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혁신

무너지는 하드웨어 불패(不敗) 신화

조아0415 2010. 11. 3. 02:20

1. 거인 어깨위의 애플: 모방 or 혁신?

  • 모방으로부터 혁신

    서양 속담에 ‘거인 어깨 위에 올라선 난장이(Dwarfs standing on the shoulders of giants)’라는 표현이 존재함. 이는 과거 위대한 선각자의 업적이나 연구를 유산삼아 보다 나은 발전을 이룩한 사람들이란 뜻임. 아이작 뉴튼도 겸손하게 거인의 어깨를 언급했지만, 결국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은 모방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을 강조함

    그럼 왜 모방에서 시작된 제품들이, 어떤 제품은 혁신 제품으로 성공하고, 어떤 제품은 단순 모방제품으로 시장에서 낙오하는가?. 단순히 하드웨어 측면에서만 보면, 모방에서 시작한 제품은 모방으로 끝나야 되고, 혁신으로 시작한 제품은 혁신 제품으로 끝나게 됨. 그렇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보면, 모방으로부터 출발하였더라도, 소비자와 교감하는 소프트웨어 여부에 따라 혁신 제품으로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음. 따라서 어떻게 소프트웨어 관리해야 하는 지가 중요한 관건임


  • 하드웨어와 결합된 소프트웨어

    과거에는 혁신적 하드웨어를 갖추면 성공을 보장받던 하드웨어 불패(不敗)의 시절이 있었음. 소비자의 니즈가 한정되어 있고, 니즈의 변동 폭도 크지 않아서 혁신적인 하드웨어를 통해 시장을 선도하면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았기 때문임

    그러나 현재는 혁신적 하드웨어만으로 성공을 보장 받을 수 없는 소프트웨어 시대임. 소비자 니즈가 과거에 비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변동 폭도 심해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들을 쉽게 찾아낼 수 없음. 따라서 혁신적인 하드웨어 제품을 완성한 이후에도,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교감을 통해 제품을 발전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결합되어야 함

    이하에서는 시장에서 혁신적인 하드웨어 기술을 선보이거나 세계 최초 제품도 아니었던 애플의 제품들이 어떻게 소비자와 교감하면서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는지 알아보고, 이를 통해 한국 기업들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함



2. S/W로 무장한 아이팟(iPod)

  • 하드웨어에 치중한 한국의 MP3플레이어 업체의 낙오

    다양한 분야에서 해외 선진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 많음. 현대,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특히 한국의 MP3 플레이어 기업들의 경우 하드웨어 측면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한 적이 있었음

    세계 최초의 MP3 플레이어는 우리나라 제품으로, 새한정보시스템에서 1998년 3월 개발한 ‘엠피맨(MPMan)’임. 따라서 혁신의 원어적 의미에서 볼 때, MP3 플레이어 중 혁신 제품의 호칭은 최초 개발품인 우리나라 ‘엠피맨’에게 어울림. 그러나 시장에서는 애플 MP3플레이어인 ‘아이팟’을 혁신적 제품으로서 언급하고 있고, ‘아이팟’이 소비자에게 더 사랑받고 있음

    한국 기업은 하드웨어의 질적 발전을 이룩한 이후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였기 때문임. 세계 최초로 MP3 플레이어를 개발했던 새한정보시스템은 개발 이후 소비자와의 교감을 이루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짐. 그 외 한국기업들도 시장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 채 MP3플레이어 제품 사양이나 디자인 등 하드웨어 경쟁에만 치중한 나머지 시장에서 뒤쳐짐


  • 혁신적 소프트웨어와 결합한 애플 아이팟의 성공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애플은 아마존이라는 거인의 어깨를 딛고 올라서 그들보다 더 멀리 나갈 것이다”라고 언급함. 애플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나는 말인 동시에 애플 제품이 세계 최초의 개발품이 아니라 모방으로부터 출발했음을 인식하고 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팟’은 많은 MP3플레이어 중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키며 시장을 석권한 혁신 제품이 되었음. ‘아이팟’은 한국의 ‘엠피맨’ 이후 시장에 출시된 많은 MP3플레이어 중 하나의 제품에 불과했음. 그러나 MP3플레이어 기업들이 제품 사양과 디자인 경쟁에 몰두하는 동안, ‘아이팟’은 ‘아이튠스’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함. 하드웨어 측면의 경쟁이 아닌,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통해 소비자와 교감하면서 시장에서 성공함

