욕 증권거래소는 이 PDP를 객장에 내다걸었다.

⑤성공의 비밀
쓰타에씨는 2006년 "기술 혁신에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로부터 명예회원 자격을 받았다. 세계 전자업계 엔지니어들에게 최고의 명예이자 지난달 윤종용 삼성전자 고문이 부여받았던 바로 그 자격이다.

오르페우스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후지쓰의 성공 스토리를 떠받치는 두 가지 축은 창의성과 실행 능력이다. 창의성은 천재의 고독한 영감이 아니다. 지식의 크기와 상상력의 넓이가 그 원천이다. 기업은 이 모든 능력을 편제에 담는다. 편제는 기업의 전략과 재능을 조직하는 틀이다. 실행 능력은 팀워크와 네트워크, 관계에 달려 있다. 관계가 루틴(routine)에 빠진 족쇄여서는 안 된다. 오케스트라의 팀원들처럼, 쓰타에씨를 도왔던 사람들처럼 움직여야 한다. 월가 파탄이라는 무시무시한 태풍이 몰려오고 있는 지금, 일하는 조직의 재건을 다시 제안해본다.
 

유레카는 없다 … 생각의 물구나무를 서라 

 
'봉숭아학당' 18년 長壽비결
봉숭아학당 株價 90만원  
협력의 비밀 ‥ 30kg 리카온이 200kg 사자를 공격하는 이유


미국 제록스(Xerox)사의 팔로알토연구소(Parc)는 1973년 세계 최초로 그래픽방식(GUI)의 PC를 개발했다. 마우스 워드 프로세스 등 당시로는 혁신적인 기술들이 잇따라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제록스는 이 컴퓨터를 상용화하는 데 실패했다. 연구소는 다른 부서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마케팅 부서도 설득하지 못했다. 결국 제록스는 이 컴퓨터를 창고에 방치한 채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용 워크스테이션 개발에 매달렸다. 그러나 1980년 팔로알토연구소를 방문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달랐다. 잡스는 제록스의 기술이 미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몇 년 뒤 애플이 내놓은 매킨토시는 전 세계시장을 석권하며 잡스를 일약 세계적인 기업인 반열에 올려놓았다. 

▶▶ 최고의 성과를 내려면 팀으로 움직여라
조직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업무를 처리한다. 누구든 혼자서는 그 일을 수행할 수 없다. 한 사람이 팀 전체에 영감을 불어넣을 수는 있지만 모든 일을 다 처리할 수는 없다. 그래서 팀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다른 대안은 없다. 조직 내에서 가장 이기적인 사람들조차 팀을 구성하지 않고는 일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통상 팀원들에게는 역할이 부여된다. 업무에 칸막이가 생기고 책임소재가 가려져 있다. 문제는 구성원들의 자질과 특성이 천차만별이라는 데 있다. 어떤 사람은 창의적이고,어떤 이는 덜 창의적이며,또 다른 구성원은 차라리 관리형-방어형에 가깝다. 누구나 상호 협력의 필요성,그 중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그것을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 한마디로 그때 그때 다르다.

바로 그런 사정 때문에 요즘 기업들은 하부 조직을 더욱 작고 수평적인 구조로 만든다. 팀워크가 이뤄지기 쉽고 의사결정도 빨라지기 때문이다.
좋은 조직은 겉으로 칸막이가 쳐져 있어도 내부적으로는 얇은 커튼이 드리워져 있을 정도의 근접성과 친밀성을 갖고 있다. 상호 업무에 대한 이해의 폭이 크고 서로 역할이 중복되는 분야에서의 교감도 잘 이뤄진다.

▶▶진정한 팀워크는 설득과 공감의 자리에 있다
하지만 작을수록 협력이 잘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사소한 의견대립이 감정싸움 양상으로 번질 때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휴대폰 디자인을 놓고 A타입을 주장하는 사람과 B타입을 주장하는 이가 맞섰다고 하자.두 사람은 시장과 고객을 우선적인 고려 기준으로 놓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알고 있는 '시장'과 '고객'은 서로 다르다. 가만히 놔두면 평행선을 달릴 게 분명하다.

이때 팀워크가 작동해야 한다. 때로는 리더의 전격적인 개입으로 싱겁게 결판이 날 때도 있지만 그건 팀워크의 영역이 아니다. 진정한 팀워크는 설득과 공감의 자리에 있다. 두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입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근거와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팀원들을 상대로 자신의 아이디어와 실행 로드맵을 팔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팀도 하나의 시장이다.

승리는 '시장'에서 아이디어가 채택된 사람의 몫이지만 그렇다고 나머지 한 사람이 패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케팅에 실패한 팀원은 이제 최종 의사결정의 결과가 좋게 나오도록 실행에 힘을 보태야 한다. 그게 바로 팀워크다. 앞서 소니의 MP3 전략의 실패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어정쩡하게 타협했을 뿐이고,그것이 제품의 입체화?최적화로 연결되지 못했다.

▶▶ 조직 일에 냉소적인 좀비는 술집에서 기생한다
아프리카 들개 리카온은 사냥 전 반드시 작전회의를 한다. 10여마리가 서로 빙글빙글 돌면서 눈빛을 교환한다. 지휘자를 포함해 각자 역할이 주어지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리카온은 배제된다. 회의가 끝나면 찍어놓은 먹잇감을 향해 주저없이 돌진한다. 주로 영양이 타깃이다. 리카온 떼는 전격적으로 200㎏이 넘는 사자를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어렵사리 포획한 영양을 사자가 뺏으려고 할 때다. 아무리 수가 많다고 해도 30㎏ 정도에 불과한 리카온이 사자를 당해낼 수는 없다. 하지만 리카온 떼는 결코 주눅이 드는 법이 없다. 사냥이 불가능할 정도의 큰 상처를 입어도 끝까지 돌봐주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리카온 떼의 조직력은 거친 생존본능이 지배하는 사바나 초원에서 이례적일 정도로 탄탄하다. 하이에나보다 훨씬 작은 몸집을 갖고도 당당한 포식자의 일원으로 살아남은 비결이다.

팀워크는 팀의 가치를 높인다. 성공 횟수가 많아질수록 특히 그렇다. 조직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자신감이 배양된다. 좋은 팀워크는 어느 조직에나 있게 마련인 좀비(Zombie)들을 척결하는 데도 유리하다. 좀비는 말 그대로 조직 내에서 거의 죽어있는 사람들로,새로운 아이디어에 전혀 관심이 없다. 무관심과 냉소만 보낼 뿐이다. 이들의 특징은 보통 때 가만히 있다가 술집같은 곳에서 불평을 늘어놓는다. 게릴라처럼 수시로 조직 내 변화 주도자와 아이디어 입안자들을 공격한다.

▶▶협력의 인자가 없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다
그래서 닛산에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카를로스 곤 회장은 "회사 인근에 술집이 번성하는 조직은 망한다"고 갈파했다. 그는 "변화가 제대로 이뤄지면 새로운 가치가 생겨나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면 술집만 좋은 일 시켜준다"고 말했다. 좋은 조직이 좀비들을 내치는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상호 협력을 위해서는 업무나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그것을 이루기 위한 학습 분위기가 선행된다. 좀비들이 공부를 할 리가 없다. 겉으로 공부하는 척 해도 모두가 학습하는 곳에서는 금세 정체가 드러난다. 집단 항명을 하는 무리도 더러 있겠지만 대개 부서 변경을 신청하거나 그 전에 도태되는 코스로 간다.

그리하여 아무리 좋은 편제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협력의 인자가 없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 될 수밖에 없다. 편제 자체가 협력을 위한 배려와 열정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편제는 베낄 수 있다. 충분히 모방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좋은 조직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완전히 차원이 다른 얘기다. 협력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다. 목숨을 각오하고 덤벼드는 용맹함과 부상당한 동료의 먹거리를 챙겨주는 팀워크가 없다면 리카온의 편제는 그저 오합지졸의 들개떼로 전락할 뿐이다.

 

협력의 비밀 ‥ 26명 '멀티'들이 쏘아올린 역전의 하모니  

어느 분야에서든 역전은 어렵다. 총력전을 펼쳐도 '한끗' 차이인 2등이 1등을 따라잡기 어려운 세상이다. 피 말리는 경쟁이 벌어지는 스포츠계도 마찬가지.하지만 우리는 하위권을 맴돌던 팀이 갑자기 1등으로 올라서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목도한다. 스포츠계의 속성이 그렇다고 생각하기에는 그들이 벌이는 각축전이 너무나 치열하고도 뜨겁다. 취재팀이 SK 와이번스를 찾아간 이유는 단기 역전의 비밀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이 팀의 2006년 성적은 8개팀 중 6위였다. 연고를 삼고 있는 인천지역엔 변변한 고교 야구팀도 없다. 하지만 SK 와이번스는 지난해 창단 8년 만에 우승 축하포를 쏘아올린 데 이어 올해도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올 시즌은 그야말로 SK 와이번스의 독주 체제였다. 시즌 초반에 일찌감치 1위 자리에 오른 뒤 단 한번도 1위를 내주지 않았다. 다른 팀이 약해진 것일까. 전문가들은 고개를 젓는다. SK가 몰라보게 강해진 것이다. 고작 26명이 있는 조직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美ㆍ中ㆍ日 야구 접목한 완벽한 컨버전스='+α'의 화수분
SK 와이번스 야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일본과 미국 야구의 접목이다.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 코치를 지낸 김성근 감독과 미국 프로야구 시카고 화이트삭스 불펜 코치로 9년간 활약한 이만수 수석코치의 배합은 미ㆍ일 야구의 완벽한 컨버전스다. 실제 김 감독은 세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상대 공략법을 찾아내는 일본식 야구를 중시하는 반면 이 코치는 선수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메이저리그식 야구에 익숙한 편이다. '김성근-이만수' 지도 체제 출범 당시 서로 다른 야구 스타일의 충돌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조직문화를 창출하는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됐다.

-컨버전스는 현대 기업경영의 트렌드다. 영국의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경영자들을 계열사나 다른 근무지로 교차 발령하고,독일의 전기전자기업 지멘스의 경영자들은 1년에 여러차례 재무와 마케팅처럼 완전히 다른 종류의 업무를 수행하는 사업 부문에 배치된다.

▶▶끊임없는 주전 경쟁…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가슴 졸인다
SK 와이번스에선 자신이 확고한 주전 선수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붙박이 4번타자 자리를 꿰차고 있는 선수도 없다. 매일매일 타순이 바뀌어 상대팀이 타순을 예측할 수 없는 이른바 '플래툰 시스템'이 SK 와이번스의 전매특허일 정도다. 그만큼 각 포지션의 위치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김 감독이 2개 포지션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를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외야수인 이진영이 내야수 수비를 보고,내야수인 정근우가 외야수를 맡는 식이다. 3년차 포수인 이재원은 1루수와 3루수까지 맡는다.

팀내 주전 경쟁은 선수들에게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된다. 언제든지 내가 주전이 될 수도 있고 후보가 될 수도 있다는 긴장감은 선수들로 하여금 연습과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SK 입단 9년차인 이진영(우익수)은 "선수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경쟁의식이 팀 전체의 경기력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혹독한 훈련 통해 잠자는 호랑이를 깨운다
SK 와이번스에 진정한 2군은 없다. 말이 2군이지 언제든지 1군으로 향할 수 있는 1.5군급 선수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혹독한
훈련을 통해 후보 선수들의 잠재된 능력을 100% 이상 끌어낸 결과다. 올해 SK선수단은 시즌 내내 부상 병동이었다. 이호준 정경배 등 지난해 우승을 이끈 간판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고 이진영 박경완 박정권 등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돌아가며 1군에서 빠졌다. 그 공백을 1.5군급 대체 선수들이 메웠다.

SK 와이번스 2군은 또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해외 전지훈련을 떠난다. 2군 포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해 일본에서 코치를 데려와 10일 정도 훈련을 시키기도 한다. SK 와이번스는 지난달 26일 꼴찌팀인 LG 트윈스에 3-1로 패했다. 21일 페넌트 레이스 1위를 확정지은 뒤 치른 경기였다. 선수단은 이날 오후 11시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가장 중요한 포스트 시즌을 남긴 상황에서 해이해진 기강을 다잡기 위해서였다. 코칭스태프는 이 자리에 없었다. 특훈도 가졌다. 늘상 하던 것과 똑같이 몸풀기를 비롯해 타격과 수비 연습을 진행했다.

-경영학자 톰 피터스는 "경기가 좋을 때 사원 교육 예산을 2배로 늘리고,나쁠 때 4배로 늘려라"라고 말했다. 직원 교육을 경쟁력 제고의 원동력으로 본 것이다. IBM은 사내 직원교육 투자를 아끼지 않는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 IBM은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약 8억달러를 직원 교육비로 투자하고 있다. 이는 미국 하버드대의 연간 강의 예산보다 많은 수준이다.

▶▶주전 보장ㆍ2군ㆍ개인플레이 없는 3無 조직…매일 다른 라인업 구성
SK 와이번스의 야구는 '전원 야구(total baseball)'다. 전원 야구는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차가 크지 않아 많은 선수들이 골고루 출전하는 방식의 시스템 야구를 일컫는다. 전원 야구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팀플레이다. 이 같은 전원야구의 팀플레이는 경영조직의 태스크포스(TF)팀이 필요로 하는 팀워크와 일맥상통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TF팀이 단기간에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선 팀원 간 팀워크가 필요하듯이 매일 다른 주전 라인업으로 구성되는 SK 와이번스가 이기는 야구를 하기 위해선 선수들 간 팀플레이가 필수일 수밖에 없다.

SK 6년차 고참인 박경완(포수)은 "자신의 성적이 아닌 팀의 승리를 위해 경기에 임하는 것이 결국에는 주전 발탁 등 자신에게 보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팀플레이에 대한 큰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시간의 비밀‥시간맞춘 '좋은' 제품이 가치있는 이유는…
 
시간맞춘 '좋은' 제품이 시간넘긴 '최고' 보다 가치있는 이유는…

BMW의 브랜드와 디자인은 특별하다. 도요타의 15%에 불과한 차를 팔면서도 그 명성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 브랜드 전문가 왈리 올린스는 "BMW 특유의 개성과 정체성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렸다"고 평했다.

전 세계 모든 메이커들이 BMW의 디자인 능력을 벤치마킹하고자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성공한 디자인이 갖고 있는 독창성과 영향력까지 베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국 청년들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애플의 아이폰 역시 마찬가지.경쟁사들이 유사한 제품들을 쏟아내도 아이폰은 아이폰이다.

대중들은 독창적인 제품에 열광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요즘 경영화두로 각광받고 있는 감성마케팅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유행 변천의 역사는 인류 복식문화의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이 때문에 자동차업체와 TV 메이커들은 끊임없이 스타일을 바꾼다. 화장품과 초콜릿 포장은 갈수록 화려해지고 있다. 기업들의 사무실 인테리어도 바뀌고 변호사 같은 전문인력들이 사용하는 편지 봉투,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 보고서 제작 역시 디자이너의 몫으로 옮겨오고 있다.