    소비자와 교감하면서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시대임. 하드웨어 경쟁에 치우치다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애플의 아이팟에게 성공을 내준 한국기업들의 사례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소비자와 어떻게 교감해야 하는 지에 대해 잘 대변해 줌



3. 소통의 공간을 마련한 아이폰(iPhone)

  • 애플 ‘아이폰’의 한국 시장 내 충격

    ‘아이폰’의 성공은 국내 시장에 많은 충격을 줌. 2009년 11월 ‘아이폰’의 국내 출시를 계기로 잠재되어 있던 한국 스마트폰 시장의 폭발력을 확인함. 또한 단순한 수치의 성공을 떠나, 이통사들로 하여금 DRM의 해체와 와이파이(Wi-Fi) 기능의 탑재를 일반화시키면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함

    매출과 영업이익의 수치면에서 볼 때도 애플의 성공은 한국기업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함. 애플은 ‘아이폰’의 높은 판매 덕분에 2010 회계연도 1분기(2009.10 - 12월) 매출 157억, 영업이익 47.2억 달러를 달성함. 애플의 이 기간 동안 영업이익율은 30%에 이르며, 이는 영업이익이 10%에 못 미치는 삼성과 비교할 때 엄청난 수치임


  • 하드웨어를 맹신한 한국기업의 후회

    하드웨어에 대한 과도한 믿음은 기업들로 하여금 소비자를 선도할 수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경향이 있음. 하드웨어 사양으로 소비자를 선도할 수도 있지만, 소비자의 수준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하드웨어는 시장에서 외면받게 됨.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태블릿 PC 출시 역시 제품을 과도하게 확신하여 실패한 사례임

    한국 휴대폰 기업들도 그 동안 자사의 하드웨어 기술 강점을 소비자들에게 강요하는 경향이 있었음. 한국의 삼성이나 LG 전자 모두 휴대폰 시장에서는 전세계 1, 2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변화하고 있던 국내 시장에서 그들만의 관점에서 소비자를 선도하려 했음. 특히,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이미 변화하고 있었고, ‘아이폰’ 출시 이후 이런 현상이 더욱 명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와의 교감없이 여전히 하드웨어를 부각시키는 광고를 진행했음

    결국 자사의 하드웨어 강점만을 믿고 있었던 국내기업들은 변화된 시장에 뒤늦게 대처할 수밖에 없었음.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미디어솔루션센터(MSC)를 1~2년 앞서 만들었으면 좋았을 뻔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고, 안승권 엘지전자 휴대전화사업부문 사장도 “스마트폰 시장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고 말함


  • 소통의 공간을 마련한 ‘아이폰’의 성공

    반면, 애플의 ‘아이폰’은 앱스토어라는 소비자 간의 소통 공간 마련을 통해 소비자 스스로 소비를 진화시킬 수 있는 성공 사례를 보여줌. 한국 기업들이 하드웨어를 통한 자사의 강점을 내세워 소비자를 공략하려고 할 때, 애플은 ‘아이폰’의 ‘앱스토어’를 통해 소비자 스스로 자신의 니즈를 발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 애플은 소비자 자신들이 스스로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하고 판매하는 ‘앱스토어’를 제공함으로써, 애플이 소비자에게 무언가를 강제하기보다 소비자 스스로 소비할 수는 공간만을 마련해줌



4. 한국기업이 소비자에게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한국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마음대로 규정지을 수 있었던 어린이가 아니라, 이미 스스로 판단하고 즐길 수 있는 성인으로 변화하고 있음. 따라서 소프트웨어 시대의 강자가 되기 위해서, 소비자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 변화가 우선되어야 함