▶▶ 창의성의 최대 걸림돌은 시간
창의성은 우리 일상생활의 사방에 녹아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아이디어가 들어가 있지 않는 제품은 없다.

창의성이 범람하는 이유는 대중들이 새로운 생각과 디자인을 계속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에 성공했다고 미래에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대중(소비자)들의 취향은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 대중은 시장에서 창의적인 제품들을 선별적으로 고른다. 비록 창의적일지라도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런 가책 없이 배격해버린다.

문제는 창의적인 능력을 분출하고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통상 디자이너를 고용할 때 드는 비용이라면 인건비와 부수적인 활동경비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비용은 시간이다. 아무리 뛰어난 창의성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유행의 흐름을 놓쳐버린 제품이나 서비스는 그 가치를 잃게 돼 있다. 신차 개발 기간에 맞춰 새로운 스타일을 내놓지 못한 디자이너는 그저 회사 비용 증가에 기여할 뿐이다.

게다가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들은 대개 마감시한이 닥쳐서야 일하는 습관이 있다. 우리는 일부 방송 작가나 소설가들이 밤을 새우고 나서야 겨우 원고를 마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 창의적인 사람은 시간을 통제할 줄 안다
창의적인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징은 완벽을 추구한다는 것.단 1%의 개선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몇 달에 걸쳐 바꾸고 또 바꾼다. 결코 그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그들은 더 나은 아이디어를 창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좋은 아이디어도 폐기한다. 창의적인 사람들이 쓰레기통에 버리고 간 아이디어를 휴지통에서 다시 꺼내 쓰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일반 생산라인이나 지원조직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업이 언제나 최고의 제품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의 변수를 대입하지 않는 경영은 죽은 경영이다. 만약 시간을 맞춘 '좋은' 제품과 시간을 넘겨버린 '최고'의 제품이 있을 경우 많은 기업은 '좋은'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창의적인 직원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시간을 적절하게 통제해야 한다. 그래서 시간 싸움이 벌어진다. 창의적인 사람은 더 많은 시간을 원하고 관리자는 줄이려고 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시간은 돈이다'라는 격언은 창의성을 먹고사는 기업 조직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만약 시간을 적절하게 통제해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그 기업은 대중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수익을 끌어낼 수 있다.

▶▶ '시간은 돈' 고려못한 영화 '천국의 문'
하지만 현실은 종종 그렇지 않다. 시나리오작가 출신인 마이클 치미노 감독은 세계적인 영화감독이었다. '대도적' '더티 해리2' '디어 헌터' 등이 그의 걸작들이었다.

그는 1978년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사로부터 백지수표를 받고 '천국의 문'이라는 영화 제작에 들어갔다. 하지만 감독은 제작의 모든 단계에서 정해진 시간을 지키지 못했다. 길어야 석 달 정도로 계획한 제작기간은 무수하게 반복된 재촬영으로 2년이나 걸렸다. 여기에다 완성된 영화의 '오리지널 타임'은 5시간이 넘었다. 그 영화를 2시간30분짜리로 편집해 극장에 내다 걸었지만 그 결과는 대재앙이었다. 스토리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고 2년이란 시간을 끌면서 제작한 영화를 절반으로 줄이다보니 화면 연결도 엉성했다.

영화는 개봉한 지 불과 나흘 만에 간판을 내렸고 무려 4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은 영화사는 파산절차에 들어갔다. 당시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사의 손실은 기네스북에 올랐다.

▶▶ 시간속엔 상호협력의 비밀이 숨어 있다
기업들은 창의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비용을 통제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훈련시켜야 한다. 동시에 최대한 많은 양의 제작 정보를 제공해 이해를 구해야 한다
. 그들이 나중에 "그건 몰랐다"고 말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 과정은 또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스스로 창의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 역시 상업적 규칙에 맞게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직장인이라면 대개 상사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게다.

"이번 프로젝트는 소신을 갖고 한번 해봐.무엇이든 구애받지 말고 자유롭게…."

하지만 이 얘기를 액면 그대로 믿었다가는 나중에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상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실상은 대부분 이렇다.

"당신은 경험이 많은 사람이야.그래서 이런 종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얼마나 비용이 들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들지 잘 알거야.이번 건은 특히 중요하기 때문에 예산과 시간을 다소 초과해도 괜찮아.당신이 좋은 결과만 낼 수 있다면 말이야.물론 합리적인 선을 넘지 않아야 할거야.우리는 전에도 함께 일한 적이 있으니까 내가 뭘 원하는지 잘 알거야."

결국 시간의 비밀도 이처럼 상호 협력과 이해의 관계 속에 있는 것이다. 만약 상사의 뜻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면 그 조직은 그 다음 단계,'네트워크의 비밀'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 가운데 '냄비 근성'과 '치맛바람'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빨리 싫증을 내는 '냄비 근성'은 보다 새롭고 창의적인 제품을 갈구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고,'치맛바람'은 높은 교육열로 대체할 수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표현 역시 유난히 많은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IT 강국의 이미지와 오버랩시킬 수 있다. 스피드와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인은 장점이 많다.

시간의 비밀‥'90분의 스피드' IBK 최대 히트작을 탄생시킨다

 

 

네트워크의 비밀‥'창의성'이 놀 멍석이 쫙~ 깔렸으니까 

네트워크의 비밀‥그곳엔 '또라이'가 있다
 
잘 나가던 조직이 갑자기 삐걱된다면 그곳엔 '또라이'가 있다

영국의 저술가이자 군인으로 아랍의 독립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진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는 1919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12명의 아랍인을 데려왔다. 그는 1962년에 제작된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실제 모델이기도 했다. 생전 처음 외국여행을 하게 된 아랍인들은 투숙한 호텔 목욕탕의 수도꼭지를 보고 신기하게 생각했다. 단 한번 작동으로 물이 쏟아졌으니 그럴 법했다. 그들은 마음껏 목욕을 즐겼다.

로렌스를 정말 당혹케 한 사건은 그들이 귀국하는 날 터졌다. 호텔 로비에 도착한 로렌스는 약속한 시간에 아랍인들이 나오지 않자 호텔 직원과 함께 객실로 올라갔다. 아랍인들은 놀랍게도 수도꼭지를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황당해하는 로렌스에게 아랍인들은 이렇게 얘기했다. "이걸 가져가면 사막 한 가운데서도 마음껏 목욕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 아랍인들은 수도꼭지가 물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들은 수도꼭지 뒤에 물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메커니즘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수도꼭지→파이프→수도관→저수지로 연결된 네트워크 말이다. 

▶▶ 네트워크엔 중앙과 주변이 따로 없다
세상은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 네트워크는 관계와 관계의 연결이다. 네트워크에는 중앙과 주변이 따로 없다. 어떤 네트워크든 관계의 확장 여부에 따라 중앙이 될 수도 있고 주변이 될 수도 있다. 중앙이 따로 없다보니 통상 연결형 조직에 따르게 마련인 지시나 통제도 없다. 정보가 흐르는 길도 일정한 방향이 없다. 최근 자살로 생을 마감한 '최진실 사건'에서도 네트워크의 궤적을 그려볼 수 있다.
루머 생산자→유포자→증권사 메신저→인터넷→일반인으로 연결된 것이다.

몇 년 전 모 방송사 프로그램은 연예계 최고의 마당발을 조사해본 적이 있다. 한때 개그우먼으로 활동했던 박경림이 첫 손가락에 꼽혔다. '박경림이 아는 사람','박경림을 아는 사람' 모두를 조사해봤더니 그녀의 거미줄이 가장 촘촘하고 넓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기업인의 눈으로 보면 박경림은 사업을 해야 할 사람이다. 비즈니스 성공의 요체는 네트워크에 달려 있다. 박경림은 연예계 네트워크의 허브요 중심이다. 하지만 이 '중심'은 또 다른 마당발이 나타나면 주변으로 밀린다.

▶▶ 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
그렇다면 네트워크는 왜 중요한가. 관계를 맺으면 시너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기러기는 'V'자 대형으로 날 때 가장 멀리,빨리 간다. V자형으로 이동하면 혼자 나는 것보다 같은 시간에 70%의 거리를 더 이동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가장 앞에 선 기러기로부터 양력(위로 뜨는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먼 거리를 날아가야 하는 철새들에겐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새가 다른 새의 날개 끝에서 날아간다면 뒤에서 나는 새는 앞에서 발생한 양력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비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이 만드는 네트워크는 자연이 설계해 놓은 시너지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기러기는 본능으로 시너지를 내지만 조직은 협력과 전략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메칼프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네트워크의 가치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게 인터넷이다. 사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이용가치는 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2001년 옥션 주식의 50%가 1500억원의 가격에 이베이에 양도됐다. 하지만 옥션 설립과 유지에 들어간 비용은 그보다 훨씬 적었다. 2000년 아메리칸온라인(AOL)이 M&A 사상 최대 금액인 1120억달러에 타임워너를 인수한 것은 사실상 네트워크 기업이 콘텐츠 기업을 포획한 사례였다.

▶▶ M&A는 외부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수단이다
통상 기업들이 M&A(인수ㆍ합병)를 추진하는 이유는 피인수대상 기업의 지식과 네트워크를 흡수하기 위한 것이다. 과거엔 해당 기업이 갖고 있는 자산이나 설비가 중요한 기준이었지만 요즘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 일차적인 기준이다.

두산은 미국의 건설기계회사인 밥캣을 인수할 때 "밥캣이 미국시장에 갖고 있는 네트워크와 판매 역량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M&A에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던 삼성전자가 최근 세계적인 반도체 특허기업인 샌디스크를 인수하려는 것도 첨단 기술과 양산만으로는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확장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결국 M&A는 외부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셈이다. M&A보다 약한 수단으로는 전략적 제휴와 기술-자본-판매 제휴 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계약서를 동반하지 않은 네트워크의 확장은 어떻게 가능할까.
전략과 팀워크,아이디어와 실행능력에서 나온다. '빠꿈이'(경계확장자)들이 갖고 들어오는 정보나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고 새로운 사람과 조직들을 만나야 한다.

네트워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외부 못지않게 내부 네트워크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보수집→아이디어 창출→의사결정→부서 간 협력→실행이라는 프로세스에서 조직 내 수많은 네트워크들이 가동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프로세스를 <협력의 비밀>에서 이미 살펴본 바 있다.

▶▶나쁜 성격으로 일 잘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만약 어떤 이유로 협력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줄들이 느슨하거나 끊어져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조직이 네트워크 자체에 결함이 없는데도 협력이 잘 안 된다면 대개 그 이유는 '사람'에게 있다. 고집이 세서 다른 의견을 들으려고 하지 않거나,아니면 지독하게 게으르거나 한 사람들 말이다.

그런데 '고집쟁이'나 '게으름뱅이'보다 훨씬 더 조직에 해악을 끼치는 이들은 세칭 '또라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 단어는 쓰는 사람에 따라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 좋은 의미의 '또라이'는 영감과 감성이 너무 풍부해 다른 이들과 잘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이 부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쁜 뜻으로 사용되는 '또라이'의 공통점은 자기 중심성-배타성-몰염치로 요약된다. 정당한 이유없이 동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받게 만드는 존재다. 조직 행동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스탠퍼드 대학의 로버트 서튼 교수는 이라는 저서를 통해 이런 류의 또라이들을 조직에서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재팀은 그동안 상식에 입각해 여러 기업 관계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봤다. "성격은 (남을 불편하게 만들 정도로) 나쁘지만 맡은 일은 잘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절충형 질문에 비해 대답은 단도직입적이었다. 마창민 LG전자 마케팅 팀장은 "나쁜 성격으로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을 잘 하려면 다른 사람들과 협의를 하고 때로는 설득을 해야 하는데 그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재계 인사는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고 취재팀에 면박을 줬다. 그는 "또라이 옆에는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 지독하게 자기 중심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옆에 가면 뭔가 상처를 입을 것 같은 피해의식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결론은 역시 일을 잘 할 수 없고,조직 내에서 성공하기도 어렵다는 것.

지금 당신의 조직에는 어떤 또라이들이 있는가. 혹시 그들이 약간의 재능을 믿고 활개치고 다니지는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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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비밀 … 일 잘하는 사람은 '학습 DNA'가 있다


일본 홋카이도에는 인구 45만명에 불과한 아사히카와라는 도시가 있다. 이곳에 있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연간 300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한다. 1200만명이 사는 도쿄 국립동물원을 앞서는 수치다. 이곳은 10년 전만 해도 연간 방문객이 60만명에 못 미쳐 시의회가 폐원을 거론할 정도였다.

아사히야마의 성공 비결로는 1975년부터 33년간 이어져 온 학습 중심의 분위기를 꼽을 수 있다. 현재 동물원장인 고스케 마사오씨는 1973년 이곳에 입사했다. 선배에게 업무를 배워야 하는데 '어깨 너머로 알아서 배워라'는 분위기가 만연하자 아예 학습 조직을 만들었다. 선배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질문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든 것.처음에는 월 1회 정도 열렸으나 1980년대부터 월 2~3회로 횟수를 늘렸다

▶▶ 日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성공 비결은 학습
이 모임에는 사육사들뿐 아니라 동물원의 재정과 시설을 관리하는 사람들까지 함께 참여했다. 동물을 돌보는 방법에서 손님들을 대하는 서비스 노하우,효율적인 시설 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학습 조직에 참여한 사람들은 맡은 분야 이외의 지식을 이곳에서 습득하고 공유했다.

동물원의 존재 의미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하면 관람객을 감동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탐색들이 이뤄졌다. 혹시라도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을 보고하는 이가 있으면 가차없이 비판받았다.

아사히야마가 그동안 일본 동물원이 보여주지 못했던 기획력을 발휘한 것도 이 모임의 결과물이다. 1986년 '원 포인트 가이드' 및 '부모님과 함께하는 동물 교실',1987년 '밤의 동물원'과 '겨울 동물원 관찰회' 등은 큰 호평을 받았다. 바이오 화장실,노인들을 위한 실버 셔틀,연간 1000엔 회원 입장권 등은 학습 모임이 내놓은 수많은 아이디어들 중 하나였다.

아사히야마 동물원 홈페이지에는 사육사들의 블로그 메뉴가 따로 있다. 동물 사육 과정에서 있었던 비화와 에피소드 같은 소소한 일상사부터 동물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은 동물원 직원뿐 아니라 관람객까지도 자신들의 학습에 참여시키고자 하는 조직 문화의 영향이다. 홈페이지 안에는 사육 동물에 대한 뉴스가 매일 업데이트되며 먹이 주는 시간도 함께 게재된다.

리더들이 앞장 서 학습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이곳 부원장은 3년째 '동물원 일기'를 쓰고 있고 원장은 동물원에 관한 여러 가지 단상을 '원장실'이라는 코너에 담는다. 매일 다른 내용으로 글을 채우는 길은 새로운 것을 공부하는 방법밖에 없다.