최근 국내 시장도 하드웨어의 강조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 전문가들이 주축으로 만들어내는 하드웨어와 달리, 소프트웨어는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함. 애플의 사례는 어른으로 자란 한국 소비자들을 기업들이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지의 시사점을 제공해줌


  • 첫째, 소비자를 규정지으려 하지 마라

    기업전략에 맞춰 소비자를 규정지으면 소비자의 변화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함. 한국 휴대폰 기업들의 하드웨어에 대한 맹신이나 뒤늦은 후회도 소비자를 정형화시켜 대상으로 여겼기 때문에 발생함. 소비자들을 규격화시켜 인식하는 기업들은 소비자의 변화되고 있는 니즈를 무시한 채 기존 시스템에 안주하게 됨

    국내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아이폰’이라는 제품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아님. 당시 국내 시장은 이미, 피동적으로 소비되는 하드웨어 기기가 아니라 소비자 자신이 직접 참여하여 즐길 수 있는 제품을 원하고 있었음. 아이폰이 혁신 제품이어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이런 소비자의 니즈를 제대로 발현시켜준 제품이기 때문에 성공했음

    따라서 기업들은 더 이상 소비자를 규정짓거나 정형화시키지 말고, 이미 변화된 소비자를 염두에 두고 자사 전략을 수립해야 함


  • 둘째, 소비자를 선도하려 하지 마라

    과거에는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해 기업이 소비자를 선도할 수 있었음. 기업들은 소비자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제품의 필요성을 강요할 수 있었음.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제품에 대한 지식은 빠르게 분석되고 전파되며, 소비자들은 자신의 니즈를 자가 발전시킬 수 있게 됨

    한국기업들이 소비자를 선도하지 않고 그들과 교감했다면, 초기 아이폰의 출시 이후 시장에서의 대응 방법도 전혀 달라졌을 것임. 소프트웨어로 관심이 이동 중인 소비자의 니즈를 이해하려고 했다면, 한국기업들의 전략도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었을 것임. 국내 유통시장상의 문제도 있지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과도한 믿음으로 인해 변화된 소비자 관점을 무시한 채 그들만의 리그를 치룬셈임

    따라서, 기업들은 더 이상 소비자를 선도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함. 현재의 소비자는 기업들이 선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더 이상 선도해서도 안되며, 기업과 함께 하는 주체로서 받아들여야 함


  • 셋째, 소비자를 틀에 가두려 하지 마라

    소비자를 틀에 가두면 시장은 정체하게 됨. 소비자의 니즈가 계속 변화해야 시장도 발전하는데, 그들을 틀에 가두면 소비자의 니즈가 정체되고 결국 시장은 도태되어 기업들도 발전할 수 없음. 경쟁기업들이 소비자 니즈를 기존의 틀에 한정지어 하드웨어 경쟁에 치중할 때, 애플은 자유로운 소비자를 고려함으로서 새로운 시장 개척에 성공함

    따라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틀에 가두려하지 말아야 함. 최근 소비자들은 피동적으로 제품에 지배당하기보다 제품과 놀고 싶어하며, 함께 교감하는 것을 좋아하고 있음. 제품을 즐기면서 소비하는 사람들은 시장 변화의 단초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이들의 관심을 통해 새로운 시장 개척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음


  • 다만, 소비자를 믿고 그들만의 공간을 마련하라

    애플의 ‘아이폰’은 소비자들이 ‘앱스토어’를 통해 자신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이용할 수 있는 장을 가지고 있었음. ‘아이폰’이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은 아니였지만, 혁신 제품으로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임. 애플은 소비자들을 규격화시키거나 선도하려 하지 않았고, 소비자 스스로 즐길 수 있는 공간만 마련해줌

    따라서 기업들은 소비자를 신뢰하고, 제품 내에 그들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함. 소비자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소비자 자신임. 앱스토어의 개발자 역시, 소비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기업보다 훨씬 빠르고 민감하게 소비자의 니즈를 잘 알고 있었음. 자신의 니즈를 끊임없이 자가발전시키는 소비자를 위해 그들만의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기업들이 해야 할 일임



출처 : 현대경제연구원 장후석 연구위원