▶▶ 어깨 너머로 일 배우던 시대는 끝났다
조직 내 학습은 개인의 자기계발과 엄연히 구별된다. 영어를 잘하는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은 과거 정보통신총괄 사장 시절 삼성 휴대폰을 세계적인 명품 반열에 올려놓았지만 국제 무대에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 것은 아니다. 거꾸로 영어는 잘하지만 신통찮은 일 솜씨로 직장에서 타박을 받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물론 직장인이 영어학원을 다니는 대부분의 이유가 업무와 관련이 돼 있긴 하지만,본질적으로 어학 능력은 업무의 곁가지에 불과하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아이디어 도출 과정에서부터 학습을 한다. 관련 자료를 찾고 경쟁사의 동태를 파악하며 전략적 시사점을 모색하는 일이 바로 조직 속의 공부다. 의사 결정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 역시 학습에서 출발한다. 문제를 파악하고,다른 문제들과 비교하고,해결 가능성을 타진하고,해결 이후의 업무 진행 방향을 예측하는 일들이다. 때문에 학습 역량이 축적되면 개인과 조직의 일하는 방식이 바뀌게 된다. 그리고 그 위력은 축적 기간에 비례해 증폭된다. 독서는 좋은 방편이다. 하지만 독서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동료들과 함께 고민하고 탐구하는 학습이다. 서로 자극을 주면서 조직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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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비밀 - 생각지도 못했던 사소한 정보가 마음을 움직인다


기업에서 성공가도를 달려온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그 비결을 물어보면 대부분 이렇게 대답한다. "글쎄 어쩌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네요. 운이 좋았지요 뭐."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김쌍수 한국전력 사장,신헌철 SK㈜ 부회장 등 국내 대표기업들의 CEO도 예외가 아니다.

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일까. 조직 속에서 개인이 스스로 하는 선택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나마 직급이 낮을 때는 다른 사람이 해놓은 선택이나 결정을 쫓아가기 십상이다. 사전 예고없이 발표되는 인사발령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하루 하루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와중에 가끔씩 찾아오는 회사 특명에 갖은 수고와 스트레스를 바치는 일상이 되풀이 됐을 뿐인데,어느새 임원이 되고 사장이 돼있더라는 식의 얘기다.

▶▶ 경영자들은 의외로 잡동사니 정보에 의존한다
그렇다면 CEO가 되고나면 그럴 듯한 선택을 하는 걸까. 경영전략가로 이름난 헨리 민츠버그 교수(캐나다 맥길대)는 의외로 그렇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저명한 CEO들의 행동패턴을 실증적으로 연구한 결과,경영자들은 하루 8시간의 업무시간 동안 총 583가지 잡다한 활동을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심사숙고나 체계적인 활동반경과는 거리가 먼 행태였다는 것이다.

경영자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또한 기업 내의 공식화된 정보시스템보다는 구두 커뮤니케이션에 의존하는 비율이 80%에 가까웠다.

여기에다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은 치밀한 분석이 아니라 마음 속의 잡동사니 정보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민츠버그 교수는 주장했다. 한마디로 CEO들의 일상이나 행태가 범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츠버그 교수가 경영자들의 전략적 사고나 세련된 경영 솜씨까지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이런 조사에 착수한 것은 의사결정이나 중요한 선택을 수반하는 경영행위가 사소한 이유나 동기에 적잖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경영이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총체적인 행위'라고 규정한다면 민츠버그 교수의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무척 크다. 인간의 선택은 중요한 정보보다는 하찮은 잡정보에 의해 이뤄질 때가 많고 그런 인간들이 모여있는 고객들 또한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 美 월트 디즈니가 유럽에서 실패한 건 잘못된 선택 때문
개인적으로도 우리는 살면서 많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지만 매 단계마다 심각한 고민과 꼼꼼한 준비를 거치는 것은 아니다. 대학교 전공을 선택하고 군 입대 시기와 직장을 결정하는 일,배우자를 만나는 일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로 잰듯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하겠는가.

앞서 CEO들이 얘기한대로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얘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를 운명론에 빠졌다고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이 세상의 네트워크가 빛의 속도로 빠르게 연결되고 해체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어차피 100% 완벽한 정보라는 것은 없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대안을 찾는 것이고,만약 이도 저도 아닌 딜레마에 봉착한다면 그냥 선택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선택과 의사결정의 성격이 이러하다면 고객을 상대로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하는 조직 역시 고객들의 특성,아주 사소한 특성까지 파악하는 세심함을 갖고 있어야 한다. 요즘 CEO들이 심리학자들을 자주 만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에 이어 일본시장까지 석권한 월트 디즈니가 1990년대 초 유럽에서 참패를 당한 것은 유럽인들의 사소한 습관을 눈여겨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월트 디즈니는 1992년 프랑스에 파리시 규모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넓은 부지에 '유로 디즈니'를 세웠다. 대규모 식당과 호텔을 갖춘 초호화판 놀이공원이었다. 디즈니 측은 실패를 전혀 예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개장 첫해 유로디즈니는 무려 10억달러의 손실을 내며 무너졌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여러 가지 요인들이 지적됐지만 '의미있는' 이유는 와인이었다. 유로디즈니는 시설 내 일체의 주류판매를 금지해버렸다. 이것이 프랑스인을 비롯한 와인애호가들의 반발을 불렀다. 미국에 있는 시설을 그대로 옮겨오기만 하면 떼돈을 벌 것이라는 기대는 현지 식생활에 대한 무시 때문에 완전히 물거품이 돼버렸다.

▶▶ Top down과 Bottom up을 조화시켜라
지금도 사람들은 여전히 사소한 동기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개별 행위들마다 '그전에도 그렇게 했기 때문에''조금 변화를 주고 싶어서''그냥 좋아서' 등과 같은 무척 다양하고 천차만별인 이유들이 따라붙는다. 조직을 관리하는 이들은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이런 사소함들에 대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톱 다운(Top down)'과 '바텀 업(Bottom up)'을 조화시킬 수 있다. 톱 다운식 혁신은 전사적으로 진행되지만 단절적이기 쉽다. 따라서 비록 부분적이긴 하지만 점진적 상승효과가 있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인 것이다.

과거 박정인 현대모비스 회장이 생일을 맞은 직원들을 자신의 방에 불러 같이 기념사진을 찍은 것은 (본인의 의도 여부에 관계없이) '사소함'을 매개로 한 새로운 소통방식이었을 게다.

혹시 아는가. 그런 사소한 호의에 이끌려 그곳을 평생직장이라고 마음 속 깊이 못박은 이들이 있는지….
그들의 무모한 배짱뒤엔 믿고 찾는 고객이 있었다  


분당 서현동 분당우체국 옆에 자리잡고 있는 현대오일뱅크 신도시 주유소. 다른 주유소 같으면 손님이 뜸한 오후 4시에도 주유소 안은 줄지어 늘어선 차량들로 빼곡하다. 10여개의 주유 계량기가 서로 경쟁하듯 쉴새 없이 돌아간다. 한 대가 빠지면 또 한 대,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유소로 진입한다. 영화 주유소습격사건의 실제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업계에선 일명 ‘신비한’ 주유소로 통하는 곳이다. 8차선 대로(大路)에서 100 m 가량 안쪽으로 들어와 있는 위치는 주유소로서 최대 결격 사유다. 그럼에도 다른 주유소처럼 경품 공세를 퍼붓기는 커녕 ℓ당 100원 이상 더 비싸게 기름을 파는 배짱은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 위에 나있는 주유소 진입로는 차라리 철저한 고객 무시에 가깝다.

하지만 이 주유소는 전국 현대오일뱅크의 2300개 주유소 가운데 5년 연속 순익 기준으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3㎞ 반경에 있는 3개의 경쟁주유소와 비교해도 일일 고객수가 가장 많다.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 건물을 한 바퀴 끼고 도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하루 750여명의 고객들. 이 신비한 주유소에는 과연 어떤 비밀이 있을까.

▶▶ 한 사람을 위한 전용 주유소처럼 편안하게
“며칠 전에 가득 넣으시더니 오늘도 어디 멀리 가시나봐요.”(직원)

“아이 참,이 주유소에선 뭘 숨길 수가 없다니까.”(손님)

신비한 주유소에선 주유소 직원들과 고객들이 나누는 대화 내용부터 다르다.‘고객과사귀어라’라는 다소 발칙한문구가 바로 서비스 모토다.

고객과의 접점을 마음과 마음에서 찾는 이 주유소의 가장 큰 장점은 편안함이다. 나와 내 차량을 알아봐주는 주유소 직원들. 가식적인 친절함이 아닌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듯한 한마디 한마디는 나를 위한 전용 주유소

에 와있는 듯한 착각까지 들게 한다. 문영호 소장은“고객들이 자신의 아이 용변이 묻은 기저귀를 아무 거리낌없이 버려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가족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며“경품 공세 등 물적 서비스보다는 고객

이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올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골 고객인 인근 주민 강정화씨(54)는“다른 주유소라도 들를라치면 여기서 일하는 단비(아르바이트생) 얼굴이 자꾸 떠올라 결국 여기까지 와서 기름을 넣는다”며 “주유소에 머무는 3분 정도가 하루 전체를 행복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 내 일,네 일 가리는 조직 내 이기심을 지웠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얼치기 건달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잔머리 사장과 융통성 없는 고지식한 아르바이트생 주유원들은 이 신비한 주유소에서 찾아볼 수 없다. 자기 일,남의 일 상관없이 일을 찾아 움직이는 빠릿빠릿한 23명의 직원들만 있을 뿐이다. 그것도 정규 직원이 아닌 아르바이트생들이 대부분이다. 하루 24시간 3교대로 움직이는 직원들은 한시라도 의자에 앉아있을 틈이 없다. 기름을 넣으려는 차들이 한꺼번

에 몰리면 세차 파트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주유 파트로 모두 옮겨와 일하고,기름 넣는 차량이 없으면 주유 파트 직원들이 세차일을 함께 돕는다. 일을 많이 한다고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다. 아르바이트생 시급

4000원은 다른 주유소와 비슷하다. 주유 작업반장을 맡고 있는 배수일씨(55)는 “누가 먼저라고도 할 것 없이 직원들이 경쟁하듯 자신의 일을 찾아 움직인다”며“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고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불편함을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의식 같은 것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팀별 자율회의 통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 생산
“차량이 한꺼번에 몰릴 때는 카운터 쪽부터 차를 차례로 대는 게 어떨까요.”“세차하고 차량 표면의 물기를 완전히 없애기 위해 에어컨을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신비한 주유소에선 일주일에 한 번씩 팀별로 회의가 열린다.개인 신변 얘기부터 시작해 업무 건의사항까지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간다. 55세 작업반장부터 17세 고등학생인 진철이까지 모두 참여해 자유롭게 의견 개진에 나선다. 회의에서 나온 다양한 아이디어들은 실제 업무 현장에 그대로 적용되기도 한다. 상품교환 쿠폰,음료쿠폰,세차쿠폰 등 5개로 나뉘어져있던 쿠폰을 하나로 통합한 것도 바로 이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 중 하나다. 문 소장은“팀별 자율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비단 이곳 주유소뿐만 아니라 전국 현대오일뱅크 주유소들로 파급되고 있다”며“외부의 지시나 강요가 아닌 현장을 아는 직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들인 만큼 주유소 업무 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아르바이트생의 즐거운 반란… 근무기간 평균 2년
통상 주유소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무기간은 6개월 안팎이 보통이지만 이 주유소에선 평균 2년이 넘는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해 4년 넘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도 있다. 직원들마다 개인적인 사정은 모두 제각각

이지만 공통점은 자신의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 주유소에서 2년 넘게 일을하고 있는 이진원씨(22)는“돈을 많이 받지는 못하지만 손님이 많은 직장에서 일하는 자체가 즐겁다”라고 전했다.주유소 직원들이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자녀의 사회성을 키워주기 위해 일부러 자녀들에게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시키는 단골 손님도 있을 정도다. 엄마 손에 이끌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고등학생은 취재팀과 근무 시간이 맞지 않아 만나보지 못했다. 이곳에서 3년째 일을 하고 있는 김다희씨(22)는“우리 직원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고 주유소 아르바이트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손님들이 많다”며“나중에 다른 직장에서 일을 하더라도 이곳에서 서로 협력하며 일을 배웠던 경험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의 비밀…낡고 쓸모없는 그물을 끊어라

동창회에 나가 보면 직장에 따라,하는 일에 따라 소득이 천차만별이다.  하루에 똑같이 여덟시간씩일하고엇비슷한스트레스를받는데도말이다.

그래서누구나한번쯤은자신의직장이제공하는급여와복지수준을떠올리며
한숨을지을 때도 있었을 게다。그렇다면 진실로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자들은 조직의,그 기업의 생산성 격차로 설명한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임금이 생산성의 영원한 함수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생산성이 금전적보상을 결정하는 완벽한 기준은 아니다.
동일한 경제권역에선 통할지 몰라도 국가의경계를 넘어서면 또 다르다.

한국과 미국의 1급 소프트웨어 기술자가 동일한 급여를 받는 것은 아니다.

▶▶ 구조는 인간의 의지와 욕망으로 바꿔 나갈 수 있다
경영학자들은그런격차를네트워크의가치로설명한다. 예를 들어
한국 중소기업의 정보기술(IT)엔지니어를 둘러싸고 있는 네트워크를 단순화해 보자.

‘개인의 기술-조직의 역량-해당 기업의 생산성과 경영 능력-해당 업종의
 경쟁력-한국의 경제 상황과 경쟁 여건-외국 경쟁 기업들의 동향’등이  얼핏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적 네트워크다. 여기에 실시간으로 변하는 ‘환율-금리-유가-원자재 가격 움직임’이 변수로 따라붙을 것이다. 해당 기업의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이 좋아도 환율여건이 안좋으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 는힘을 키울 수가 없다.

또 아무리 좋은 제품을 내놓아도 내수시장이 바닥권을 헤매고 있으면 기대했던 수익을 낼수 없다. 이렇게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외부에서 주어진 네트워크에 포획돼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상을 철학자들은‘구조주의’라고 부른다.

구조주의에서는 인간(주체)의 모든 행동 양식이 구조내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구조주의를 반대하는 ‘실존주의’는 이런 숙명론을 거부한다. 구조는 궁극적으로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며 인간의지와 욕망으로 바꿔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존주의는 어떤 네트워크도 항상적으로 유지되지 않으며 계속 찢어지고 기워지는 탄생-소멸 과정을 반복한다고 본다.

▶▶ 성공 스토리가 재미있는 건 구조주의에 함몰되지 않기 때문이다
취재팀은여기에서구조주의-실존주의의논리적타당성을따지고싶지는않다. 솔직히그럴능력도안 된다. 다만 지금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의 문제를 제기할 뿐이다. 만약 당신이 지금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있다면 선택은 두가지다.

조금더나은네트워크를가진다른직장을구하든가,아니면현 직장에서새로운성공스토리를쓰든가이다.  만약후자라면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낡 고쓸모없는 그물을 버려야 한다.

부가가치의 원천인 지식 기술 스피드 창의성이 담긴 새로운 네트워크를 짜야 한다.

성공 스토리 창출을 위해서는 일에 대한 재미,성취감,주위의 인정 등과 같은 내재적 동기가 우선돼 야한다. 금전적
보상을 위해 성과에 집착하게되면 오히려 생각의 폭이나 자유로운 발상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 반면 내재적 동기가 있는 상황에서 주어지는 금전적 보상은 네트워크 쇄신을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성과에  대한  보상은 해당 조직이 창조적 활동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구축전략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성공에는 함정이있다. 바닥에서 일어나 정상까지 치고 올라온 기업들
중 성공을  제대로 관리하는 기업은 의외로 많지 않다. 과거의 성공방식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눈을 멀게하기 때문이다. 성공으로 향하는 생각과 룰은 끊임없이 변한다. 오늘의 새로운 네트워크는 내일의 낡은 네트워크로 변한다. 그래서 크든작든,성공스토리는언제나재미있다.구조주의에쉽게 함몰되지않았기에,새로운 그물을 짜려는 의지와 욕망이 담겨있기에, 늘 가슴뭉클 하다. 또 다시 묻는다. 당신은,당신의 조직은 어디에 서 있는가.

 

성공의 비밀…세탁기에 미친 12명, 大宇의 '大憂'를 세탁하다  



대우일렉트로닉스(이하 대우일렉)도 한때 잘나가던 때가 있었다. 1990년대 중반 빅 히트를 쳤던 공기방울
세탁기를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가전제품 대리점 사장들이 공장 앞에 장사진을 이뤘다. 옛 대우전자는 삼성 LG와 함께 국내 가전시장을 확실하게 3분하고 있던 강자였다. 하지만 대우그룹이 무너지고 난 뒤 이 회사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LG 삼성은 이제 예전처럼 대우를 경계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는 조직'에도 내일을 향한 꿈틀거림은 있다. 그렇게 해서 작지만,소중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대우일렉의 국내 드럼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최근 몇 년간 5%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목표는 20% 선으로 크게 늘려 잡았다. 지난 1월 초 내놓은 '드럼업' 세탁기 매출 증가에 힘입은 것.

▶▶ 평균 연차 10년…대우의 영예 되찾기 위해 남았다
변화의 주역은 12명의 드럼업 세탁기 태스크포스(TF) 팀원들이다. TF팀의 리더이자 세탁기 연구소장인 박선후 이사는 
팀원들을 "아픔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이 팀원들은 3~4차례의 구조조정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아니라 '안 나간' 사람들이다. 평균 연차도 10년이 넘는다. 그 정도 경험이면 어디서 부장급 대우라도 받을텐데 한때 대우의 영예를 다시 찾을 생각으로 남은 이들이다. 대우일렉은 드럼업 덕분에 지난 상반기 매출 9400억원에 영업이익 85억원을 내며 흑자로 전환했다. 드럼업은 대우일렉이 3년간 정성을 쏟아 개발한 제품으로 드럼의 높이를 11㎝ 올리고 버튼 위치도 측면에서 상단부로 바꿨다. 

▶▶ 잦은 스킨십ㆍ자유로운 의사 소통의 장을 만들다
2006년 9월 이승창 대우일렉 사장은 박 이사로부터 갑작스러운 요청을 받았다. 세탁기 개발을 위해 각 분야의
베테랑으로 구성된 TF팀을 만들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미 TF팀 구성에 대한 기안은 준비돼 있었고 2007년 가을까지 신제품을 만든다는 목표도 정해져 있었다. 경쟁사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12명의 팀원으로 출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 사장은 팀 구성을 허락했다. 문제는 팀을 꾸리고 난 뒤부터 시작됐다. 비상근 조직인 탓에 모이는 것 자체가 힘들었던 것.자기 업무에 쫓기다 보니 평균 회의 출석률이 50%에도 못 미쳤다. 박 이사는 이때부터 '회의는 짧게 회식은 길게'라는 모토를 잡고 TF팀 회의를 회사 외부에서 진행했다. 신촌,홍익대 근처에서 팀원들과 만나 회의를 간단히 한 뒤 술집으로 직행했다.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의견 교환이 자유로워지다 보니 회의 출석률도 높아졌다.

가장 큰 소득은 자유로운 의견 교환의 장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이 팀의 막내이자 국내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백경태 대리는 "대기업 조직에서 발언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TF팀원끼리 스킨십이 많아지니 막내인 나도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야근을 밥먹듯…'미쳐야 미친다(不狂不及)'
2007년 12월 크리스마스 날, 드럼업의 디자인을 맡은 박성철 책임연구원은 경기도 수원의 한 공장에서 '미친 놈'
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문전박대를 당했다. 박 연구원은 출시를 앞둔 드럼업의 저가형 모델에 120만원이 넘는 타사의 고가형 모델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꽃무늬 패턴을 적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뒷면에 꽃무늬 패턴을 인쇄한 유리로 세탁기 전면을 꾸미는 것이 고가형의 일반적인 방식이었다. 하지만 저가형 모델은 구조적으로 유리 대신 철판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박 연구원은 철판에 꽃무늬 패턴을 인쇄할 수 있는 공장을 직접 찾아 다녔다.

2007년 12월부터 한 달 동안 100군데가 넘는 전국의 패널 공장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지난 1월 광주에서 인쇄를
제일 잘하는 업체를 발견했다. 박 연구원은 "불가능하다는 소리를 수십 번 들었지만 철판에 꽃무늬 패턴을 새기는 기술력을 개발하면 그만큼 공장의 명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결국 한 달간의 밤샘 작업 끝에 벗겨지지 않는 인쇄 잉크와 철판의 적정 건조 온도,잉크의 색깔을 찾아 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99만원 저가형 드럼업 세탁기다.

일에 미친 사람은 박 연구원뿐이 아니다. 채경아 홍보팀 차장은 밥 먹듯이 야근하는 아내에게 남편이 전화하면
곧바로 박 이사를 바꿔 준다. 그는 "내가 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상사가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탁기 연구개발만 20년째 하고 있는 이종칠 수석 연구원은 "세탁기를 개발하면서 드럼업을 만들 때만큼 많이 다쳐 본 적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드럼업 기술개발팀은 7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됐는데 이들 모두가 한 번 이상씩 골절상을 입었다. 12㎏짜리 세탁기를 하루 종일 들었다 놨다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뼈가 성할 리 없는 것.

▶▶ 내부 충돌은 고객 지향적 관점에서 해결한다
상품 기획을 맡고 있는 문지혜 과장은 "TF팀원들은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처음엔 각자의 주장이 너무 
강해서 내부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잦은 충돌이 생산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고객 지향적인 기준을 철저히 지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드럼업의 출시일을 3개월 앞두고 지연시켰던 일이다. 계획대로라면 2007년 10월 출시해야 했지만 막판에 제동이 걸렸다. 1000여명의 유통회사 구매담당자를 불러 놓고 개선 사항을 들어 보니 세탁기 문을 15도 올리고 조작 버튼 크기도 키워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졌다. 세 차례의 수정 과정이 되풀이된 뒤 드럼업은 2008년 1월 출시됐다. 남성 중심적인 문화에 익숙한 대우일렉은 여성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블로그 활동이 활발한 주부 고객 10명을 뽑았다. 이들이 '클라쎄 프로'들이다. 드럼업의 경험담을 블로그에 올려 입소문을 낸 주역들이 이들이다. 박 이사는 "결국 드럼업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세탁물을 꺼내기 위해 허리를 숙여야 하는 고객들의 불편함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비밀 ‥ 창조의 미로에서 새로운 관리의 출구를 찾는다  


지금까지 우리는 모두 '12개의 비밀'을 돌았다. 연재가 막바지에 다다른 지금,이제 대한민국 최강의 기업 조직 삼성을 들여다볼 때가 되었다. 삼성은 이건희 전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한 지 불과 10여년 만에 세계 톱 클래스의 기업으로 올라섰고 삼성에서 일을 배운 사람들은 어디를 가더라도 역량 있는 인재로 대접을 받는다. 그렇다면 삼성의 미래도 그러할 것인가.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일 것이다. 무려 20조원에 가까운 경상이익을 내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2004년에도 이 전 회장은 "5년,10년 뒤에 먹고살 거리를 생각하면 등허리에 식은땀이 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삼성은 이 전 회장이 가졌던 위기의식의 실체와 맞닥뜨리고 있다. 단지 그룹의 중심축이었던 이 전 회장이 퇴진하고 전략기획실이 해체됐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까지 축적해온 조직의 내적 역량이 지금 같은 격변기에 맞지 않는다는,일종의 '미스매칭'이 발생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 관리의 위력…최고경영자의 의지와 중간관리자의 능력이 시너지를 내다
과거 삼성의 모토는 '관리의 삼성'이었다. 이병철 선대 회장 시절에 만들어졌던 이 표현은 '일등 삼성'과 동의어였다.

1987년 이건희 회장이 취임하고 난 뒤 '인재-기술 제일주의'를 표방하고 나왔을 때도 삼성을 부르는 한마디는
 '관리의 삼성'이었다. 삼성의 '관리'는 인사와 예산을 통제하는 데서 시작된다. 변화의 속도가 빠르지 않았을 때,그리고 지금처럼 인적 구성과 비즈니스 모델이 다양하지 않았을 때 '관리'는 굉장한 위력을 발휘했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이 회의석상에서 했던 발언을 모두 녹음토록 해 그룹 임원들에게 의무적으로 듣도록 했다. 이른바 '관리쟁이'들은 회장의 발언에 녹아 있는 강조점과 이행사항을 따로 분리해 필요한 인물들을 적재적소에 앉히고 예산을 배분했다.

이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톱다운(Top down)'식 경영혁신과도 궤를 같이 하는 것이었다.
GE의 경영자들은 지금도 중량급 고객들을 만날 경우 5년 내에 1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군 선정을 협의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회의체가 80여개에 이른다는 전언이다. 삼성이 '관리'가 강했던 이유는 최고경영자의 아이디어나 의지를 구체화하는 중간 관리자들의 능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인재들로 가득 찼던 옛 전략기획실은 이런 중간 관리자들의 집합체였다. 업무에 임하는 성실한 태도,완벽한 일처리,철저한 사후평가,끝을 보는 회의 문화 등은 여전히 삼성의 중요한 자산이었다.

▶▶ 창조,메아리만 남다…관리와 창조의 어정쩡한 중간단계에서 방황하다
'관리의 삼성'이 퇴조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초 이 전 회장이 돌연 '창조경영'을 주창하고 나왔을 때였다. 많은
삼성 사람들은 관리의 시대가 가고 새로운 경영이 시작되는 것으로 이해했다. 어감상으로도 '관리'와 '창조'는 상극인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창조'라는 표현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추상적이라는 데 있었다. 톱다운 혁신에 익숙해 있던 삼성인들은 애매한 슬로건에 당장 구체적인 변화의 방향이 제시되지 않자 "도대체 뭐가 달라지는 것이냐"고 스스로 반문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삼성 특검'사태가 터졌다. 그룹은 임직원들에게 창조경영의 진면목을 이해시킬 시간과 여유를
 갖지 못했다. 추상화돼 있는 슬로건에 강력한 실행의 에너지를 주입할 수 있는 틈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이제 많은 삼성인들은 스스로 '관리'와 '창조'의 어정쩡한 중간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느낀다. 이 같은 딜레마는 미래 삼성의 위기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가 '뜨는 조직'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제시했던 편제 협력 선택 네트워크 차별화 등의 문제는 모두 경영의 방침,목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이 강조한 창조는 예술가나 과학자들이 언급하는 것과 다르다. 기업에 있어 창조는 뭔가 새롭고
유용하며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고,창조경영은 '창조적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지속적인 혁신'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창조경영이 성공하려면 창조적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고 혁신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실행 프로세스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관리'와 '창조'는 상호 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의 전통적인 '관리'는 이제 그 대상과 방식을 바꿔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인력 영입만으로는 조직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없다. 비록 아이디어가 많은 인재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창조성을 발현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렇다고 완전히 자유방임형으로 관리할 수도 없다. 실행전략 없이 아이디어만 만발하는 조직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

▶▶ 관리와 창조의 화해…창조적 활동에 대한 지원과 통제가 필요하다
우리는 창조적 시스템 이론을 제시한 미국 시카고대학의 미하이 칙센미하이 교수의 분석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르면 창조경영의 시스템은 △개인(individual) △분야(field) △영역(domain)으로 구성된다. '개인'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지식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분야'는 개인의 아이디어를 선별하고 자원배분을 결정하는 사람이다. 기업의 경우 사업화나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의사결정권자다. 마지막으로 '영역'은 과거에 생성된 지식이나 정보 규칙 절차 등의 집합체다. 기업 내에 존재하는 각종 정보 지식 기술 관행 문화 제도 등이 해당된다.

창조경영은 이 3개 요소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구현된다. '개인'이 고정관념을 깨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분야'의
 의사결정권자는 이를 평가하고 자원배분 여부를 결정한다.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면 새로운 지식이나 관행 등의 형태로 '영역'에 정착한다. 따라서 아무리 창조적 아이디어가 백출하더라도 평가나 선택을 담당하는 의사결정권자가 거부해 버리면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또 창조를 일선에서 담당하는 개인의 역량이 떨어지거나 이들이 일상활동에 매몰돼 새로운 시도를 할 여력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관리쟁이'들은 창조역량이 뛰어난 인재를 외부에서 뽑아오거나 아니면 일상에 지친 직원들이 창의적인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반면 창조적 혁신이 탁월한 한두 사람에 의해 간헐적으로는 일어나는데,지속화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는 창조를 지원하는 내부 인프라를 뜯어고쳐야 한다. 창조지향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관리방식과 조직문화에 변화를 줘야 한다.

결국 기업 조직에서 관리와 창조는 따로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창조적 활동에 대한 지원과 통제는 관리가
 지향해야 할 양날의 칼이다.

▶▶ 전통적으로 위기에 강한 삼성, 어디까지 진격할 것인가
돌이켜 보면 이 전 회장이 창조경영을 추진하려고 했던 이유는 경영시스템 전반을 창조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재설계함으로써 과거 '7-4제' 도입을 통해 그랬던 것처럼 기업 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꾸려는 시도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단어의 추상성에 매몰됐던 것은 창조가 특별한 개인에 의해 이뤄진다는 선입관,창조 활동은 일상적인 경영과는 유리된 특별한 것이라는 오해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아이디어나 창의성은 화려할 수는 있겠지만 창조경영을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착근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중간 관리자들의 역할을 종전과 다른 시각으로 정립하고,필요한 자원을
적재적소 적기에 투입하는 새로운 관리모델이 필요하다. 시간과 비용 절약을 위해 핵심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수혈하는 전략도 긴요하다. 하지만 삼성이 지금의 진용으로 이런 과제들을 능소능대하게 수행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통적으로 위기에 강한 조직이긴 하지만 관리와 자율이 공존하는 경영체제를 실험해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결국 창조경영은 과도기적 성격을 띠고 있는 삼성의 현 경영체제와 맞물려 상당한 정도의 탐색기간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과도적 비용의 크기에 따라 삼성의 앞날,우리경제의 지평도 달라질 것이다.

 

출처 : 제조혁신-공장합리화운동본부
글쓴이 : 한울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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